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시간은 날씨입니까, 자본입니까?”
많은 경우 시간은 날씨처럼 다뤄집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 버리고, 비가 오면 피해야 하는 환경처럼 여겨집니다. “어쩌다 보니 하루가 다 갔네”,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 이런 말들 속에서 시간은 주인이 없는 공공재처럼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저에게 시간은 느낌이 다릅니다. 제게 시간은 철저하게 ‘자본(Capital)’입니다.
CEO의 일은 시간을 더 잘게 쪼개는 게 아닙니다.
시간을 ‘자본’으로 바꿔내는 해석의 체계를 갖추는 일입니다.
시간을 자본으로 인식한다는 것, 쉽게 말해 시간을 무한히 주어지는 공기가 아니라 내 지갑 속의 한정된 예산처럼 엄격하게 다룬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아껴 쓴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금고 속에 현금을 가두어 둔다고 해서 저절로 이자가 붙지 않듯,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만으로는 가치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진정한 투자가 되려면 ‘뚜렷한 목적지’와 결합해야 합니다. “이 시간을 써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라는 교환 가치가 명확할 때만,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은 비로소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저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시간들에 새로운 ‘전략적 이름표’를 붙여 목적지를 부여합니다. 이것이 저의 투자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 노트북을 펼 수도, 중요한 통화를 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상황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버티는 시간’이라 여기겠지만, 저는 이 시간에 [트렌드 센싱(Trend Sensing)]이라는 이름표를 붙입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앞의 광고 포스터 카피를 분석하며 요즘 트렌드를 읽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을 관찰하며 날것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정의하는 순간, 옴짝달싹 못 하던 이동 시간은 가장 생생한 ‘현장 조사 시간’으로 바뀝니다.
제가 시간을 자본으로 바꾸는 방식은 늘 ‘해석의 이름표 붙이기(Framing)’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30분이라도 ‘버티는 시간’이라고 부르면 손실이 되고, ‘트렌드 센싱’이라고 이름 붙이면 데이터가 됩니다. 결국 시간의 가치는, 그 시간을 둘러싼 현실이 아니라 내가 붙이는 해석에서 결정됩니다.
반대로 멈춰있는 시간에도 이름표가 필요합니다. 평일 내내 치열하게 머릿속을 채웠다면,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멍하니 있는 시간은 결코 ‘게으름’이 아닙니다. 저는 이 시간을 [의도적 비움]이라 부릅니다. 꽉 찬 잔에는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없듯, 다음 주를 위해 뇌의 용량을 확보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필수적인 공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간의 빗장을 쉽게 열어주지 않습니다. 수시로 들어오는 개인적인 약속이나 매력적인 스터디 제안이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