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에 따라 성과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떠올려볼 때 우상향이나 우하향 혹은 수평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위기가 아니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며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기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 양상을 보이는 그래프에서 찾을 수 있다. 불안정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대책마련에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 위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일명 VUCA로 일컬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접근했다. VUCA는 1987년 미육군 대학원(US Army War College)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글자로 만든 용어다. 그러나 최근에는 VUCA를 넘어 BANI로 넘어갔다.
BANI는 2018년 미래학자 자마이스 카시오(Jamais Cascio)가 처음 만든 용어로 깨지기 쉽고(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적이며(nonlinear) 이해할 수 없는(incomprehensible)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리더십 발휘의 기본요소라고 일컫는 리더와 팔로워 그리고 상황은 이미 BANI로 설명되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리더는 팔로워 위에 군림하거나 권위적으로 조직을 움직이기 어려우며 다양한 세대에 분포되어 있는 팔로워는 추구하는 가치와 동기유발 요소가 천차만별이다. 그동안 접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고 변화의 속도도 이전과는 달리 빨라졌다.
이러한 리더십의 위기는 조직의 규모와 특성에 관계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리더십이 부재할 경우, 효율성, 효과성, 공정성, 지속가능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단순한 일은 아니다.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은 물론, 대상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황과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Bolman & Deal(2021)이 제시한 Reframing Organizations에서 다루고 있는 네 가지 프레임으로 접근해볼 필요도 있다.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따라서 조직을 이해하는 다양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으면 조직을 더 잘 이해하고 더 효과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먼저 구조적 프레임(structural frame)이 있다. 이 프레임은 조직의 공식적인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계층 구조와 보고관계, 업무분할 등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있어 적합한 접근방식이다. 다음으로 정치적 프레임(political frame)이 있다. 이는 조직 내부의 권력 역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조직 내에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자원이 배분되는 과정 그리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협상에도 일조할 수 있다. 그리고 인적자원 프레임(human resource frame)이다. 이 프레임은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재유치, 개발, 유지 등은 물론, 구성원의 기술, 동기, 가치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상징적 프레임(symbolic frame)이다. 이는 조직의 문화를 형성하는 상징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같은 프레임은 조직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리더가 직면하는 위기, 즉 문제들은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어떤 한 가지 프레임만으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그래서 발생했거나 향후 발생이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면 이전의 프레임이나 어느 한 가지 특정한 프레임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다양한 프레임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리더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좋은 리더를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마주하고 있는 상황과 대상을 다양한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이에 적합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좋은 리더를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리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십 교육이나 개발에 있어 다양한 프레임에 기반한 사례분석이나 문제해결 등도 고려해볼만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면 스스로 좋은 리더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운(運)이나 기(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것은 개인의 의지(意志)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여러가지 프레임으로 생각해보고 시도해보는 것이다. 리더십은 일종의 종합예술과도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