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萬史 : 창업공신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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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事萬史 : 창업공신의 품격

누구보다 빛난 간손미
리더십CEO
영준
유영준May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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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성장하면 반드시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초창기부터 함께한 사람들과 새로 영입한 전문가들이 같은 조직 안에 공존해야 하는 순간. 이 순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조직의 문화를 결정한다. 창업공신이 기득권을 주장하며 버티면 조직은 경직되고 반대로 전문경영인이 공신들을 밀어내면 조직은 분열된다.

1800년 전 유비의 조직은 이 문제를 가장 조용하고 품위 있게 해결한 사례를 남겼다. 주인공은 간옹, 손건, 미축. 삼국지 팬덤이 '간손미'라 엮어 부르는 세 사람이다.

1. 아무것도 없던 시절, 이 세 사람이 있었다

유비는 오랫동안 패자(敗者)였다. 거병 이후 수십 년을 떠돌았다. 조조에게 쫓기고 여포에게 근거지를 빼앗기고, 원소에게 붙었다가 도망쳤다. 자기 땅 한 뙈기 없이 다른 군벌의 처마 밑을 전전했다. 그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이 간손미 셋이었다. 유비가 서주목에 취임한 것이 194년이고 형주에 이어 익주에서 안전적인 위치를 취한 것이 214년이었으니 그들은 이십년 간 스타트업에서 함께했던 것이다.

미축은 서주 제일의 대부호였다. 그는 조조조차 직접 상소를 올려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했던 인물이다. 그가 유비를 선택한 시점은 조조의 서주침공 및 서주대학살 이후 도겸이 사망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유비는 공손찬 휘하의 객장으로 서주를 구원하러 왔는데 도겸이 죽자 진등과 미축이 유비에게 서주를 다스려줄 것을 청했다.이후 유비가 여포에게 근거지를 빼앗기고 군사들이 굶어 서로를 잡아먹을 지경이 된 직후에는 다른 서주 호족들처럼 여포의 편으로 돌아설 법도 했지만 미축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재산을 털어 군자금을 마련했고 누이 를 유비에게 시집보냈다. 훗날 여포가 멸망한 뒤 유비가 잠시 조조 휘하에 있을 때에는 요직 제안을 거절하고 평생 살아온 서주를 떠났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있다. 심리학자 루소(Rousseau)가 정의한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다. 공식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조직과 구성원 사이의 암묵적 약속. 미축은 어떤 계약서도 없이 유비와 심리적 계약을 맺었다. 나는 모든 것을 건다, 당신은 그 가치를 알아줄 것이다. 그 계약은 한 번도 파기되지 않았다. 물론 훗날 자신이 아닌 가까운 이에 의해 그 가치가 파기되지만.

손건은 유비 조직의 외교관이었다. 원소와의 동맹, 유표와의 협상 등 유비가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결정적 외교를 그가 성사시켰다. 적대적 상대의 참모들을 논파하는가하면 목숨이 오가는 협상 테이블에 유비 대신 앉았다. 전투의 공은 없었지만 그가 없었다면 유비는 싸울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 손건은 직무적합성(Person-Job Fit)의 교과서적 사례다. 뛰어난 전략가도 용맹한 장수도 아니었지만 외교와 설득이라는 자신의 영역에서 20년간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조직이 그에게 맞는 역할을 주었고 그는 그 역할을 끝까지 수행했다. 비록 많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는 분명 유비에게 꼭 필요한 조직 구성원이었다.

간옹은 유비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가장 오래된 동행이었다. 관우, 장비와 함께 유비 조직의 최고참이었다. 다만 관우나 장비, 조운 등 유비군의 고참들과 비교할 때 그의 역할은 화려하지 않았다. 이야기 상대, 사신, 협상 조율 등의 임무가 그의 주된 업무였다. 그런데 그의 존재는 사실 업무 능력보다 다른 곳에서 빛을 발했다. 유비가 익주를 취한 뒤 금주령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집행하려 할 때 술 빚는 도구만 가져도 처벌하게 하였다. 하루는 간옹이 유비와 길을 걷다 길을 가는 남녀를 보고 “저들이 간음하고 있으니 어서 잡아야 합니다!” 고 얘기하자 유비가 의아해하자 “저들은 도구를 가지고 있으니 술을 담그려는 자와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음담패설 같은 재치로 유비의 금주령이 너무 엄격하다는 것을 웃으며 풍자한 것이다. 결국 유비는 술을 담그는 도구를 지닌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을 관뒀다고 한다. 간옹의 행동은 조직행동론에서 말하는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의 전형이다. 오르간(Organ)이 정의한 이 개념은 공식 직무기술서에 없는 자발적 기여 행동을 말한다. 직무 범위 밖의 일을 기꺼이 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 간옹의 세월이 정확히 그것이었다. 실제 그는 늘 곤궁을 겪던 유비 조직에서 조직이 뭉칠 수 있는 인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2. 전문경영인 제갈량

207년, 삼고초려. 유비가 제갈량을 얻었을 때, 조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조직학자 그레이너(Greiner)는 기업 성장을 단계로 설명했다. 초기 창업기에는 헌신과 유연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 반드시 전문성과 시스템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 전환에 실패한 조직은 성장을 멈춘다. 그리고 이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개 초창기 공신들의 저항이다. 제갈량은 유비 조직의 그 전환점이었다. 전략, 외교, 내치 등 간손미가 나누어 맡던 기능들이 제갈량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이후 유비가 형주를 취하면서는 이적, 마량 등 형주의 학자들이 내치 기능을 분담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간옹, 손건, 미축의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간손미에게 남은 것은 명예직이었다. 익주 평정 후 미축은 안한장군이 되었다. 직급상으로는 군사장군 제갈량보다 높았지만 실권은 없었다. 손건은 병충장군으로 예우받다 얼마 후 세상을 떠났고 간옹은 소덕장군이 되었으나 익주 평정 이후의 기록이 사실상 사라진다. 20년을 함께 구른 사람들에게 조직은 지위는 있으나 권한은 없는 자리가 주어진 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숙청이라고 불만을 품을 법도 하였다.

3. 아름다운 세대교체

여기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창업공신들을 생각해보자. 한신은 반란 혐의로 처형되었다. 팽월은 젓갈이 되어 온 몸이 천하를 떠돌았다. 영포는 실제 반란을 일으키다 죽었다. 창업공신의 불만이 폭발하는 것은 동서고금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당장 동시대만 놓고봐도 원소는 전풍과 저수를 가두고 허유를 탄핵해 관도대전에서 참패했고 조조는 창업공신인 순욱 등과의 갈등으로 결국 순욱이 자결했다. 손가는 창업공신들이 빠르게 죽어 그럴 일이 없었지만 손권을 황제의 자리에 올린 1등공신인 육손은 결국 손권으로 인해 화병으로 죽었다.

하지만 간손미는 달랐다. 물론 그들이 한신이나 순욱같은 핵심 참모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샤인(Schein)의 경력 닻(Career Anchor) 이론은 사람이 경력 전반에 걸쳐 포기하지 않는 핵심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돈도, 직함도, 권력도 아닌 자신이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간손미 셋의 경력 닻은 처음부터 같았다. 유비 조직의 생존과 성공이 그들의 핵심가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갈량이 와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들보다 제갈량이 그 핵심가치를 더 잘만들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미축은 명예직을 받고 조용히 내부 실무를 계속했다. 동생 미방이 배신하여 관우의 죽음에 일조했을 때 미축은 스스로를 결박하고 유비 앞에 나아가 죄를 청했다. 유비가 ‘그대 잘못이 아니다’며 위로했지만 미축은 부끄러움에 병을 얻어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이름보다 조직의 체면을 먼저 생각한 사람의 최후였다. 간옹은 제갈량 앞에서도 여전히 걸상에 누워 목베개를 베고 있었다. 그는 권위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관계를 유지했다. 그가 오만방자하였다고 적의를 품은 사람은 기록에 없다. 손건은 조용히 직무를 수행하다 세상을 떠났다.

셋 모두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고 조용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4. 유비는 무엇을 했는가

심리적 계약은 쌍방향이다. 구성원이 헌신하면 조직은 그에 상응하는 것을 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되고 신뢰는 무너진다.

유비는 그 계약을 지켰다. 미축의 직함을 제갈량보다 높게 두었다. 비록 그것이 실권 없이 예우만 남았지만 그 예우는 공개적이었다. 심지어 미방이 배신했을 때 미방의 죄는 결코 그대와 관계없다고 선언했다. 창업공신의 가족이 반역을 저질렀을 때 연좌하지 않은 것이다.

간옹이 제갈량 회의 자리에서 누워있어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그것은 유비가 만든 문화였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공신인 간옹에 대한 예우를 자신이 직접 보여주었다. 오래된 사람에 대한 예우가 공식 직함보다 중요한 조직. 창업공신이 조용히 물러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품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비가 그 심리적 계약을 끝까지 이행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신들의 헌신에 대해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그걸 잊지 않곘다 라는 유비의 표현이기도 했다.

5. 중소기업 현장에서 읽는 간손미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반드시 이 질문과 마주친다. 초창기 공신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컨설팅을 할 때 절대 초창기 창업공신을 홀대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모든 권한이 계속 고인물처럼 집중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참 어려운 균형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두 가지 실패를 반복한다. 공신들이 기득권을 주장하며 외부 전문가 영입을 막거나 전문경영인이 들어오면서 공신들을 내쫓거나. 전자는 성장을 막고 후자는 문화를 파괴한다.

간손미가 보여준 길은 제3의 방식이다. 공신들이 스스로 역할을 재정의했다. 그들은 실권이 아니라 실무와 명예로 남았다. 새로운 전문가를 견제하지 않고 함께 일했고 필요에 따라서는 새파랗게 젊은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며 그의 지시대로 하여다. 그리고 조직은 그 기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예우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조건은 하나다. 간손미 셋이 처음부터 조직의 성공을 자신의 지분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 그리고 유비가 그것을 알고 끝까지 보답했다는 것.

유비 조직에는 관우도 있고 장비도 있고 제갈량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20년을 불평 없이 궂은일을 맡고, 전문경영인이 왔을 때 조용히 뒤로 물러나면서도 끝까지 실무로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간옹, 손건, 미축.

수경선생이 바라본 간손미는 큰 일을 도모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 몰라도, 게임에서도 그저 B급 인재 정도로만 평가받는 이들일지 몰라도 이들이 없었다면 유비는 제갈량을 만날 때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갈량이 온 이후에도 이들이 없었다면 조직은 공신과 전문가의 충돌로 흔들렸을 것이다.

역사는 영웅을 기억한다. 그러나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대부분 기록에 남지 않는 이 사람들이다.

당신의 조직에도 간손미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영준
유영준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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