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회사의 여러 팀을 코칭하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팀은 성과를 위해 더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팀은 반대로 사람들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팀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과는 기대만큼 잘 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팀장으로 일하면서 압박도 해봤고, 편하게도 해봤고, 무작정 바쁘게도 뛰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시도가 사실 하나의 착각에서 다음 착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달라도, 그 안에는 성과를 바라보는 몇 가지 공통된 착각이 숨어 있습니다.
[1] 첫 번째 착각 — "성과는 압박에서 나온다"
물론 적당한 긴장감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은 긴장과 압박을 혼동합니다.
"마른 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와. 너는 너무 물러. 아이들을 더 쪼란 말이야."
그 말을 들었을 때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과가 나오지 않자, 내가 충분히 압박을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압박은 사람을 단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어도, 오래 움직이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지속적인 압박 속에 놓인 사람은 점점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도전보다 생존이 우선이 됩니다. 결국 새로운 시도를 멈추고, 조직은 점점 방어적으로 변해갑니다. 성과를 만드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몰입인데, 우리는 종종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착각합니다.
[2] 두 번째 착각 — "심리적 안전감은 편안함이다"
압박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뒤, 저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팀을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갈등을 줄이고, 피드백도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는 부드러워졌지만, 실천이 떨어졌습니다. 책임이 흐려졌고, 중요한 결정 앞에서 아무도 먼저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팀원들이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은 불편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것들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설명할 자료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습니다. 편안한 분위기가 그 부족함을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진짜 심리적 안전감은 그저 편안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내 말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상태, 상대를 신뢰하기에 나의 부족함과 취약함조차 드러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좋은 팀은 조용한 팀이 아니라 불편한 이야기조차 관계에 대한 우려나 걱정 없이 나눌 수 있는 팀입니다.
[3] 세 번째 착각 — "바쁨은 생산성이다"
편안함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자, 이번에는 열심히 뛰었습니다. 팀과 함께 더 바쁘게 움직이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확실히 성과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선에 이르자 정체되고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깨달은 것은 바쁘게만 움직이는 것과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조직은 종종 중요한 일을 깊게 하는 사람보다 늘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보다 사건과 자극에 대응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바쁜데 성과가 없는 조직"은 늘 하던 방식대로만 움직이고, 눈앞의 문제에만 반응하며, 우선순위가 없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지 못합니다. 바쁨은 성실해 보입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성과를 만드는 팀은 모든 일을 다 하는 팀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팀입니다. 그리고 지속된 바쁨은 과도한 피로감을 가져옵니다.
[4] 네 번째 착각 — "스트레스를 없애야 좋은 조직이다"
계속 바쁘게 달리다 지쳤을 때, 이번에는 쌓이는 스트레스를 없애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사람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너무 익숙한 일만 반복될 때, 도전받지 않을 때, 기대받지 않을 때 사람의 에너지는 오히려 떨어집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현장에서 함께 뛰면서 처음으로 팀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어렵고 낯선 일 앞에서 긴장했지만, 그 긴장 속에 의미가 있었고 함께라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 설레임이 함께 존재했습니다.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회복 없는 과부하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압박, 의미를 느낄 수 없는 반복,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이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네 가지 착각의 공통점은 결국 이것입니다. 조건을 바꾸면 사람이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사람은 조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 반응합니다. 다시 움직이고 싶어지는 에너지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했을 때 생겨납니다.
좋은 조직은 사람들을 계속 몰아붙이는 조직도 아니고, 그저 편하게만 두는 조직도 아닙니다.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함께 긴장하고, 충분히 회복하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드는 조직입니다. 결국 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움직이고 싶어 지게 만드는 에너지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당신의 팀은 어떤가요? 기대만큼 잘 움직이고 있나요? 아니면 혹시 저처럼 어떤 착각에 빠져있지는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