
"고민은 배송을 늦추고 품절을 늘릴 뿐이다."
흔히 쇼핑계의 격언으로 통하는 이 말은 의외로 조직문화의 영역, 그중에서도 연말연시 시상식 준비 과정에서 뼈저린 진리로 통한다. 사실 '배송이 늦어진다'는 앞부분이 익숙하겠지만, 현업에서 발로 뛰는 내게는 뒤에 붙은 '품절을 늘린다'는 대목이 훨씬 더 서늘한 현실로 다가온다. 이는 내가 수많은 행사를 치르며 체득한, 그리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게 된 나만의 지론이기도 하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12월과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1월, 조직문화 담당자의 시간은 초단위로 흐른다. 송년회와 신년회를 겸한 시상식의 홍수 속에서 나는 무대 위 마이크를 잡는 사회자인 동시에 무대 뒤를 지휘하는 총괄 기획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행사의 큐시트를 짜고 직접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화려한 조명과 박수갈채는 찰나지만,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은 지난한 '합의의 전쟁'이라는 점이다. 가장 큰 난관은 언제나 ‘누구를 무대 위에 세울 것인가’이다.
정량적 지표가 뚜렷한 영업 실적 시상 등은 경험상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데이터가 곧 명분이기에 이견이 적다. 하지만 기여도의 측정이 모호한 운영 조직이나 정성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시상은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한다. 평가보상 담당자가 데이터를 뜯어보고, 대상자의 적합성을 검증하며 경영진의 ‘최최최최종’ 컨펌을 받아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치열한 설득의 과정이다.

나는 확고한 생각을 하나 가지고 있다. "‘세레머니는 크면 클수록, 확실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이는 프레데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의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에 근거한 나의 신념이기도 하다. 허츠버그는 직무 만족에 기여하는 '동기 요인'과 불만족을 예방하는 '위생 요인'을 구분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급여나 근무 환경 같은 위생 요인은 불만을 없앨 수는 있지만,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하지는 못한다. 사람을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성취감, 그리고 타인과 조직으로부터 받는 확실한 인정이다.
나는 확실한 성과를 낸 이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압도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소위 '승자독식'이라 비판 받을지라도, "열심히 한 만큼 확실히 보상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조직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무자로서 현실적인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골고루 분배해 위화감을 줄이고 전체의 사기를 살려야 하는 전략적 안배가 필요한 순간이면 과연 어떤 방식이 조직을 위한 최선일지 끊임없이 되묻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향 평준화'된 안도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된 도전을 지향해야 한다. 부족한 구성원에게는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건전한 욕망을, 성과자에게는 확실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조직문화 담당자가 시상식을 통해 달성해야 할 진짜 목표다.
이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감한 결단과 속도'다. 서두에 언급했듯, 현업에서 고민은 배송만 늦추는 게 아니라 정말로 '품절'을 부르기 때문이다.

완벽한 대상자 선정을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물리적 준비인 상패 주문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특히 주문 제작이 아닌 기성품 상패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은 더욱 우리 편이 아니다. 시즌이 되면 인기 있는, 묵직하고 세련된 상패는 순식간에 동이 난다. 내부 결재를 받느라 타이밍을 놓치면, 그토록 공들여 선정한 수상자에게 초라한 재고품을 안겨주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시상식의 본질이 디테일에 있다고 믿는다. 웅장한 음향,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 무대의 높이, 그리고 수상자가 받아 들 상패의 무게감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당신은 우리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무거운 존재입니다"라는 비언어적 메시지를 완성한다. 가벼운 플라스틱 상패와 손목이 묵직해지는 크리스털 상패가 주는 감동의 질량은 분명 다르다.
우리의 목표는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고민은 짧게, 축하는 무겁게.
이것이 세레머니를 준비하는, 그리고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나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