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컨퍼런스
커뮤니티
01 우리는 왜 협상에서 승리하고도 패배하는가

01 우리는 왜 협상에서 승리하고도 패배하는가

AI 시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할 관계중심 협상의 조건
노무HR 컨설팅코칭리더십시니어리더임원CEO
보드
스프링보드Dec 14, 2025
6428

치열한 협상을 마치고 모두가 서명까지 끝냈지만, 공기는 싸늘하고 마음은 허전합니다. 수치 상으로는 모두가 이겼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 기분. 당신의 조직에서도 낯설지 않은 장면일 것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사소한 냉소와 피로감입니다.

노사, 경영진과 구성원, 혹은 동료 간의 갈등 조정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협상을 하지만, 진정한 해결에 이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문제는 해결됐지만, 관계는 병들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협상을 ‘이익을 나누는 기술’로만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협상은 거래가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입니다. 그 언어를 잃는 순간, 조직은 내부부터 무너집니다.

이 질문 속에서 저는 오랫동안 답을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왜 협상에서 승리하고도 패배하는가?”

낡은 협상의 방식이 조직을 약화시킬 때

17년간 글로벌/IT기업의 HR 담당자로 근무하며 수많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곳은 언제나 전쟁터 같았습니다. 성과급과 인상률을 놓고 싸우던 밤이 지나면, 숫자 간극은 겨우 좁아지지만 신뢰의 간극은 더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깨달았습니다. 협상의 핵심은 ‘얼마를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관계를 남길 것인가’ 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협상의 오래된 틀을 넘어

우리는 협상에 대해 너무 오래된 틀 속에서 생각해 왔습니다. 협상은 언제나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문제였고, 사람보다 숫자가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조직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합니다.


성과(What)의 착각 — 우리는 협상의 결과를 ‘피자 나누기’ 처럼 생각했습니다. 숫자와 조건이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조직의 신뢰와 에너지는 점점 소진되었습니다.

주체(Who)의 신화 — 우리는 협상가를 이익을 따지는 ‘합리적 인간’이라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협상장은 감정과 불신, 그리고 과거의 상처로 가득했습니다.

과정(How)의 공허함 — 우리는 협상을 전략 게임으로 설계했습니다. 이익은 남았지만, 신뢰는 사라졌습니다.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이기기 위한 기술만 남았습니다.


AI가 불확실성을 빠르게 키우는 지금, 이런 낡은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업무를 대체할 수 있지만, 신뢰는 기술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제 협상은 거래가 아니라, 조직이 함께 살아남기 위한 관계의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관계중심 협상, 새로운 생존의 언어

저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관계중심 협상(Relationship-Based Negotiation)’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안합니다.

이 글은 협상 기술을 알려주는 매뉴얼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해가는 이야기입니다.

관계중심 협상이란, 상대를 이겨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푸는 파트너로 대하는 일입니다. 정보를 무기로 쓰지 않고,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대화를 이어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금전적 이익을 넘어,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경험을 남기는 협상입니다.

이것은 이상적인 말이 아닙니다. 제가 실제로 협상 현장에서 배우고 확인한 결과입니다. 관계를 중심에 둘 때 협상은 조직을 살리고, 신뢰는 사람을 다시 세웁니다.

협상을, 전쟁이 아닌 성장으로

이 글은 현장의 노사 사례를 담고 있지만, 결국 모든 조직과 리더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매일 협상하며 살아갑니다. 상사와, 팀원과, 다른 부서와, 때로는 나 자신과도 협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논리보다 관계가 강한 협상가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갈등을 조정이 아니라 성장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떻게 숫자가 아닌 사람을 남기는 협상을 할 수 있을까요?

협상은 이제 전쟁이 아닙니다.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시대의 대화법입니다.

이 글이 그 여정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봄, 노란봉투법의 시행과 함께 한국의 노사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협상의 중심은 여전히 ‘사람’과 ‘관계’에 있습니다. 신뢰 없이는 제도도 작동하지 않고, 대화 없이는 어떤 변화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저는 이 글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건네며, 협상이 대립의 기술이 아니라 공존의 언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관계가 조직을 살리고, 신뢰가 사람을 다시 세우는 시대.

그 변화가 우리 모두의 현장에서 시작되길 바랍니다.


보드
스프링보드
모든 조직의 도전이,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현직 HRM 전문가로, 조직 성과와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전략을 고민합니다. 인사제도 기획과 노무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