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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 직장내 괴롭힘의 그늘을 직시할 때

[노무] 직장내 괴롭힘의 그늘을 직시할 때

노무전체
태훈
허태훈Oct 26, 2025
10017

1. Intro

2024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내 괴롭힘 신고는 총 1만 2,253건이다. 하루 평균 5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노동부에 접수된 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현장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갈등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이 모든 신고가 정말 제도가 보호하려던 '괴롭힘'에 해당하는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걸까.

직장내 괴롭힘은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노동, 정치권을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국회 회기에 발의자만 다르게 비슷한 법안이 올라왔으나 쉽게 힘을 얻지 못했다. 성희롱과 달리 '괴롭힘'이라는 개념은 주관적 판단의 여지가 크다는 점, 그로 인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에 상황은 급변했다. 인터넷 파일 공유업체 회장의 직원 폭행 영상이 유출되면서 폭행 및 괴롭힘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고 이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의 중요한 촉발제가 되었다. 여론은 들끓었고 여야 국회의원들과 환경노동위원회도 법안 통과에 대한 압박이 강해져 그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국회를 빠르게 통과했다.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제도의 순기능만큼이나 악의적 신고의 가능성, 직장 질서의 경직화, 업무 지시와 괴롭힘의 경계 모호함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사회적 공분 앞에서 법은 속도전으로 통과되었고 현장은 그 법을 받아들여야 했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직장내 괴롭힘 제도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과거라면 구 시대의 관행이나 유물로 여겨졌을 폭언, 모욕, 부당한 지시들이 이제는 명백한 잘못으로 인식되었다. 직장에서의 폭행이나 폭력적인 언어, 사회 통념을 넘는 모욕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도의 성과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적인 감정 다툼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포장하는 경우, 업무상 의견 충돌을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경우, 심지어 퇴사 전후 회사와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경우까지 다른 민낯도 드러났다.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자진퇴사를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는 요청에 회사가 응하지 않자 퇴사 후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경우, 업무상 평가나 피드백에 불만을 품고 이를 인격 모독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 회사에 대한 악의적 비방이나 개인적 불만을 괴롭힘의 틀로 포장하는 경우 등 실제로 현장에서는 악용 사례들이 발생한다. 이런 사례들이 늘어날수록 정작 보호받아야 할 진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역설이 발생한다.

2. 직장내 괴롭힘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와 자세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회사에 명확한 의무를 부여한다.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조사해야 하고 관련자들의 비밀을 보장해야 하며 적절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상당한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수반한다. 특히 조사가 시작되면 업무는 중단되고 관계자들은 긴장하며 조직 분위기는 경직된다. 그 결과 많은 회사들이 이 이슈 자체를 수면 아래로 숨기려 한다. '조용히 넘어가면 안 될까', '양쪽을 중재해서 마무리하면 안 될까', '법적 절차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문제를 흐지부지 처리하다가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만든다. 신고자는 회사가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끼고 외부 기관에 진정을 제기한다. 결국 회사는 더 큰 비용과 시간을 쏟아붓게 된다.

직장내 괴롭힘을 불편한 단어로 치부하는 문화는 근절하여야 한다. 이제 회사는 이 단어를 자주 꺼내 놓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소통해야 한다.

(1) 회사의 언어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직장내 괴롭힘은 무엇인가. 어떤 행위는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인가. 반대로 어떤 갈등은 괴롭힘의 영역이 아니라 소통과 관계 개선의 영역에서 다룰 것인가. 예를 들어 이렇게 선을 그을 수 있다. "우리 회사는 폭행, 폭언, 모욕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도 참작하지 않고 강력하게 조치합니다. 그러나 업무상 의견 차이, 개인적 감정 다툼, 업무 외 시간에 발생한 사적 갈등은 직장내 괴롭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분기마다 설명회나 타운홀 미팅을 통해 반복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직장내 괴롭힘이 무엇인지만큼이나 무엇이 괴롭힘이 아닌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법정필수교육을 보다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

많은 회사가 외주 업체의 영상 교육으로 법정 의무를 채운다. 1시간짜리 영상을 틀어놓고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딴짓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 이런 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장내 괴롭힘 교육은 회사 담당자가 직접 회사의 언어로 회사의 사례를 담아서 해야 한다. "지난 분기에 이런 사례가 있었고, 우리는 이렇게 처리했습니다. 이것은 괴롭힘이었고 이것은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3) 사건처리는 매우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신고 접수부터 조사, 조치까지의 프로세스가 명확해야 한다. 누가 접수를 받고, 누가 조사하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 모든 과정이 문서화되어 있어야 하고 담당자들은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신고가 들어왔을 때 일주일, 한 달씩 끌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빠르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명확하게 판단하며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순간 회사는 더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다.

3. 결론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본질은 지위 등 권력의 우위를 이용한 부당한 행위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존엄성을 지키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본질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괴롭힘에는 단호해야 하고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 악용에는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보호해야 할 사람은 확실히 보호하되 제도를 개인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직장내 괴롭힘은 더 이상 숨겨야 할 불편한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자주 꺼내 놓고 함께 이야기하며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직장내 괴롭힘 예방의 본질을 지키는 길이다.

E.O.D


태훈
허태훈
전략적 사고와 실무 경험을 가진 '일' 잘하는 전문가
전략적 사고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일'잘하는 HR/ER 전문가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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