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X시대에 여전히 중요한 교육
요즘 뉴스나 유튜브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기술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가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개인 비서가 되고 사무실은 인간과 AI가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개개인이 어떻게 AI를 잘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지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기업 내에서도 학습의 열기가 뜨겁다. 예로부터 기술 발전으로 인한 업무의 변화는 그 업무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해왔다. 요즘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AX 관련 세미나, 밋업, 집합 교육 등을 보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임직원의 인지, 행동,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육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유효한 솔루션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교육도 실패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3가지 케이스를 통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 성과 평가의 이상과 현실
HRD 담당자라면 익히 알고 있는 Kirkpatrick의 교육 평가 모델에 따르면 교육 성과는 Level 1 반응(만족도)을 넘어 Level 4 조직 성과 (매출, 비용 절감, 품질 향상)로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육만족도가 여전히 가장 직관적이고 자주 사용되는 지표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학습자에게 필요한 교육이 늘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라는 법은 없다. 특히 자발적 참여가 아니거나 교육 결과가 인사결정과 연관된 경우 학습자는 큰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통상적으로 부정적인 교육 경험에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만족도가 낮으면 교육 효과성도 의심받게 된다.
교육 기획자는 만족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 개선을 기대받는다. 만족도 설문의 객관식 문항으로 불만의 영역을 파악하지만, 상세한 원인은 주관식 피드백에서 찾아야 한다. 낮은 평점과 부정적 의견이 반복될 때, 기획자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이제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Case 1: 만족도가 낮고 학습자 피드백에 뚜렷한 패턴이 없는 경우
가장 흔하면서 기획자 입장에서 난감한 케이스는 교육 만족도는 낮은데 학습자 피드백에서 너무 다양한 원인이 언급되는 경우이다. 혹은 피드백의 수 자체도 적을 경우도 있다. 뚜렷하게 의견이 모아지는 원인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서 감을 잡기가 어렵다.
특히 Top-down으로 내려온 오더 때문에 급하게 만든 교육 혹은 해당 주제가 우리 조직에 적용된 전례가 없고 어떤 의미로 자리잡을지 알 수 없는 경우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더욱 쉽다. 교육기획자는 주제와 업무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시중에 나와있는 기성 교육 프로그램 혹은 인기 강사를 모아서 커리큘럼을 구성하게 된다. 이런 경우 교육 목적을 명확하게 세우지 못한 채 교육을 빨리 롤아웃하고 운영하는데 급급하여 교육 모듈간 연관성이나 교육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를 놓치는 상황이 되기 쉽다.
학습자 입장에서는 인기강사의 수려한 언변과 화려한 교안을 보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으나 교육이 끝나고 나면 무엇을 왜 배웠는지 명확치 않기에, 교육의 효용성에 대해서 딱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만약 교재까지 구체성이 부족했다면, 학습자가 나중에 교재를 본다고 해도 무슨 이야기했는지 가늠할 수 없어, "해당 교육을 이수했다"라는 사실 외에는 딱히 남는 것이 없는 휘발성 교육이 되어버리기 좋다.
교육 기획자가 설계 단계에서 했어야 할 것:
주제만 가지고 바로 상품 서치를 할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의사결정자와의 상담 및 현업부서 리더 인터뷰를 통해 학습자의 To-Be 모습(해당 교육을 듣고 현업에 복귀했을 때 기대되는 지식수준 혹은 행동)을 최대한 도출해야 한다
업체나 강사의 컨텐츠를 철저하게 이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해야 한다
전체 커리큘럼 상에서 각 모듈이 왜 거기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의도를 교육목적에 맞춰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Case 2: 만족도가 낮고 수준별 교육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경우
직무 교육, 특히 기술 교육을 런칭하면 꽤나 빈번하게 나오는 의견이 바로 "강의 속도가 빠르다, 따라가기 어렵다"라는 말이다. 그와 비슷하지만 더 강한 어조의 버전은 "향후에는 수준별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코멘트이다. 사실 기업 환경에서 수준별 교육을 만드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교육기획자의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주로 나오는 부정적 의견이 "교육 진행 속도"에 관한 것이라면 액면 그대로 주어진 시간에 비해 교육 내용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기업교육 맥락에서는 임직원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 업무공백이 있으니, 이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하지만 이에 휩쓸려 학습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를 야기한다면, 내용이 흡수되지 않아 교육 효과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정보는 덜어내고, 배운 내용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돕는 액티비티를 편성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수준별 교육"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면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학습자들이 해당 교육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선수지식(prerequisite knowledge)이 결핍된 상태로 교육에 노출되었다는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기획할 때 정의한 타겟 대상자에 대한 가정이 완전히 어긋났거나, 그 타겟 대상자와 동떨어진 학습자들이 참여(입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 오픈되었을 때 실제 어떤 학습자가 입과할지 100% 통제할 수 없기에, 만약 타겟 대상자에 대한 가정(역할과 입과 동기, 업무경험 및 지식수준)과 상관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입과하고 있다면, 학습자들은 교육에서 "걷지도 못하는데 뛰라"는 주문을 받은 격이 되어 강의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불편감은 만족도 저하뿐 아니라 교육효과의 부재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교육 기획자가 학습자들의 출발선을 맞추기 위해 해야 할 것:
만약 교육과정의 첫 차수에 이런 상황을 감지했다면, 입과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하도록 돕는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건물을 짓기 전에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흔한 접근방식은 "사전학습 과정"을 편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중에 나와있는 온라인 과정 중에 선수지식을 커버하는 것을 골라 사전 학습으로 셋팅하여, 입과자들의 선수지식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다. 사전학습 과정을 안내할 때에는 왜 이 과정을 미리 듣고 입과해야 하는지, 이 내용을 기반으로 교육 중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미리 고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초심자를 위한 용어집(glossary)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것이다. 필자가 예전에 책임급 엔지니어를 타겟으로 만든 교육 과정에 신입사원이 대거 입과하여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다. 사실 기존 임직원의 업무 전환을 위해 만든 리스킬링 과정인데, 신입사원들이 업무로드가 상대적으로 적고 양성이 필요하다 보니 부서 리더들이 "직무 교육이니 들으면 도움이 되겠지"라고 입과를 권한 것이다. 아직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술용어를 모르는 신입사원들에게 강의내용은 마치 외국어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들이 느끼는 혼란과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모듈별로 기술용어를 추출해서 용어집을 만들어 배포했더니 "따라가기 어렵다"는 불만이 바로 사라졌다. 만약 이조차 여의치 않다면 교안에서 특정 용어가 처음 등장할 때 정의를 각주로 달도록 하는 등 조금 더 가벼운 해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Case 3: 만족도가 낮고 강사 역량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
강사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은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주관식 의견란에 이런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 교육기획자에게 있어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강사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은 대체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원인이 명확하기에 개선 활동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강사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거나 "실습 시 막히는 부분에 대해 강사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라는 식이다. 반면 좀 더 모호하게 "강사역량이 부족하므로 전문 강사가 필요하다"라는 코멘트가 나오기도 한다. 보통 한번 과정을 런칭하면 중간에 강사를 변경하기는 어렵기에, 결국 교육기획자가 해당 강사에게 모듈의 내용 설계 및 교수법에 대한 개선 방향성을 제공해야 하며, 개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하므로 기획자 입장에서도 도전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교육 기획자가 강의력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것:
이런 상황에서 교육기획자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은 바로 직접 교육에 참관해 보는 것이다. 한두 시간이라도 강의현장을 관찰할 수 있다면, 왜 해당 강사에 대해서 특정 표현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직접 참여가 여의치 않다면 과정운영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간접적인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교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면서 내용이 조직화된 방식을 점검해볼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드러지는 불만족의 원인을 2-3개로 좁힌 후 그것을 모두 해결하는 방향으로 강사와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필자가 맡았던 과정에서 강의력의 개선이 필요했고, 여러 자료를 다각도로 살펴본 뒤 불만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던 것은 교육 내용이 조직된 방식과 교수법 둘 다였다. 강의 도입 부분에 해당 모듈의 목적과 내용에 대한 개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교안이 구성되어 학습자의 기대치를 관리하지 못한 점, 강의로 인해 피곤이 쌓인 강사가 적시에 학습자들에게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누락한 채 진도를 계속 나갔던 점이 원인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도입부분에 들어갈 내용을 추가로 수배하여 교안을 보강하였고, 강사에게 수업계획(Lesson Plan)을 추가적으로 작성하도록 요청하여 그 문서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그렇게 한 결과 다음 차수에서는 강의력에 대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마치며
교육을 기획할 때 설계가 완벽하지 못했거나, 운영 중에 상황이 바뀌어 만족도 이슈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교육 기획자가 학습자의 입장에서 경험을 바라보려 한다면, 만족도 데이터 속 진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이미 진행 중인 교육이라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본 글에서 다룬 세 가지 사례는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상황들이다. 교육 목적이 불분명하면 학습자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수준 차이가 문제라면 사전학습이나 용어집으로 격차를 줄이며, 강사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직접 참관해 구체적인 해법을 찾으면 된다. 결국 만족도를 높이는 비결은 데이터 너머 학습자의 진심을 듣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AX 시대를 맞아 임직원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이런 통찰력과 실행력이 조직 변화를 이끄는 HRD 담당자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