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혈관을 통해 영양분이 순환하듯, 조직 내에서는 정보와 의견이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 순환이 멈춘다면? 조직은 서서히 괴사하기 시작한다. 피드백이 사라진 조직이 바로 그런 상태다. 리더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고, 구성원들은 침묵 속에서 불만을 키워간다. 결국 조직 전체가 망각의 어둠에 빠져든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권력자 곁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때로는 미움받고 소외당했지만, 결국 그 조직이나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당나라의 위징(魏徵, 580-643)만큼 피드백의 가치를 극명하게 보여준 인물은 드물다. 그는 당태종 이세민에게 수백 차례 간언했고, 때로는 황제를 당황스럽게 만들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태종은 그가 죽자 가족이 죽은 것처럼 실패했다.
과연 1400년 전 당나라 궁궐에서 벌어졌던 일이 오늘날 기업과 조직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현대 HR 관리와 리더십에서 피드백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위징은 단순한 신하가 아니었다. 그는 사실 당태종의 반대파였던 이건성의 측근이었다. 그는 태자였던 이건성이 ‘현무문의 변’으로 당태종에게 죽고 난 뒤 붙잡혀와 ‘자신의 말대로 진왕(이세민)을 진즉 죽였다면 오늘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당태종을 힐난했다. 그러나 당태종은 그에게 벼슬을 내려 측근에서 정사를 같이 의논하였다. 그 후 위징은 틈만 나면 직언을 하였다. 그는 당태종에게 '가시 돋친 혀'였으나 동시에 '정사의 거울'이었다. 당태종의 정치적 고민과 결정을 다룬 《정관정요》에 따르면, 위징은 태종에게 200여 차례에 걸쳐 간언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간언을 한 것이다. 다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단순한 비판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정교한 논리와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피드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종이 사냥에 빠져 정무를 소홀히 할 때 위징은 이렇게 말했다. "황제께서 사냥을 즐기시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일이지만, 지나치면 백성들이 황제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사냥을 그만하라"는 명령조의 간언이 아니라, 황제의 행동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전략적 조언이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태종이 호화로운 궁궐을 짓고자 할 때, 위징은 "대업을 이룬 군주는 검소함으로 민심을 얻었고, 망한 군주는 사치로 민심을 잃었습니다"라며 역사적 교훈을 제시했다. 이때 위징의 피드백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자신의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했다. 둘째,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이 아닌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셋째, 군주의 결정에 대해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태종은 위징이 죽은 뒤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게는 세 개의 거울이 있다. 청동 거울로는 옷차림을 바로잡고, 역사라는 거울로는 흥망성쇠를 알며, 사람이라는 거울로는 득실을 분별한다. 위징을 잃고 나서야 나는 하나의 거울을 잃었음을 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종이 위징을 '거울'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춘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추한 것은 추하게. 위징의 피드백은 바로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위징의 간언은 단순한 '쓴소리'가 아니라 정무의 오차를 줄이는 정밀한 시스템이었다. 그는 황제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며,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현대 조직에서 말하는 '건설적 피드백'의 완벽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위징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신하의 도리는 군주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황제가 옳은 일을 할 때는 따르고, 그른 일을 할 때는 막는 것이 충신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정확히 일치한다. 리더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의견을 제시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언제나 자기중심적 착시에 빠지기 쉽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흔히 '확증편향'과 '집단사고'라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더는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성원들은 그런 리더의 눈치를 보며 듣기 좋은 말만 하게 된다. 결국 조직 전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작은 조직부터 큰 조직까지 리더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나오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드백은 조직의 '면역 시스템' 역할을 한다. 외부의 자극이나 내부의 문제점을 감지하고, 이를 조직 전체에 알려 대응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구성원 간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는 데 피드백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리더는 전체적인 방향성은 볼 수 있지만 현장의 세부적인 문제들은 놓치기 쉽고, 현장 직원들은 구체적인 문제는 잘 알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피드백을 통해 이런 정보들이 교환되면서 조직의 판단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특히 외부 정보를 객관적으로 공유하며 현재 조직 내부의 결정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존재들(외부 이해전문가, 중립 관찰자, 크리티컬 프렌드 등 세부적으로 따지면 다르겠지만 비슷한 이름들이 여럿이다.)이 조직에 중요한 까닭중 하나이다.
'쓴소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리더의 판단을 조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리더십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리더일수록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반면 실패한 리더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지나쳐서 다른 의견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쓴소리'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진정한 피드백은 감정을 겨누지 않는다.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행동이나 결정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위징이 태종에게 했던 간언이 바로 그런 성격이었다. 그는 태종을 모독하거나 비하한 적이 없다. 대신 특정 정책이나 행동이 국가 전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했다.
조직 심리학자들은 이를 '과업 갈등(task conflict)'과 '관계 갈등(relationship conflict)'로 구분한다. 과업 갈등은 업무나 목표 달성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관계 갈등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성격 차이로 인한 것으로, 조직의 화합을 해치고 성과를 떨어뜨린다. 효과적인 피드백은 항상 과업 갈등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또한 피드백은 조직의 학습 능력을 높인다. 조직학습 이론에 따르면,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히 경험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서 그 경험을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는 '성찰적 학습'이 필요하다. 피드백은 바로 이런 성찰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만든다.
현대 기업들은 위징의 시대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360도 평가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 고객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는 위징이 태종에게 제공했던 '다면적 거울' 역할을 시스템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면 피드백의 핵심은 '관점의 다양성'이다. 상사는 그 사람의 전략적 사고와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고, 동료는 협업 능력과 의사소통 스킬을 파악할 수 있으며, 부하직원은 관리 능력과 코칭 스킬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다각도의 정보가 종합되면서 개인의 강점과 약점이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익명 피드백 시스템도 중요한 발전이다. 구성원들이 신분 노출에 대한 부담 없이 솔직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예전부터 내부 익명 피드백도구를 통해 상사나 동료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제시한 이 개념은, 구성원들이 실수를 인정하고 질문을 하며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상태를 말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일수록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실수로부터 빠르게 학습하며, 전체적인 성과도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구글이 실시한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잘 보여준다. 구글은 고성과 팀의 특징을 찾기 위해 180개 팀을 분석했는데, 팀의 구성이나 개별 구성원의 능력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결론을 얻었다. 즉,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팀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메타(구 페이스북)도 피드백 문화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Feedback Culture'를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삼고 있으며, 모든 직원이 상급자에게도 자유롭게 피드백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왔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정기적으로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개선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존의 경우 '14개 리더십 원칙' 중 하나로 '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신념을 가지고 반대하되, 결정되면 전념하라)'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구성원들이 리더의 결정에 반대 의견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지만,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문화 덕분에 아마존은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도 점차 피드백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상향 다면평가’ 제도를 전직원에 확대해 부하직원이 상사를 평가할 수 있게 했고, LG전자는 '리더십 360도 피드백'을 통해 관리자들의 리더십 역량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제도와 시스템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역시나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 특히 리더의 자세다. 피드백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다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소용없다. 리더는 피드백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받아들이는 리더일수록 부하직원들의 만족도와 성과가 높다고 한다. 반대로 피드백을 거부하거나 보복하는 리더 밑에서는 구성원들이 침묵하게 되고, 결국 조직 전체의 혁신과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위징과 당태종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태종이 위징을 '거울'이라고 부른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거울은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도구다. 아름다운 대로, 추한대로 그대로 보여준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법 거울조차 권력 앞에 거짓말 하지 않았다. 아무리 권력이 막강한 황제라도 거울 앞에서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위징은 바로 그런 역할을 했다. 황제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상황을 분석해서 전달했다.
조직의 거울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아무리 정교한 피드백 시스템을 만들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솔직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시스템이 부족해도 위징 같은 사람이 있다면 조직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다.
현대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징 같은 존재를 인정하는 용기다. 자신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조직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동료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이는 리더의 자존심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자신감을 가지라는 의미다. 진정 자신 있는 리더라면 다른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의견들을 통해 자신과 조직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듣고자 하는 리더의 자세가 기술보다 먼저다. 아무리 뛰어난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도, 리더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한다면 그 시스템은 결국 '예스맨'을 양산하는 도구가 될 뿐이다. 반대로 리더가 진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구하고 받아들이려 한다면, 단순한 대화도 강력한 피드백이 될 수 있다. 결국 정상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합법적인 아첨의 장으로 만들지, 통렬한 비판과 성찰의 장으로 만들지는 오로지 리더에게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말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말을 거울 삼아야 한다. 조직 내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려는 순간, 그 조직은 활력을 잃는다. 대신 그런 목소리들을 거울처럼 활용해서 조직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 1400년 전 당나라 궁궐에서 위징이 보여준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조직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말을 하는 용기. 그리고 머리가 지끈거릴지언정 그런 말을 들을 줄 아는 리더의 겸손함. 이 둘이 만날 때 조직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신하의 간언을 무시했던 수양제 양광은 제국을 십수년만에 몰락으로 이끌었지만 그 혼란속에서 일어난 당태종은 건강한 비판 위에 통일제국 당나라의 초석을 다졌다. 현대 조직의 리더들이 위징에게서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조직의 거울 역할을 할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무엇보다 그런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그럴 때 조직은 위징이 당태종에게 그랬듯,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