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을 고민해 기획한 직원 참여형 제도를 공지했는데, 조회수만 올라갈 뿐 신청자 명단이 '0'에 머물러 있을 때입니다. "다들 바쁘니까~" 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빠져나가는 힘을 붙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도 경험했던 일인데,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필살기는 의외로 기획안 수정이 아니라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에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누가 신청했어요?"
우리 주변에는 사실 마음속으로 참여를 원하면서도, 튀어 보일까 봐 눈치를 보는 '샤이 참여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트리거는 화려한 혜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평소 신뢰받는 동료나 영향력 있는 팀장이 "오, 이거 해보면 좋겠는데요?"라며 댓글을 달거나 첫 발을 떼는 순간입니다. 한 사람이 움직이면, 뒤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비로소 안심하며 "나도 해볼까?"라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체인지 에어전트(CA)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텅 빈 식당에 손님을 부르는 법
사실 새로운 시도 앞에 우리가 주춤하는 이유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나만 튀는 게 아닐까?' 하는 아주 인간적인 걱정 때문입니다. 마음속으론 동참하고 싶어도, 누군가 먼저 나서는 걸 보기 전까지는 문밖에서 서성이는 샤이한 참여자가 우리 조직엔 생각보다 많습니다. 텅 빈 식당은 들어가기 망설여져도, 몇개의 테이블만 차 있으면 안심하고 문을 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사적으로 하는 설득이 아니라, "저 사람이 한다면 나도 괜찮겠다” 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동료입니다.
평소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사람, 혹은 새로운 시도에 거부감이 적은 동료 몇 명이 먼저 움직여줘도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물길을 트는 마중물은 양이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딱 한 바가지! 그 결정적인 한 번의 움직임이면 충분합니다. 그 작은 흐름이 고인 물을 깨우고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물길을 만듭니다.
시스템이 없다면 라포(Rapport)로 승부하세요.
규모가 큰 기업은 CA 조직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기에, 저는 정답이 없는 곳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비공식 CA들을 찾아 나섭니다. 사실은... HR 담당자의 지독한 '발품'입니다. 평소 친한 동료나 팀장님을 찾아가 고충을 듣고 끈끈한 라포를 쌓아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팀장님, 이번에 이거 한 번만 도와주세요. 팀장님이 먼저 해주시면 다른 동료들도 용기를 낼 거예요"라며 진심 어린 부탁을 건넵니다. 이런 비공식적인 연대야말로 조직문화 담당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HR은 무대 뒤의 연출가입니다.
HR이 혼자서 모든 짐을 지려 하면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닦아주는 연출가가 되어야 합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십시오. 내 부탁을 기꺼이 들어줄, 혹은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여 줄 그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오늘 그분께 가벼운 커피 한 잔을 제안하며 라포를 형성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