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사유를 촉진하는 사건  ― AI 시대, 팀학습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팀의 사유를 촉진하는 사건 ― AI 시대, 팀학습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 글은 ICF 코리아챕터의 8월 월례회의 특강, 구루피플스 이창준 대표의 강연을 참조하여 팀학습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조직문화HRBP코칭리더십리더임원CEO
혜담
코치혜담Aug 18, 2026
3017

AI는 팀의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팀이 스스로를 바라보던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AI가 동료의 자리에 앉고, 업무는 재설계되며, 역할은 다시 정의됩니다.

한때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판단은 이제 알고리즘이 대신하고, 사람에게는 더 복잡한 층위의 판단과 협업이 요구됩니다.

기술의 속도는 놀랍지만, 팀이 그 변화를 이해하고 소화하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조직이 마주한 진짜 과제는 AI를 '도입'하는 일이 아니라, 팀이 낯선 현실을 함께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지난 ICF 코리아챕터 8월 월례회에서 구루피플스 이창준 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알랭 바디우의 '사건(Event)'이라는 개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바디우에게 사건은 단순히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존의 질서 안에서는 이름조차 없던 것이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고, 그 얼굴을 통해 우리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사건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다시 배열하도록 요구하는 균열입니다.

이 개념은 AI 시대의 팀에도 적용됩니다.

많은 리더는 AI 도입 이후 나타나는 혼란을 신속히 처리해야 할 '문제'로 여깁니다.

역할이 겹치고, 책임의 경계가 흐려지고, 팀 사이의 협업이 어긋나며, 파트너사와의 일하는 방식마저 낯설어집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시선으로 보면 이 현상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팀이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새로운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건일 수 있습니다.

한 팀원이 조용히 말합니다.

"이 일은 이제 AI가 저보다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팀원이 되묻습니다.

"그렇다면 제 자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리고 회의실에는 잠시, 말로 채워지지 않는 시간이 흐릅니다.

많은 리더는 이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메우려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새로운 역할을 찾으면 됩니다."라는 말로 대화를 봉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팀 코칭의 시선에서 보면, 바로 그 침묵이야말로 사건입니다. 그것은 역할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일 수도, 오래 쌓아온 전문성이 흔들리는 두려움일 수도, 혹은 아직 누구도 언어화하지 못한 어떤 가능성이 태동하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침묵을 성급히 봉합하는 순간, 팀은 그 침묵이 품고 있던 질문 자체를 잃어버립니다.

피터 센게는 『제5경영(The Fifth Discipline)』에서 팀학습이란 단순히 함께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팀은 논쟁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집단이 아니라, 담론(Dialogue)을 통해 서로의 사고 지평을 넓혀가는 집단입니다. 진짜 학습은 정답에 빠르게 도달할 때가 아니라, 각자의 암묵적 가정과 전제가 표면으로 떠오르고, 그 위에서 새로운 의미가 함께 빚어질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팀학습의 무게가 한층 더 무거워집니다. 이제 문제는 한 개인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AI가 제시하는 답은 단 하나일 수 있지만, 그 답을 조직의 맥락 속에 녹여내고 살아 있는 의미로 번역하는 작업은 오직 사람들 사이의 대화 속에서만 완성됩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기술의 우위가 아니라, 집단이 함께 사유하는 깊이일 것입니다.

여기서 리더의 자리도 옮겨갑니다.

과거의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리더는 팀의 사유를 촉진하는 슈퍼바이저(Supervisor)에 가까운 존재로 옮겨가야 할 것입니다.

슈퍼비전은 평가가 아닙니다. 사람을 고치는 과정도 아닙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개인과 관계, 그리고 그 모두를 품은 시스템을 함께 조망하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알아차림의 문을 열어주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AI 시대 리더의 질문은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보다

"지금 우리 팀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우리가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 상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배우라고 말을 걸고 있습니까?"

이 질문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질문이 아니라, 팀이 스스로 의미를 발굴하도록 돕는 질문입니다. 답을 서둘러 건네는 대신, 질문이 팀 안에 머물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팀학습의 깊이는 결국 팀이 서로를 얼마나 깊이 들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1:1 코칭에서 코치의 경청이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면, 팀 코칭에서는 팀 스스로가 서로를 경청하는 능력이 그 이상으로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그 경청의 반경이 팀의 경계를 넘어, 다른 팀과 고객과 협력사와의 관계에까지 넓게 번져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조직이 마주한 어려움은 협업의 부재가 아닙니다.

저마다 성실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각자가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영업은 고객의 언어로 말하고,

개발은 기술의 언어로 사고하며,

HR은 사람의 언어로 세계를 읽습니다.

협력사는 또 다른 현실 위에 서 있습니다.

AI는 이 모든 정보를 촘촘히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맥락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일까지는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리더는 업무를 조율하는 사람을 넘어, 맥락에 대한 온전한 통찰과 이해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저마다의 관점을 하나의 담론으로 엮어내고, 서로 다른 현실을 공유된 학습으로 전환해내는 능력이 필요 합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본질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팀은 사건을 통과하며 성장합니다.

갈등도 사건이고,

침묵도 사건이며,

역할의 혼란도 사건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건을 사유로, 그리고 학습으로 전환해내는 조직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리더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빨리 해결할 것인가?"

가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우리 팀은 무엇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가?"

AI는 더 빠른 답을 내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의미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만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자리를 열어주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AI 시대의 팀 리더의 역할을 해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혜담
코치혜담
Conerstone Coaching Lab
삼성전자, GE, SKT, 피에스앤마케팅과 같은 회사에서 리더십, 조직개발,코치육성,마케팅영업교육과 같은 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한국형리더십코칭을말라하다(2023)외 ESG2050(2023등의 공저자이자 경영, HR컬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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