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진과 자무카, 같은 인재를 두고 다른 조직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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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진과 자무카, 같은 인재를 두고 다른 조직을 만들다

人事萬史 : 칭기즈칸, 씨족에서 제국으로 ③
리더십리더임원CEO
영준
유영준Sep 19, 2026
1645

0. 초원 앞에서


12세기 후반 몽골 초원에서 사람은 혼자 살아남기 어려웠다. 혈연과 혼인, 안다와 동맹이 생존의 기반이었고 한 지도자가 가진 힘도 결국 그를 따르는 사람의 수와 관계에서 나왔다. 어느 한 집단이 오랫동안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한 것도 아니었다. 오늘 함께 싸운 세력이 내일 다른 편에 설 수 있었고, 한 번의 패배가 곧 사람의 이탈로 이어지기도 했다.

테무진과 자무카는 그런 세계에서 가까운 사이로 출발했다. 『몽골비사』는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안다를 맺었다고 전한다. 안다는 단순한 친구보다 무거운 관계였다.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의형제와 비슷한 결속을 맺으며 필요할 때는 정치적·군사적 동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르테가 메르키트에게 납치되었을 때 자무카는 테무진을 도왔다. 당시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은 같은 적을 향해 움직이는 동맹이었고 서로의 군사력과 관계망을 활용할 수 있는 가까운 파트너였다.

그러나 같은 전쟁을 치렀다고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늘어나고 자리가 생기고 전리품과 권한을 나누기 시작하면 지도자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드러난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갈등은 한때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우정이 깨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지도자에게 모이고 왜 떠나는지를 보여주는 조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 우리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두 명의 팀장이 승진한 회사가 있다. 둘 다 실적이 좋았고 대표의 신뢰도 높았다. 한 사람은 숫자에 강했다. 매주 목표를 쪼개고 미달한 직원에게 이유를 묻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업무를 바로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다른 사람은 속도가 조금 느렸지만 일이 꼬였을 때 누가 무엇을 놓쳤는지 함께 확인했고 신입에게도 일정 범위의 판단을 맡겼다.

처음 몇 달은 첫 번째 팀의 성과가 더 좋았다. 대표도 그 팀장을 높게 평가했다. 보고서만 보면 승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나면서 다른 숫자가 나타났다.

첫 번째 팀에서는 경력직 두 명이 나갔고 신입 한 명은 수습기간이 끝나기 전에 퇴사했다. 프로젝트는 제때 끝났지만 같은 팀으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사람은 줄었다. 반면 두 번째 팀은 눈에 띄는 최고실적은 없었지만 다른 부서에서 이동을 희망하는 직원이 생겼고 팀 안에서 작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이 늘었다.

대표는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성과가 더 좋은 팀인데 왜 사람이 빠질까.”

성과와 추종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오래 남는 팀이 자동으로 좋은 팀이라는 뜻도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관계만 좋은 조직도 오래 갈 수 없다.

경영자가 봐야 할 것은 둘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성과를 만들면서 사람이 남는가. 사람이 남으면서 다음 성과를 낼 힘이 쌓이는가.

테무진과 자무카의 경쟁은 현대 회사의 팀장 평가와 같은 일이 아니지만, 두 지도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과정을 보면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2. 같은 곳에서 출발한 두 사람

테무진과 자무카가 처음부터 서로 정반대의 리더십을 가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두 사람 모두 초원의 귀족적 질서 안에서 성장했고 혈연과 동맹, 전쟁의 승리를 필요로 했다. 자무카에게도 많은 사람이 따랐고 테무진 역시 형제와 친족, 기존 귀족들의 지지를 중요하게 이용했다.

『몽골비사』는 보르테 구출 이후 두 사람이 다시 안다의 맹세를 확인하고 한동안 함께 지냈다고 전한다. 같은 진영 안에서 생활하고 이동하며 사람을 이끄는 시기가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관계 하나로 모두를 묶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누가 앞자리에 설 것인가. 어떤 집단이 더 많은 전리품을 얻는가. 새로 들어온 사람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누구의 실수에는 관대하고 누구의 실수에는 엄격한가. 이런 작은 선택이 반복되면 조직은 점점 다른 문화를 갖게 된다.

후대의 설명에서는 대개 자무카를 기존 귀족질서에 가까운 인물로, 테무진을 보다 폭넓게 사람을 받아들이는 인물로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이 구도를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면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테무진 역시 고귀한 혈통을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친족과 왕족에게 큰 권한을 주었다. 자무카 역시 단순히 ‘낡은 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갈라진 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이동했는지는 중요하다. 조직의 문화는 선언보다 이동에서 먼저 드러나기 때문이다. 누가 들어오고 누가 떠나는지를 보면 그 조직이 어떤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지, 어떤 사람이 버티기 어려운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3. 갈라진 안다

『몽골비사』에는 두 집단이 함께 이동하던 중 자무카가 남긴 말을 보르테가 다르게 해석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무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실제 사건이 기록된 형태 그대로였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테무진 쪽 사람들은 그날 밤 자무카에게서 떨어져 이동했고 두 사람의 공동생활은 끝난다.

이후 테무진 주변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무카와 함께 있던 일부 집단도 테무진 쪽으로 이동했다. 이를 모두 테무진의 ‘열린 인사정책’ 덕분이라고 설명하면 과장이다. 초원의 세력관계가 변하고 있었고 어느 편에 서는 것이 더 안전한지 계산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친족관계와 전리품, 지역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어느정도 세력을 이룬 자무카보다 이제 막 시작하는 테무진에게 도박을 걸어보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어제까지 다른 사람을 따르던 사람에게 어디까지 자리를 줄 것인가. 기존 구성원만 중요한 자리에 두면 새 사람은 결국 주변부에 머문다. 반대로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너무 빨리 권한을 주면 오래된 구성원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


성장하는 회사에서도 비슷하다. 경력직을 영입해놓고 중요한 고객과 예산은 창업멤버끼리만 쥐고 있으면 외부인재는 오래 남기 어렵다. 반대로 회사의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갑자기 모든 권한을 넘기면 기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테무진은 이 둘 사이에서 조금씩 자신의 세력을 키웠다. 친족과 오래된 노코르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에게 역할을 열어두었다.


그 변화가 자무카와의 경쟁 속에서 점차 더 크게 드러난다.


4. 13익 전투, 패배한 테무진

두 세력의 경쟁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자무카의 동생과 테무진 쪽 인물 사이의 충돌이 직접적인 계기로 전해지며 양측은 달란 발주트 일대에서 맞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테무진이 자신의 병력을 열세 개의 부대로 나누어 대응했다고 하여 흔히 ‘13익 전투’라고 부른다.

결과는 테무진의 패배였다.

훗날 칭기즈 칸이 되는 인물의 초기 경쟁전 가운데 하나가 패배였다는 점은 중요하다.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조직이 곧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 합류한 사람과 오래된 집단을 하나로 움직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오랫동안 결속된 세력과 싸우면 지휘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몽골비사』는 자무카가 승리 뒤 포로들을 일흔 개의 가마솥에 삶아 죽였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장면은 자무카의 잔혹성을 강조하는 서사로 오랫동안 인용되었지만 숫자와 형벌의 구체적인 모습이 역사적 사실 그대로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몽골비사』는 단순한 전투보고서가 아니라 칭기즈 칸 가문의 기억과 정당성을 담은 문헌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무카가 그 잔혹성과는 별개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가 죽인 부족이 몽골의 정통성있는 혈통 중 하나였던 치노스 족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초원에서 자무카가 이후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었는지는 볼 수 있다. 자무카는 전투에서는 이긴 사람으로, 그러나 그 승리 뒤에도 사람을 완전히 붙잡지 못한 지도자로 그려진다. 테무진은 전투에서는 졌지만 조직이 끝나지 않은 지도자로 나타난다. 한 번의 실적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다른 문제였다.

5. 이긴 사람에게서 사람이 떠나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실적 1위 팀인데 퇴사율이 가장 높은 경우가 있다. 목표는 늘 달성하지만 다음 프로젝트에 자원하는 사람이 없다. 팀장이 떠나면 그 팀의 성과도 함께 무너진다. 보고서만 보면 좋은 조직인데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없다. 자무카에게서 사람이 떠난 이유를 잔혹함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테무진의 세력이 커지고 있었고 그에게 합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달라졌을 것이다. 어느 편이 앞으로 더 강해질지 계산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누가 공을 인정받는지, 누가 처벌받는지,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기회가 있는지, 전리품을 어떻게 나누는지 같은 장면은 구성원에게 매우 직접적인 신호가 된다. 사람은 조직의 가치관을 슬로건으로 배우지 않는다.

인사발령을 보고 배운다. 보상표를 보고 배운다. 누군가 실수했을 때 대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배운다. 그래서 경영자는 자신이 말하는 문화와 실제로 보상하는 행동이 같은지 봐야 한다.

“우리는 도전을 장려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실패한 사람에게만 불이익을 주면 직원은 도전보다 안전을 배운다. “우리는 협업을 중요하게 봅니다”라고 말하면서 개인실적만 평가하면 직원은 협업보다 자기 숫자를 먼저 챙긴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경쟁을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이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만들었는가다.

6. 성과를 내는 리더와 사람이 남는 리더

오늘의 HR에서는 직원이 조직과 관계를 지속하려는 정도를 조직몰입, 실제로 떠나는 현상을 이직과 리텐션의 문제로 설명한다. 12세기 초원의 정치집단을 현대 기업과 같은 조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의 선택이라는 질문은 옮겨올 수 있다.


성과를 내는 사람과 사람이 따르는 사람은 언제나 같은가.

좋은 리더에게 성과는 필요하다. 목표를 계속 놓치면서 관계만 좋다면 조직은 유지되기 어렵다. 반대로 단기실적을 위해 사람을 계속 소모시키면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고 중요한 고객과 업무가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리더를 평가할 때 자신의 숫자 외에 다른 결과도 봐야 한다.

그 팀에서 누가 성장했는가.

리더가 자리를 비워도 팀이 움직이는가.

좋은 사람이 그 팀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가.

실패한 사람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가.

팀장이 아닌 새로운 리더가 그 안에서 나오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단기 실적표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2년, 3년이 지나면 조직의 격차를 만든다.

테무진은 13익 전투에서 졌다. 아니 그 존재가 초원에서 잠시간 사라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그의 세력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후 그는 다시 동맹을 만들고 사람을 모으며 더 큰 세력으로 돌아온다.

전투의 승패와 조직의 생존은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남는 조직은 반드시 편안한 조직과 같지 않다. 오히려 기준이 분명하고 성과에 대한 요구가 높은 조직에서, 흔히 말하는 긴장되는 조직에서도 사람은 오래 남을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인정받는지 알고 실패했을 때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대로 분위기는 좋지만 중요한 자리가 늘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고 성과의 기준이 자주 바뀌면 구성원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조직몰입은 리더가 친절한가의 문제보다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대우받을지 예측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그래서 리더가 사람을 붙잡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더 잘해주겠다는 약속보다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보상하고 무엇을 용납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일일 수 있다.

7. 다시 우리 회사로

두 팀장이 있던 그 회사로 돌아가보자.

대표가 첫 번째 팀장의 매출만 보고 계속 더 많은 사람과 예산을 붙여준다면 단기 실적은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계속 빠져나가고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팀장은 더 많은 사람을 써야 같은 실적을 내게 된다.

반대로 두 번째 팀장이 사람을 잘 챙긴다는 이유만으로 목표를 계속 놓치는데도 평가를 피한다면 그것 역시 좋은 조직은 아니다.

경영자가 봐야 할 것은 둘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성과와 사람이 함께 남는 구조다.

개인의 숫자가 아니라 그 사람이 만든 조직이 다음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태인지 봐야 한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경쟁에서 누가 더 좋은 인간이었는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자무카도 분명 뛰어난 지도자였고 많은 사람이 그를 따랐다. 훗날 테무진 역시 경쟁자를 처벌했고 그의 정복은 거대한 폭력을 동반했다.

다만 조직의 관점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볼 수 있다. 한 번 이기는 것사람들이 계속 그 조직을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 회사에서는 ‘성과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겹쳐 있을까.

그리고 두 기준이 다를 때 우리는 누구에게 더 큰 조직을 맡기고 있을까.

리더의 성과는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것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씨족에서 제국으로, 칭기즈칸이 된 테무진의 이야기

1편. 고아로 버려진 테무진은 어떻게 자기 사람을 만들었을까
2편. 혈연이 아닌 능력을 택한 리더, 테무진


영준
유영준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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