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은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고사로 작은 일에 쓸데없이 큰 재주를 쓰는 것을 비유한다. 공자가 제자 자유에게 작은 고을을 예악으로 다스리는 것을 보고 농담 삼아 한 말이었다. 하지만 삼국지연의에서 이 고사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조직의 인재 배치와 기회 분배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후한의 혼란기, 동탁이 혼란의 한 가운데에서 권력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황제를 강제로 폐위시키고 자신의 손에 한나라의 모든 것을 잡고 흔들었다. 이에 원소, 조조 등 제후들이 일어나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해 수도인 낙양으로 진격했다. 반동탁 연합군이 몰려오자 동탁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 천하무쌍인 여포를 출전시키려 했다. 이때 화웅이 나섰다.

"고작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십니까? 제가 나가 저들을 처리하겠습니다."
화웅의 이 한 마디는 완벽한 자기PR이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고사성어를 활용했고 조직의 핵심 자원(여포)을 아껴야 한다는 명분까지 제시했다. 동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화웅은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성과를 냈다. 연합군의 포충, 유섭, 반봉을 순서대로 베어넘겼다. 화웅의 이름은 순식간에 전장을 울렸다. 자기PR의 교과서 같은 사례였다.
하지만 여기서 HR 관점의 첫 번째 문제가 드러난다. 동탁은 화웅의 자신감에 설득당했지만 정작 적의 수준에 대한 정보 없이 인재를 투입했다.
연합군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어떤 장수들이 있는지, 화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화웅의 자원(自願)만으로 배치를 결정한 것이다. 이는 인재의 자발성을 존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책임한 인재 배치였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이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할 수 있는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화웅의 용기를 인정하되, 그가 마주할 위험을 가늠하고 적절한 지원이나 대안을 준비했어야 했다. 물론 화웅이 성과를 냈으니망정이지 성과없이 초전에 희생당했다면 동탁군의 사기가 박살난 채로 첫 전투를 치뤘어야 할만큼 리스크가 큰 결정이었다.
그 순간, 한 사람이 침묵하고 있었다. 유비 휘하의 마궁수(기마궁수)였던 관우였다.
관우는 화웅이 유섭을 벨 때도 반봉을 벨 때도 나서지 않았다. 그저 유비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화웅의 칼놀림과 전투 패턴, 그의 기세를 읽고 있었다.
화웅의 기세에 눌려 연합군에 더 이상 화웅과 싸우길 자처하는 인물이 없자 맹주였던 원소는 다급해졌다. 첫 전투부터 실패한 전투가 되면 앞으로의 전투는 보나마나였다.
“이제 누가 화웅과 맞서겠는가! 내 휘하의 안량이나 문추 중 하나만 있었어도 저따위 놈은 진즉..”

그리고 비로소 관우가 입을 열었다. "제가 나가 화웅의 목을 베어오겠습니다."
그 말에 연합군의 제후였던 원술이 어디서 마궁수 따위가 장군들의 논의에 나서느냐고 질책한다. 사실 말이 마궁수지, 그저 병졸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 원술의 반응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이에 맹주였던 원소조차 “마궁수를 보내면 적이 업신여길까 걱정되오, 허락할 수 없소.” 라며 거절한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드러난다. 직급과 직책으로 인재를 판단하는 편견이다.
원소는 관우의 현재 직책(마궁수)만 보았지, 그의 역량과 준비도를 보지 못했다. 조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학벌이나 배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다행히 연합군의 참모였던 조조가 개입했다.
"이 사람의 풍채가 예사롭지 않으니 어찌 마궁수라 보겠소, 시험 삼아 내보내보시오."
조조는 관우의 현재 지위가 아니라, 그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시험 삼아"라는 표현으로 원소의 체면도 살렸다. 이것이 진정한 인재 발굴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소와 조조의 차이는 십여년 후, 관도대전에서의 승패를 미리 알려주는 복선으로 남는다.
관우는 데운 술을 건네주며 긴장을 풀라 권하는 조조에게 말했다. "어찌 저런 조무래기를 상대하는 데 술까지 먹겠소,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술이 식기도 전에 화웅의 목을 들고 돌아왔다.

군신이라 불리는 관우의 화려한 데뷔전이었다.
화웅과 관우,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랐을까?
화웅은 조직이 움직이기 전 먼저 나섰다. 그는 적의 실력도, 수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두에 섰다. 그는 자신의 몸으로 적의 실력을 측정하는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초반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은 운좋게도 연합군의 약한 장수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동탁군의 다른 장수들은 화웅의 싸움을 보며 연합군의 수준을 파악했다. 하지만 화웅 자신은 아무런 정보 없이 미지의 적과 맞서야 했다. 그리고 관우라는 예상치 못한 적수를 만나 허무하게 목이 잘렸다.
HR 관점에서 보면 화웅은 전공에 대한 욕심으로 조직의 학습 비용을 혼자 떠안은 셈이다. 선발 주자는 항상 이런 위험을 안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 신규 프로젝트 투입, 미지의 업무 담당. 이들은 조직을 위해 시행착오를 감수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좋은 조직이라면 선발 주자에게 적절한 정보와 지원, 그리고 실패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동탁은 화웅에게 그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단지 "가서 해봐라"였을 뿐이다.
반면 관우는 침묵했다. 화웅이 여러 장수를 베는 것을 지켜보며 그의 실력과 한계를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비로소 나섰다. 정보의 우위를 가진 상태에서의 출전이었다.
현대 조직에서 자기PR은 필수적이다. 자신의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화웅의 "할계언용우도"는 분명 훌륭한 자기PR이었다.
하지만 리더는 구성원의 자발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화웅이 나서겠다고 할 때, 동탁은 물었어야 했다.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인가?"
"적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가?"
"실패했을 때 대안은 무엇인가?"
좋은 리더는 기회를 주되 위험을 함께 관리한다. 조조가 관우에게 술을 권한 것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관우의 긴장을 풀어주고 동시에 "우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신뢰의 메시지였다.

원소는 관우를 "마궁수 따위"라고 무시했다. 하지만 조조는 그의 가능성을 보았다.
조직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이것이다. 현재의 직급과 직책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재단하는 것.
관우는 마궁수였지만 화웅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기다리며 최적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은 돌아와서 마시겠습니다"라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HR은 직급이 아니라 역량을 보고 학벌이 아니라 학습력을 본다.
그리고 그가 지나온 경력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 갈 성장 가능성을 본다.
관우의 진짜 지혜는 침묵의 타이밍이었다. 그는 유섭과 반봉이 나갈 때 나서지 않았다. 자신보다 먼저 나선 이들을 통해 화웅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회에 손을 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지켜보는 것이 더 전략적이다.
선발 주자의 시행착오를 학습한다
조직의 기대 수준을 파악한다
자신의 역량과 과제의 난이도를 측정한다
그리고 확신이 섰을 때 나선다
하지만 이것은 도망이 아니라 준비다. 관우는 도망친 것이 아니라 최적의 상황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적의 상황이 자신을 위한 기회로 만들어졌을 때 자신의 위치에 지레 겁먹지 않고 당당히 자청해 모두의 주목 속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처음 나섰다면 화웅은 그저 그런 장수로 인식되어 관우에 대한 주목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 같은 상황 속 화웅은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비참하게 끝났다. 관우는 침묵으로 시작했지만 전설로 남았다.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데뷔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화웅처럼 먼저 나서서 초반 성과를 내는 것도 가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준비 없는 도전이라면 조직의 학습 비용만 제공하고 본인은 소진될 수 있다.

관우처럼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도 가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회피라면 영원히 기회는 오지 않는다. ‘조금만 더’ 라는 생각만 하다 그저 그런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릴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준비된 도전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역량을 갖추고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
그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