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번째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창 여름휴가 중인 8월입니다. 벌써 한해의 절반 이상 지나간다는 생각, 또 휴가를 보내면서 지나간 일들, 또 다가올 일들을 정리하기도 하는데요. 저도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울 정도로 틈틈히 쉬기도 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다들 Refresh 하시는 8월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빠른 성과가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번아웃은 이제는 매우 흔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과로로 인한 휴직, 병가, 갭이어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번아웃은 언제부터 우리에게 이렇게 가깝게 다가왔을까요? 번아웃의 유래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번아웃(Burnout)은 장기간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감정적 부담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1970년대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허버트 프루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처음 제안했으며, 그는 특히 헌신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이 탈진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이후 사회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마슬라크(Christina Maslach)가 이를 체계화하며, 정서적 탈진, 냉소적 태도, 성취감 저하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정의하였습니다. 오늘날 번아웃은 다양한 직업군에서 나타나는 직무 관련 심리적 현상으로 인식되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Wilmar Schaufeli - Burnout: A Short Socio-Cultural History (PDF))
저 또한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이를 회복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오고 있는데요. 이 중에서 저는 “헌신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이 탈진하는 현상에 주목”이라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번아웃이 오는 것을 많이 보았거든요. 오히려 “일”을 그저 “일”로서 바라보고 다른 인생의 요소들과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수행하는 분들은 건강하게 오래 일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대학교 때 HR팀과 전혀 거리가 먼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경영학 수업 중 조직행동학에 매료되어 HR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죠. 몇 가지 직업을 돌고 돌아 드디어 인사팀에 입사했을 때 저는 얼마나 HR 업무에 헌신적이고 이상적이었을까요? 단지 “월급을 받는 일”, “Job”이상이었을 겁니다. 프로젝트 하나를 개발할 때에도, 운영할 때에도 정말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죠. 직원들과의 면담시간에도 늘 즐겁게 최선을 다했죠. 하지만 누구나 에너지의 한계가 있듯이 회사에 120~130%를 쏟아내고 집에 쓰러져서 있는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죠. 회사에서 주는 상, 승진, 평가 점수와 맞바꾼 삶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제 일을 너무 사랑해서 저를 내던지고 쏟아낸 결과였죠.
이 과정에서 탈진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저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너무 좋아하는데, 소진되는 것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게 바로 저더라구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그때 밑줄 치면서 읽던 책 [번아웃, 회사는 나를 다 태워버리라고 한다.(사빈 바티유)]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책은 번아웃의 증상의 분석 그리고 벗어나는 법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번아웃은 어떤 증상으로 발전 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더 번아웃에 빠지기 쉬운지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혹시 내가 번아웃인데 혹은 그 직전인데라고 평소에 느끼실까요? 번아웃은 사실 스스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아래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1차 경고는 사실 직장인들이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정도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거나 고객사를 만나는 등 직급이 올라갈 수록 업무는 과중해 지기도 하고,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2차 경고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됩니다. 자신감이 감소하고, 자질에 대한 의심이 들면서 내가 이 일들을 다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괴감까지 빠지게 되죠. 이쯤되면 일상에서 금방 털고 회복하기에는 쉽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강제적인 조치로 병가를 내면서 쉬거나 퇴사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큰 손해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인터뷰에서 고성과자였던 분들이 특히 지쳐서 쉬기 위해 퇴사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됩니다만, 번아웃 피해자라고 책에서는 정의 내리는 분들의 특징을 한번 보겠습니다.
번아웃이라는 내용을 떼고 보면, 회사에서 인정받는 고성과자의 모습일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뭐가 나쁘다는건가?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한국사회에서 기본값 아닌가요? ^^;;;) 그렇다면 이러한 성향을 갖추었다고 다들 번아웃에 빠질까요? 제가 이 내용을 다루면서도 참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서도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임에도 건강하게 즐겁게(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고성과를 내는 분들과 이야기 해보기도 했습니다. 저도 요새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지속가능한 커리어이거든요. 제가 원할 때 멈출 수는 있지만 무리한 업무로 어쩔 수 없이 지쳐서 떠나야 하는 일 만큼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주제를 계속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고성과와 지속가능한 커리어요.
100세 시대에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하고 싶은 일을 오래 오래 하고 싶을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번아웃이 올수도 있고, 사람마다 케이스는 다르지만 잠시 쉬었다가 가기도 하고 이후에 변화해 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드는 생각은 나의 마음과 몸을 무리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겠죠.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도, 일도 우리가 가진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관리할 줄 아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오프피스트에서는 자유롭게 주제를 약간씩 벗어 나더라도 제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하고 싶은 얘기들을 가볍게 자주 나누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밌게 읽은 책들은 글마다 꼭 하나씩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여름의 마지막 끝자락을 즐기시면서 건강하게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