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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원하지 않던 노사협의회, 저는 '공고문' 대신 '커피'를 들었습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던 노사협의회, 저는 '공고문' 대신 '커피'를 들었습니다

좋은 제도도 결국 '사람'이 완성하니까요
조직문화노무미드레벨시니어리더
민주
신민주Jan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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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멍석은 깔렸는데, 주인공이 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운이 좋은 편인 인사담당자입니다. 보통 노사협의회라고 하면 법적 의무를 채우기에 급급하거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데, 저희 회사는 다행히 '살아있는' 채널입니다. 경영진이 오히려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를 중요하게 여겨주신 덕분에, 저는 방어적인 태도보다는 건설적인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감사한 환경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릴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근로자위원 한 분이 사퇴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당장 운영이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노사 동수가 깨진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단 한 명이라도 불참한다면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개회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같은 상태가 된 것이죠. 서둘러 보궐선거 공고를 올렸지만, 야속하게도 지원자는 '0명'이었습니다.

회사가 싫어서도, 노사 관계가 나빠서도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며 의무 설치 대상이 되다 보니 직원들에게는 이 제도 자체가 너무 낯설었고, "참여하면 내 업무만 더 늘어나는 거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부담감이 컸던 탓입니다. 제도도 있고 회사의 의지도 충만한데 정작 마주 앉을 사람이 없는 상황. 텅 빈 지원자 명단을 바라보며 담당자로서 참 막막하고 아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2. 공고문 뒤에 숨지 않고 '티타임'을 청하다

선관위와 논의해 공고 기간을 늘리고, 포스터를 예쁘게 다시 뽑아 붙인들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니터 뒤에서 나와 구성원들에게 향했습니다.

제 목표는 단순히 빈자리를 채울 '누군가'가 아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진짜 신뢰를 받는 사람을 찾고 싶었습니다. 평소 직원들과 면담을 하며 눈여겨봤던,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운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티타임을 청했습니다.

" 00님이 근로자위원이 되어주신다면 ~~~(소개와 설득 등등)"

다행히 저의 진심이 닿았는지, 그분은 삼고초려 끝에 입후보를 결심해 주셨습니다.

3. "회사가 잘 돼야 우리도 있죠" 달라진 공기의 온도

확실히 사람이 바뀌니 회의실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억지로 자리를 채운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진 위원이 참석하자 회의의 무게감이 변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근로자 입장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안건이 올라왔을 때였습니다. 보통이라면 반발부터 했을 상황에서, 대표성을 띤 위원의 한마디가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안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낸 것이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발전해야 우리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걱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위원들도 놀랐습니다. 늘 요구사항만 가져올 줄 알았던 근로자위원의 입에서 나온 성숙한 주인의식에, 경영진 역시 방어벽을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견제 대상'이 아닌 '함께 배를 젓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지금은 임시회의, 정기회의가 자연스럽게 열리며 소통의 문화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4. 제도는 결국 사람이 완성합니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며 생각했습니다. 법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고,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제도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건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가'였습니다.

혹시 노사협의회가 형식적인 절차로만 느껴져 고민인 담당자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잠시 모니터를 끄고, 구성원들 곁으로 다가가 보세요. 그리고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숨은 리더'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보세요. 사람을 세우는 일, 그것이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민주
신민주
0에서 1을 만드는 인싸담당자
조직문화에 진심인 인싸담당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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