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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조직'이라는 환상

'완벽한 조직'이라는 환상

더 나은 조직을 만들겠다는 말의 역설
조직문화전체
토비
토비May 1, 2026
2805
귀하의 조직은 작년보다 나아지셨는지요.

HR 혹은 조직문화 담당자는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진단을 하고 워크숍도 열고 캠페인도 하고 더 나아가 제도까지 손을 본다.

그런데 왜 여전히 어딘가 모자란 것인가.

왜 HR은 이 질문 앞에서 늘 무력해지는가.


#1. 욕망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인간의 욕망에는 세 개의 층위가 있다고 한다.

욕구와 요구, 욕망.

이 중, 욕구와 요구는 부분적으로 혹은 온전히 채워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욕망은 그렇지 않다.

욕구와 요구가 충족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공백. 구체적으로는 '채워지면 안 되는 것'이다.

욕망은 대상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는 상태 자체를 원한다.

욕망은 채워지는 순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2. 조직도 욕망한다.

'욕망'을 조직으로 가져와 보자.

직원들이 늘 말하는 것들이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필요하다."

“성과 대비 보상이 너무 적다.”

"피드백이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번 아웃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있으면 한다."

이것들은 요구다. 말로 표현된 들을 수 있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

그래서 HR은 움직인다.

조직문화 진단을 돌려서 수십 페이지의 두꺼운 리포트를 만들고

원온원 미팅을 도입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번 아웃 예방 프로그램을 연다.

그런데 이상하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잠깐 오르다가 또 다른 불만이 올라온다.

"제도는 생겼는데 문화가 안 바뀌었다."

"형식적인 것 같다. 보여주기식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라캉의 언어로 말하자면, 직원들이 말한 것은 요구였고 그 요구 뒤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욕망이 있었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 이 조직이 나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은 어떤 제도나 프로세스로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3. '완벽한 조직'이라는 환상

우리가 꿈꾸는 '좋은 조직'의 이미지는 어디서 왔는가.

G사의 OKR, T사의 수평 문화, N사의 자유와 책임.

우리는 이 이미지들을 보며, "저런 조직이 되어야 한다."라고 욕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조직의 욕망이 아니다. 타자의 이미지를 통해 형성된 욕망이다.

그 이미지를 충족해도 또 다른 '더 나은 조직'의 이미지가 등장하고, 우리는 다시 부족함을 느낀다.

완벽한 조직이란 없다. 비극으로 볼 것은 아니다.

라캉이 말하는 욕망의 본질이 원래 그렇다.

욕망은 채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 존재한다.

#4. 우리가 해야 할 것

첫째, 구성원들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을 멈추지 않되, 그것이 문제해결의 전부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평적 문화를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다만 그 제도가 직원들의 모든 욕망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내려놓는다.

제도는 조건이지, 답이 아니다.

둘째, 말 이면에 있는 것을 듣는다.

직원이 "회의가 너무 많다." 라고 말할 때, 그 요구 뒤에는 "내 시간이 존중 받고 싶다"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연봉을 올려 달라."는 말 뒤에 "이 조직에서 내 기여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요구에 반응하되, 욕망을 읽으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셋째, 허전함을 실패로 읽지 않는다.

아무리 잘 형성한 조직문화도 누군가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그것은 우리가 못해서가 아니라, 욕망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허전함을 다음 개선의 신호로 읽는 것이지, 자책과 소진의 이유로 읽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조직은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욕망이 사라진 조직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HR 혹은 조직문화 담당자의 역할은

구성원들의 결핍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토비
토비
HRer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함께 공유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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