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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에서 팀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조직 안에서 팀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자율성을 주려다 마주친 고민: 기대와 현실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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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인가HR인가Jul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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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조직에서 전 팀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주려고 애썼다. 나 스스로도 직무에서 자율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팀원들도 알아서 일을 주도해 나가길 바랐다. 주니어 팀원들이 아니기도 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늘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가끔은 팀원들과 부딪히기도 했고, 어떤 팀원들은 이 자율성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물어오며, 내가 생각했던 자율성의 범위와는 다른 질문들을 던질 때도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일의 범위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건 자율성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자율성을 준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직에서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줄 때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1. 구성원이 자율성을 얼마나 원하는가? (동기적 메커니즘: 특성 기반)

  • 자율성 욕구 (Need for Autonomy): 구성원마다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싶다'는 욕구가 다르다. 자율성을 강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자율성을 주면 신나게 일하지만, 자율성보다 명확한 지시를 더 선호하는 사람에게 자율성을 주면 오히려 스트레스받고 동기가 떨어질 수 있다.

  • 성취 욕구 (Need for Achievement):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율성을 주었을 때 더 큰 동기를 얻을 수 있다.

2. 구성원이 자율성을 '유용하다'고 생각하는가? (동기적 메커니즘: 상태 기반)

  • 인식된 유용성 (Perceived Utility): 구성원이 '이 자율성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혹시 손해가 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논문은 제시한다. 자율성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책임만 늘고 스트레스만 커진다고 생각하면 동기가 떨어진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 팁: 자율성을 주면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하거나(예: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자율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적인 성장 기회를 강조하면 유용성 인식을 높일 수 있다.

  • 자기 효능감 (Self-Efficacy): '내가 이 자율성을 가지고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능숙한 베테랑은 자신감이 있으니 자율성을 원하지만, 경험 없는 신입은 불안해서 명확한 지시를 더 선호할 수 있다.

    • 팁: 충분한 훈련, 명확한 피드백, 롤모델 제시 등을 통해 구성원의 자신감을 높여준 후에 자율성을 주는 것이 좋다.

3. 구성원이 상사보다 해당 업무를 더 잘 아는가? (정보적 메커니즘)

  • 정보 비대칭 (Information Asymmetries): 과업을 직접 수행하는 구성원이 상사보다 그 일에 대한 더 많고 정확한 정보(노하우, 최신 기술 등)를 가지고 있을 때 자율성을 주면 성과가 향상된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구성원이 자신의 고유한 지식을 활용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팁: 구성원이 가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면, 무턱대고 자율성을 주기보다는 정보 공유를 통해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이다.

4. 업무가 얼마나 복잡한가? (정보적 메커니즘: 조절 변수)

  • 과업 복잡성 (Complexity of the Task): 일이 복잡할수록 자율성 부여로 인한 (인지적 분산)이 커질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즉,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지적 자원이 분산되어 일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 팁: 복잡하거나 실수가 치명적인 업무(예: 안전 관련 업무)의 경우, 자율성 부여가 오히려 성과를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5. 업무가 다른 팀원들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구조적 메커니즘: 과업 상호의존성)

  • 과업 상호의존성 (Task Interdependence): 업무가 다른 팀원들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즉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인지를 나타낸다.

    • 팁:

      • 상호의존성이 낮을 때 (독립적 업무): 각자 독립적으로 일해도 되는 업무(예: 개인별 보고서 작성)에는 자율성을 많이 주면 좋다고 논문은 제안한다. 구성원이 자신의 방식대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상호의존성이 높을 때 (협력적 업무): 서로의 업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업무(예: 개발 프로젝트, 생산 라인)에는 무작정 자율성을 많이 주면 (프로세스 손실)이 커진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즉, 각자 자기 맘대로 움직이다가 엇박자가 나고 전체 팀워크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경우에는 개인의 자율성보다는 팀 전체의 조율과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6. 업무 내용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가? (구조적 메커니즘: 과업 가변성)

  • 과업 가변성 (Task Variability): 업무 내용이나 절차가 얼마나 자주 바뀌고, 예외적인 상황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를 나타낸다.

    • 팁:

      • 가변성이 높을 때 (변화무쌍한 업무): 새로운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정해진 절차가 없는 업무(예: R&D, 스타트업의 신규 사업)에는 자율성이 필수적이라고 논문은 강조한다.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가변성이 낮을 때 (반복적인 업무): 절차가 명확하고 반복적인 업무(예: 단순 데이터 입력, 생산직)에는 자율성의 필요성이 낮다고 논문은 언급한다. 자율성이 없어도 성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7. 조직 내 규칙과 절차가 얼마나 엄격한가? (구조적 메커니즘: 공식화)

  • 공식화 (Formalization): 조직에 정해진 규칙, 절차, 매뉴얼 등이 얼마나 많고 엄격한지를 나타낸다.

    • 팁:

      • 공식화가 낮을 때 (유연한 환경): 규칙이 적고 유연한 조직에서는 자율성을 주었을 때 구성원이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고 성과를 낼 기회가 많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 공식화가 높을 때 (엄격한 환경): 규칙과 절차가 매우 엄격한 조직(예: 공공기관, 대기업의 특정 부서)에서 자율성을 무리하게 주면, 구성원이 규칙을 위반하게 되어 불이익을 받거나(예: 징계) 동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율성보다는 명확한 지침과 규칙 준수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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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이전 조직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공식화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일을 진행하려면 리더와 여러 차례 논의해야 했고, 그래서인지 그 조직에서는 '싱크(Sync)', '얼라인(Align)', '컨센서스(Consensus)' 같은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다. 이해관계 부서가 있다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수적이었고, 공식 회의나 미팅을 진행하기 전에는 해당 부서의 리더나 책임자에게 비공식적인 루트로 미리 언질(Heads-up)을 주는 것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었다.

이렇다 보니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다른 조직에서는 금방 실행될 만한 일조차도, 이전 조직에서는 여러 차례 검토하고, 논의하고, 합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다층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파급력이 큰 일이라 신중함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리더의 지나친 분주함으로 인해 적시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제대로 된 권한 위임(Empowerment)이 부족했다. 리더는 자신의 지위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의사결정(예: 교육 공지문 디자인)까지도 자신을 거치지 않으면 매우 불편해했다.

더 나아가, 내 직속 리더는 자신을 건너뛰고 그 위의 최종 결정권자에게 보고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따라서 최종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내 직속 리더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장 역할을 맡은 나조차도 그에 걸맞은 자율성을 가지고 일하기 어려웠으니,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물론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자율성을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전 조직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생각보다 엄격하고 경직된 환경과 문화, 그리고 리더십이었다고 본다.

심리학에서는 강한 상황(STRONG SITUATION) 과 약한 상황(WEAK SITUATION) 이라는 개념이 있다. 강한 상황이란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명확하고 강력한 단서가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교통 신호등의 빨간불은 '정지'라는 행동을 강하게 지시하고, 도서관에서 '정숙'이라는 안내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행동을 유도한다. 이러한 강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는 상황적 요인이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사람들은 상황이 주는 단서에 따라 유사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크다.

반면에 약한 상황은 특정 행동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단서가 부족한 환경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분위기의 파티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정해진 규칙이나 기대되는 행동이 비교적 적다. 이러한 약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성격, 가치관, 기질 등 내적인 요인이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약한 상황에서는 사람들마다 매우 다양한 행동 패턴을 보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이전 조직의 사례를 이 개념에 비추어 본다면, 나의 이전 조직은 매우 '강한 상황'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조직 내의 높은 공식화 수준, 다층적인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리더의 권한 집중과 같은 요소들은 구성원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강하게 유도하거나 제약하는 강력한 단서로 작용했다. 즉, 개인의 자율성이나 주도적인 성향이 강하더라도, 조직이라는 '강한 상황' 속에서는 그 성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상황이 주는 제약 때문에 예상되는 행동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내 이전 조직의 리더들이 자신들의 조직이 '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강한 상황'을 설정해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도 '자율'을 조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모습은 사실 모순적이었다. 어떤 개념이 '가치'로 여겨지는 것과 '역량'으로 여겨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인데, 과연 그들은 이러한 차이를 알고 있었을까? 자율성이 조직의 핵심 가치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구성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나 권한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내 동료나 팀원들이 자율성을 '부담'으로 느꼈던 것은 결국 '인식된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즉, 자율성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권한이 뒷받침되지 않아 책임만 커지고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는 곧 '권한 없는 책임'으로 이어진 셈이다.

* 참고문헌 : Langfred, C. W., & Moye, N. A. (2004). Effects of task autonomy on performance: an extended model considering motivational, informational, and structural mechanis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9(6), 934.


인가
브랜딩인가HR인가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ㆍ작가 ㆍ지금은 프리워커
[저서] 더 시너지, 자기다움에서 우리다움으로 /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 조직문화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 / 딜레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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