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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협업 시대, 앵무새가 아닌 사람을 찾아라

AI 협업 시대, 앵무새가 아닌 사람을 찾아라

나도 모르게 AI로부터 복화술을 당하고 있진 않은가?
채용교육Tech HR전체
상석
이상석Oct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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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뮤지컬 ‘시카고’에서 복화술이 화제였다. 관객들은 배우 록시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하지만, 실제로 말을 하면서 그의 몸을 조종하는 사람은 그 배우의 옆에 앉은 또 다른 배우 빌리다. 입을 벌리지 않고 말하면서 마치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기술을 보며 관객들의 놀라움과 재미가 극대화된다. 과연 여기서 누가 진짜 주인공일까? 말을 대신하는 복화술사 빌리일까? 아니면 그의 손에 조종당하면서 무대 중앙에서 연기하는 배우 록시일까?

(출처: SBS뉴스)

최근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92%가 AI를 학습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메일 작성, 강의 요약, 자료 조사, 과제 작성까지 AI는 이미 대학 생활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었다. 예를 들어, NotebookLM은 어려운 논문을 팟캐스트처럼 풀어서 들려주고, Genspark는 복잡한 개념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이해를 돕는다. ChatGPT 출시 이후 미국 대학생들의 에세이 평균 수준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과적으로 AI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은 점점 AI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과의존(overreliance)하게 되면서, 비판적 사고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동일한 문제를 두 번 풀게 했는데, 첫 번째는 AI 도움을 받고, 두 번째는 혼자 풀게 했다.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평균 점수는 85점이었지만, 혼자 풀었을 때는 60점으로 떨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의 실제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AI가 자신의 능력이 된 것처럼 착각한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에서도 록시는 빌리가 만든 대사를 읽으며, 자신이 정말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 강의실에서도 학생들은 AI가 생성한 문장을 자신의 생각이라 착각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교육의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진다. 학습의 목적은 사라지고, 평가의 의미는 퇴색된다. AI를 '잘' 쓰는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무엇을 배웠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AI 과의존에 대한 초기 대학의 입장은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는가?"를 탐지하는 기술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마치 쫓고 쫓기는 경찰과 도둑처럼 이러한 AI 탐지도구가 발달하자, 학생들은 인간답게 쓰기 (humanize) 기능을 가진 또 다른 AI 도구들로 탐지 회피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들은, 의도적으로 문장 길이를 다양하게 조절하고, 때로는 일부러 오타를 넣기까지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I를 써서 좋은 글을 쓰는 것보다 AI를 쓴 흔적을 지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상황도 벌어졌다. 원래 교육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러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행태로 인해 전 세계의 대학에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현재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구술시험(Viva Voce)과 과정 평가 (Process Portfolio)의 등장

대학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평가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첫번째는 대화를 통해 평가(conversation-based) 하는 구술시험 방식이다. 영국 런던 소재 대학인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최근 이 방식을 학부 과정에 평가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다. 원래는 박사 학위 논문 심사에 주로 사용되었는데, 논문을 제출하면 교수가 해당 주제에 대해 깊게 질문하며 토론하는 방식이다. 2~3 번 정도 질문을 하고 대화가 이어지면, 피평가자의 이해도와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AI가 생성한 문장을 실시간으로 따라읽을 수도 없다. 즉, 학생은 자신이 정말로 그 내용을 이해했을 때만 답할 수 있다. 제대로 진행된 구술 시험은 학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평가할 뿐 아니라, 개별 지식 기반, 지식 통합 능력, 사고 과정을 유연하게 탐색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둘째는, 과정(process)과 맥락(context)을 평가한다. 결과물만 평가하면 AI가 생성했는지 학생이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과정'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MIT를 포함한 여러 대학들은 '프로세스 포트폴리오(Process Portfolio)'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최종 제출물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그 답에 이르기까지의 고민, 막힘, 돌파의 순간을 경험하지 못한다. 대학들은 이제 '대본에 없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위 내용은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이것은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평가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 그 변화는 곧 기업의 채용 시장과 연결된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예비 인력 양성소'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단순히 AI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앵무새’와 AI가 낸 답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기업도 비슷한 고민을


상석
이상석
AI 도입에 따른 조직과 개인의 변화를 연구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AI 도입에 따른 조직행동을 연구하고, mba학생들에게 business analytics 가르치고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설득에 관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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