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금요일,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액션러닝협회의 제21회 액션러닝컨퍼런스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컨퍼런스 후 송도로 돌아오는 길, 특별한 분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바로 현재 포스웰 대표님이자 한국액션러닝협회 회장님이신 김상락 회장님이셨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12년 전, 저는 포스코 그룹연수원인 포스코인재창조원에 사내 공모로 입사하여 첫 부서 배치를 받았습니다. 그때 저의 첫 팀장님이셨던 분이 바로 김상락 회장님이십니다. 당시 팀장님은 인재창조원에서 임원까지 역임하시고, 지금은 수백 명의 직원은 물론 수만 명의 하루를 책임지는 계열사 대표로 계시죠. 대전에서 송도까지 2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 동안, 저희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장하며 좋았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리더와 팀원이라는 다른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했던 몇 가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소중한 지혜들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1.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
팀장님(김상락 회장님)께서는 일을 지시하실 때마다 그 배경과 목적을 명확히 설명해 주시거나, 일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그 의미를 되짚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늘 교육/강의의 본질적인 목적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정도경영실 부장님께서 윤리교육 강사로 오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팀장님은 제게 와인 선물과 함께 직접 손편지를 쓰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팀장님께서 허투루 지시하시는 법이 없으시기에 정성껏 손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쓰던 중, 문득 이분이 신입사원 시절 저에게 윤리교육을 해주셨던 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입사원이었던 제가 이제는 그분을 모시고 강의를 요청드리는 상황이 감개무량했고,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 돌고 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채웠습니다.
부장님께서는 처음에 편지의 존재를 모르셨다가 몇 시간 뒤 메일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오셨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부장님께서는 이후 글로벌 교육의 윤리 파트를 적극적으로 맡아주셨고, 저는 오실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저는 직접 인도 출장을 가서 현지 리더와 직원들에게 윤리교육을 진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저 윤리강사 출신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팀장님의 '작은 정성은 결국 큰 감동을 준다'는 가르침을 깨달았고, 교육 또한 퍼스널 마케팅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2. 맡은 업무는 '전문가'라는 마음으로 임하라
두 번째 이야기는 '1년이든 2년이든 순환근무나 사내파견이더라도 담당 업무를 하는 동안은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는 팀장님의 훈련 방식이었습니다. 현재 연수원을 거쳐가는 많은 직원들이 이후에도 해당 커리어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 저희 둘 다 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저는 첫 부임 후 몇 달간 현업과 학습을 병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책을 읽고 북토크를 하고, 모의 강의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어느 순간 DDI나 Mercer 같은 글로벌 기업 전문가분들, 교육공학 전공자분들과도 심도 깊은 교육학 대화를 무리 없이 나눌 수 있게 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분들께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소중한 인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잠깐 있을 거니까",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을 보며, 결국 그 '잃어버린 3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아쉬움에 공감했습니다.
3.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변화한다
작년, 김상락 회장님께서 연수원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이시던 시절, 몇몇 후배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와 선릉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때 저는 커리어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번에 회장님과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직 연수원에 HRD(인적자원개발)에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말씀에 누구인지 여쭤보니, 바로 저와 식사했던 그 직원들이었습니다. 특히 포스코인터내셔널 직속 후배 한 명은 작년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고, 그래서 더 성장시켜주고 싶었다는 회장님 말씀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선생님이 똑같은 수업을 하는데 어떤 학생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만큼 변화하고, 어떤 학생은 아무런 변화도 없다면, 과연 그것은 선생님의 잘못일까, 아니면 학생의 잘못일까?"
결국, 변화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결단과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저는 포스코인재창조원 초대 원장님을 역임하셨던 75세의 대선배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당시 멕시코 법인 강사 양성 온라인 강의를 새벽 4시에 하던 중 새벽 출근하신 원장님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이후 원장님께서 저를 좋게 평가해 주셔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장님께 연락드리게 된 계기는 이러했습니다. 어느 날 연수원 후배의 안부 전화와 고민 상담을 받으면서, '후배가 연락을 주니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나도 선배들께 전화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ATD 디브리핑을 보던 중 원장님께서 직접 ATD에서 발표하신 것을 보고 안부 연락을 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지속적으로 만나 뵙게 된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마지막 조언은 이것입니다. "선배들은 후배에게 먼저 연락하기를 다소 부담스러워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문득 생각나는 그분이 계시다면, 먼저 연락을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단순한 추억 팔이를 넘어, 지금 나의 위치를 돌아보고 미래의 방향을 재조명할 수 있는 좋은 전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선순환은 우리가 훗날 선배가 되었을 때 후배들에게 연락을 받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소중한 씨앗이 될 것입니다.

*수십번의 제철소 방문(좌측위), ATD 발표(우측위), 늘 따뜻했던 생일축하(좌측하), 현지부장양성과정 입과자들과 함께(우측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