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내 마음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하고 느낀 경험이 있다.
한 구성원과의 면담을 시작하려는데, 그가 대뜸 “케빈은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늘 내가 구성원들에게 던지던 질문을 막상 직접 받으니,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바로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괜찮지 않구나.
이처럼 인사담당자는 구성원의 마음을 살피는 역할에 익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챙기는 데는 서툰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 인사담당자를 위한 마음공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마음공부란 무엇일까? 나는 마음공부를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을 온전히 인식하며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다시 말해, 나를 알아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이 과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다. 우리는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각자의 불안에서 비롯된 여러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문제는 그들의 불안이 내 안의 불안을 자극할 때다. 나도 모르게 평소 불안할 때 나오는 방어적인 행동들이 튀어나오고, 이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타인의 불안이 나를 잠식하지 않게 하려면, 먼저 내 안의 불안을 명확히 알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과정이 마음공부의 핵심이다. 내 불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비로소 타인의 불안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한 걸음 떨어져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작점이며, 마음공부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편견 없이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
그렇다면 마음공부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면 무엇이 좋을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구성원에게 깊은 신뢰를 줄 수 있다. 사람들을 편견 없이 대하게 되면서, 상대방은 심리적 안정감과 존중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평생 수많은 관계 속에서 서로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대화에 익숙하다. 그렇기에 '판단하지 않는 대화'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 되며, 이를 통해 쌓인 신뢰는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둘째, 갈등 상황에서 본질에 집중하는 중재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솔직한 정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는 타인의 입장을 깊이 공감하게 하고, 조직 내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여 중재하고 조율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인사담당자가 해결사를 자처하기보다,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솔직하게 나누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건강한 갈등 해결 문화는 시작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공부’, 과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