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人事萬史 : 위나라 CEO X-File

人事萬史 : 위나라 CEO X-File

조조, 후계자를 간택하다.
영준
유영준Sep 8, 2025
리더,임원,CEO
8924

1. 다음 CEO는 누구?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끌고 나갈 리더를 어떻게 선택하는가가 핵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문제는 언제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약 천 팔백년 전, 삼국지의 위대한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조조(曹操,155~220) 또한 이 문제로 깊은 고뇌에 빠졌다.

어쩌다보니 연속으로 만나는 조조님..

그에게는 각기 다른 재능과 성격을 가진 여러 아들이 있었다. 그들 사이의 후계자 경쟁은 단순한 권력 다툼을 넘어, 오늘날 현대 조직의 인재 관리리더십 개발에 놀라운 교훈을 던져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2. 장남의 비극과 천재의 조기 퇴장

조조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이야기는 드라마틱한 비극으로 시작한다. 장남 조앙(曹昻, ?~197)은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인물이었지만, 완성 전투에서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다가 대신 전사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는 조조의 장남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조조가 세력을 신장시키기 전, 장성하여 원정에 참여할 정도였다. 당시 조조가 40대 초반이었으니 조앙은 당시 많아야 20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그런 조앙이 조조의 실수로 죽은 것이다. 조직의 가장 유력한 차세대 리더 후보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조조는 미래를 향한 계획에 커다란 공백을 떠안게 된다.

뒤이어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또 다른 아들이 있었다. 바로 조충(曹沖, 196~208)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이라 불린 그는, 거대한 코끼리의 무게를 재기 위해 코끼리를 배에 싣고 물에 뜬 배의 수면 높이를 표시한 뒤 돌을 넣어 무게를 측정하는 기발한 방법을 제시해 조조를 놀라게 했다. 그 총명함에 조조는 "내 후계자는 조충이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성을 꽃피우기도 전에 13살의 어린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조직이 애지중지 키우던 ‘하이포텐셜(High-Potential) 인재’를 예기치 않게 잃은 뼈아픈 사건이었다. 현대로 빗대자면 핵심인재의 조기퇴사와도 같았다.

조조에게는 호랑이를 연상시킬 만큼 용맹한 아들, 조창(曹彰, ? ~223)도 있었다. 노란 수염을 가졌던 그는 ‘황수아’란 별칭으로 유명했다. 그는 오직 무(武)에만 관심이 있었고 위청과 곽거병같은 명장을 꿈꿨다. 조조가 "너는 무엇을 하려느냐?"고 묻자, 조창은 망설임 없이 “훌륭한 장수가 되어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탁월한 전투력을 가졌지만, 정치와 행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조직의 존망을 결정할 리더보다는 특정 분야의 압도적인 실무 전문가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그가 전쟁에 재능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영업통 정도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그는 영업만 잘했고 조직 관리는 잘 하지도 못했지만 관심도 없었다. 결국 그는 조조가 죽은 뒤, 대권에 관심을 가지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3. 남은 두 후보, 극적인 리더십 경쟁

이제 남은 후보는 조비조식, 두 형제뿐이었다. 후계자 자리는 오직 둘 중 한 명에게 돌아갈 운명이었다. 어차피 조앙이 죽으며 장자계승은 물건너갔고 능력이 제일 앞선 인물이 후계를 이을 수 있었다.

조식(曹植,192~232)은 타고난 문학적 천재였다. 그의 시는 유려하고 감성적이었으며, 조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조는 종종 조식에게 붓과 종이를 주며 즉흥적으로 시를 짓게 했는데, 조식은 그때마다 막힘없이 명작을 쏟아냈다. 조조는 그런 아들을 보며 "내 아들이 조식만 같아도 근심이 없으리라"고 말할 정도였다. 조식은 화려한 개인의 창의성을 발산하는 혁신가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순수함은 조직의 냉혹한 정치 싸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반면 조비(曹丕, 187~ 226)는 동생들만큼의 천재성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는 조앙처럼 장자도 아니었고(물론 그가 죽은 뒤엔 실질적인 장자였지만.) 조창처럼 무예가 뛰어나지도, 조식처럼 불세출의 문인도 아니었다. 조충같은 임기응변과 천재같은 면모도 없었다. 그러나 뭐든 적당히 능력이 있었다. 특히 그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고, 신중하게 인물을 포섭하고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구축해나갔다. 조조가 후계자 결정을 앞두고 사마의, 가후 등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이들은 조비가 실질적인 장자임을 강조하며 한결같이 조비의 안정적인 성격조직 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들의 조언에 힘입어 조비는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다.

조조는 마지막으로 조비에게 "너를 세운 것은 너의 사려 깊음 때문이니라. 스스로 노력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마라"고 당부했을 지 모른다. 이는 조조의 선택이 개인의 화려한 능력이 아니라, 종합적인 관리 및 조율 능력에 있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마침내 조비는 조조의 뒤를 이어 위왕에 오른 후, 한 헌제에게 강제로 선양받아 4백년 역사의 한 왕조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왕조, 위나라의 첫번째 천자로 등극한다.

4. 21세기 리더십의 냉철한 시사점

조조의 후계자 간택 과정은 현대 HR에 두 가지 명확한 교훈을 남긴다.

1. 리더십 파이프라인 관리의 중요성

조조는 여러 아들을 경쟁시켜 잠재력을 시험했다. 이는 기업이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비하고, 다수의 후보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2. 리더의 요건은 ‘통합’과 ‘조율’이다

조조가 조식의 천재성에 매료되었으면서도 조비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리더는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가 아니라, 다양한 인재들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휘자’여야 한다. 개인의 화려한 성과보다 조직 전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조직 관리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당시 솥 발처럼 갈라진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조창의 무용이나 조식의 천재성이 더 필요해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만이 가진 능력의 전문가였지, 조직을 융화하는 능력은 없었다. 결국 천하를 경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물론 그는 황제에 오른 뒤, 무리한 전쟁을 벌이고 종친들을 배척하는 등 실질적으로 위나라를 멸망시킨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천팔백 년 전 조조의 결정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탁월한 재능은 언제나 빛을 발하지만, 결국 조직의 리더는 천재적인 재능보다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조조의 후계자 간택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영준
유영준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입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