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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일기] K-Pop, K-Drama... 이젠 K-HR 시대(1)

[인사담당자 일기] K-Pop, K-Drama... 이젠 K-HR 시대(1)

전 세계가 K-콘텐츠를 배우는 시대, 왜 HR만은 'K-HR'이 없을까? 세계 어디에도 없는 HR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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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건
태건Dec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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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2일 월요일, 날씨 흐림

제목 : K-Pop, K-Drama, K-food, 이젠 HR도 ‘K-HR’!

일전에 내가 참여하고 있는 HR 스터디 커뮤니티에서 세미나를 요청받아 발표를 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동안 여러가지 핑계로 강연 부탁을 피하고 미루다가 존경하는 커뮤니티 회장님이 강제로 등 떠밀어 주신 덕분(?)에 하게 된 발표였다. 막상 하려고 보니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경력년수나 경험한 회사들이 너무나 다양해서 적절한 컨텐츠를 설정하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HR 각 세부 직무별로 내가 경험했던 에피소드들과 해당 업무들을 좀 더 잘 하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넓게 펼쳐 세미나를 진행했었다. 발표 마지막 즈음에 Wrap-up 하면서 언급했던 'K-HR'에 대한 내용이 참여자들에게 꽤 피드백이 좋아서 오늘은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본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세상은 VUCA, BANI 등의 용어들을 만들어 낼 만큼 우리의 업무 환경은 이전보다 복잡하고, 어렵고, 예측 불가능하게 되었다. 용어 자체도 외우기 어렵고 복잡하다. +_+;; 이런 상황에서 업무 방향에 대해 빠르게 확신을 갖고 추진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소위 '잘 하는 HR'을 찾아서 좇게 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실리콘밸리에서 크게 성공한 회사들이 되었다. 근데 생각해 보자. 그냥 성공한 회사의 HR인 건지, 그 회사들의 성공이 HR이 잘 해서 된 것인지? 물론 HR의 기여가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인과 관계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어릴 때(이거 너무 연령대가 드러나서 민망하긴 한데 ㅎㅎ), '미제 초코렛', '일제 라디오' 이런 용어들이 있을 때가 있었다. 한국 것보다는 외국 것이 무조건 좋았다. 지금도 그러한가? 지금은 K-pop, K-drama, K-food, K-beauty 등 우리 생활에서 밀접한 웬만한 문화 상품에는 모두 'K'가 붙는 시대가 되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소위 금발머리와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한국어 발음으로 노래와 안무를 따라 하거나,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구고 김밥을 싸 먹는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누가 그럴 거라고 예측했다면 미친 사람 취급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K-HR'로 성행할 수 없을까? 해외 HR 담당자들이 배우고 싶은 포인트가 없을까?

내가 2007년 미국 LA에서 실시된 GPTW(Great Place to Work) Conference에 참여했을 때, 당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세션을 할당 받아 조직문화 우수사례를 발표한 미국 회사들은 주로 camaraderie(동료애), recognition(인정), family-friendly benefits(가족친화 혜택)와 같은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직원 생일을 사내에서 축하해 주는 일이나, 출산휴가 복귀자에 대한 환영식, 장기 근속자에 대한 보상 등이 사례로 발표되었는데, 당시 좀 더 수준 높은 HR을 배워보겠다고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이미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를 포함하여 다수의 한국 회사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용하고 있던 복리후생 제도들이었다. 당시 현지 미국인 참석자들은 연신 ‘Wow’를 외치며 사례 발표에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회사에서 저런 것까지 해 주는 구나’하는 반응이었다. 우리 한국 참석자들은 그 정도에도 놀라는 반응에 놀라서 또 다른 ‘Wow’를 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꽤 잘 하고 있는데?’ 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출장이었다. 출장 복귀 비행기 안에서 두 번째 기내식을 먹으며 conference 내용을 곱씹을 때 쯤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인체를 세포와 장기의 집합체로 본 서양의학은 MRI, CT, X-ray 등 현대 의학 기계로 환자 몸을 진단하고 치료해 왔었는데, 이제는 스스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체를 전체 균형과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보는 한의학에 관심을 갖는 느낌이었다. 내가 살면서 몇 번 발목을 접질러 다쳤을 때, 물리치료와 깁스 보다는 침과 뜸이 더 빨리 나았다.

자,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K-HR'의 자랑스런 면모를 보자.

K-HR은 제도나 프로세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관계, 그리고 ‘정(情)’을 중심에 둔 일종의 HR 철학이다. 이 철학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을 단단하게 묶는 힘으로 작동시키는 데 유리하다.

1. 사람 기반 HR

수년 전부터 여러 HR 관련 발표나 아티클들을 보면 직무 기반 HR이 미래에 대세이고 정답이 된 것 같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세상 흐름과 거꾸로 간다고, HR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취급 받아도 어쩔 수 없다. K-HR은 직무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어서 빠른 환경 변화에 더 유연하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 특히 AI의 확산으로 인해 직무 간의 장벽이 낮아지고 직무 구분이 모호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오히려 사람 기반 HR의 장점이 극대화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각자의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형성된 사회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제도의 겉모습만 비슷하게 모방한다고 해서 그 정서까지 짧은 시간에 같아지기는 어렵다.

이런 상반되는 사례가 기억난다.

'제가 관리회계 담당이지만, 이전 회사에서 구매 업무 경력도 있어서 이 건은 제가 해 보겠습니다' vs '저는 관리회계 담당으로 입사했는데 구매 업무까지 해야 하나요?'

2. 직급과 호칭

수년 전부터 한국의 다수 회사들이 직급을 간소화 하거나 없애고, 호칭도 닉네임, 영어 이름, 'ㅇㅇ님' 등의 소위 '수평적 호칭'이 유행처럼 번졌다. 조금 과장하여 표현한다면, 나는 그것이 실리콘밸리를 모방하는 데 급급했다 생각한다. 물론 무작정 따라했던 것치고는 장점을 많이 누리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서양과 동양, 미국과 한국의 오랜 역사로부터 우리 DNA에 새겨진 인식을 단숨에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오죽하면 다시 직급 호칭을 부르는 제도로 되돌아가는 회사들이 발생할까.

'대리님', ‘과장님’ 등의 호칭은 단순히 타이틀과 위계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근속과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에 대한 회사로부터의 인정과 존중이다. 직급이 존재함으로 인해 선후배 간 자연스러운 멘토링, 기술 전수, 책임감이 이 구조 안에서 형성된다. 어제까지 대리였던 내가 오늘 승진으로 인해 과장이라는 상위 직급으로 회사에서 불리어질 때 인정받는 느낌은 금전적 보상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의 가치가 있다. 한 편 직급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회사에서는(최근에는 승진 발표 조차도 하지 않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승진자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연봉 인상에만 집중된다. '이번에 승진했으니 연봉이 많이 오르겠지' 라고 기대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다 안다. 승진을 해도 그다지 연봉이 많이 오르지 않음을. 그러다 보니 승진을 하고도 더 실망을 하게 되는 우스운 상황까지 발생한다. 회사에서 승진제도를 왜 운영하는지 근본적인 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두 경우의 회사를 모두 경험해 보니, 직급 호칭을 쓰지 않는 회사에서 승진자들의 연봉 불만 사례가 더 많았다.

3. 입사 동기 제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사람들을 '동기'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묶어 준다. 회사가 그렇게 의식적으로 묶어서 부르지 않으면 동기가 안 된다. 상당히 잘 하고 있는 K-HR 전략이다.

동기가 있어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동기는 회사 생활이 힘들 때 심리적 버팀목이 된다. 함께 선후배 흉도 보고, 회사 욕도 하고, 힘들어 하는 동기를 위로도 해 준다. 또한 입사 시기가 같으므로 상호 건전한 경쟁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회사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동기들 간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나 부서 간 협업과 활력을 향상시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한국의 조직은 ‘함께 시작한 인연’을 중요하게 여긴다.

쓰다보니 일기가 길어졌다. 시간이 늦었다. 자야겠다.

다음 얘기는 내일 2부에서 이어서 하겠다.

※ 본 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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