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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관계중심 협상이란 무엇인가

06 관계중심 협상이란 무엇인가

협상의 주체, 과정, 성과의 재 정의
노무HR 컨설팅코칭시니어리더임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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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보드Dec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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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중심 협상이란 무엇인가

AI 전환의 한가운데에서, 협상은 더 이상 “누가 얼마를 더 가져가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우리는 이 변화를 어떤 관계로 통과할 것인가?”

지난 글에서 AI 시대의 협상을 생존 전략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생존 전략의 이름을 붙여보려 합니다. 그 이름이 바로 관계중심 협상입니다.

관계중심 협상은 단순히 “좋게 좋게 합시다”라는 따뜻한 구호가 아닙니다. 누가 협상의 주체인지, 협상의 과정이 무엇인지, 협상의 성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이 세 가지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패러다임 전환에 가깝습니다.

주체의 재정의: 나와 너에서 우리 "사이"로

전통적인 협상 패러다임은 늘 두 개의 점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와 노조, 경영진과 직원, 사용자와 공급자.

“당신은 무엇을 양보할 수 있습니까?” “나는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협상의 주체는 언제나 ‘나와 너’였습니다. 관계는 이 둘 사이에 놓인 배경 정도로 취급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AI 전환기의 협상은 이 프레임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한 번 양보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술, 직무, 경력, 정체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협상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관계 자체가 버텨낼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과정이 됩니다.

관계중심 협상은 그래서 질문을 이렇게 바꿉니다. “이 협상의 진짜 주체는 누구인가?” 그 답은 ‘회사’, ‘노조’ 같은 조직명이 아니라 “우리 사이, 이 관계 자체”입니다.

  • 개인 vs 개인의 심리 싸움이 아니라

  • 집단 vs 집단의 힘겨루기도 아니라

  • 조직을 이루는 관계망 전체를 협상의 주체로 놓는 관점입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협상이 끝난 뒤에도 함께 살아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AI 전환처럼 한 번에 끝나지 않는 변화 앞에서는 “오늘 합의안”보다 “내일 다시 마주 앉을 수 있는 관계”가 더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협상의 주체를 개인·집단에서 관계로, “당사자”에서 “사이(間)”로 옮겨 놓는 것 - 관계중심 협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과정의 재정의: 거래에서 "함께 예측하고 배우는 여정"으로

전통적인 협상 과정에는 익숙한 공식이 있습니다. 서로의 요구와 한계를 드러내고 조건을 주고받으며 어느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 즉, 협상은 거래의 기술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협상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의도를 읽고, 양보와 압박을 적절히 섞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초불확실성의 시대, 이 과정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AI 전환의 핵심 문제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전제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는” 지점에 있습니다. 미래의 직무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어떤 기술이 살아남고 사라질지, 교육과 전환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이 모든 것은 서로 설득하기 전에 함께 예측해야 할 대상입니다.

관계중심 협상에서 과정은 이렇게 재정의됩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협상”에서 “함께 예측하고 배우는 협상”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공동 예측

  • AI 도입이 어느 직무에, 어떤 속도로 영향을 줄지

  • 어떤 기술·역량이 새 표준이 될지

  • 어떤 시나리오가 최악의 경우인지

공동 해석
“효율성 20% 향상”이라는 숫자는 회사에는 “경쟁력 확보”일 수 있고 노조에는 “인력 감축 신호”일 수 있습니다. 관계중심 협상은 이 해석의 차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우리는 이 숫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함께 토론하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공동 학습
AI·자동화는 전문가도 계속 배우는 영역입니다.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서로의 입장을 수정하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합니다. 관계중심 협상은 이를 입장 번복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배워가는 증거”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협상 테이블은 결과를 찍어내는 공장이 아니라, 조직이 미래를 실험하고 학습하는 장에 가까워집니다.

이렇게 보면, 관계중심 협상에서 과정이란 더 이상 “조건을 흥정하는 몇 번의 회의”가 아닙니다. AI 전환기 동안 이어지는 공동 예측·공동 해석·공동 학습의 연속된 여정입니다.

성과의 재정의: 합의안에서 "더 나은 내가 되는 경험"으로

협상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늘 이겁니다.

  • 임금은 얼마나 올렸는가

  • 인력 감축은 막았는가

  • 복지 조건은 얼마나 개선했는가

수치로 환산 가능한 것들. 결과 보고서에 적히는 것들. 물론 이들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관계중심 협상은 이런 성과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AI 전환기라는 맥락에서, 이것만으로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위험한 축소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어렵게 지켜낸 합의도 내년 기술 도입 한 번에 다시 흔들릴 수 있고 한 번의 인사 정책 변화로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계중심 협상은 성과의 기준을 한 단계 더 안쪽으로 옮깁니다.

“우리는 이 협상을 통해 어떤 관계가 되었는가, 어떤 내가 되었는가?”

여기서 말하는 성과는 세 가지 층위를 가집니다.

  • 외적 성과: 임금, 고용, 복지, 제도, 프로그램 등 협약서에 적히는 것들

  • 관계 성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이전보다 두터워졌는가/ 다음 위기에도 “그래도 저쪽과는 한번 이야기해볼 수 있다”는 감각이 남았는가/ 갈등 이후에도 연락할 수 있는 창구와 사람을 확보했는가

  • 내적 성과: 이 협상을 통과하면서, 내가 어떤 태도를 익혔는가 / 나의 두려움·방어·분노와 마주하는 법을 조금은 배웠는가 /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얻었는가

관계중심 협상은 이 세가지 층위까지를 협상의 성과로 봅니다. 그래서 지난 글의 마지막에서, 노사 협상을 “더 나은 내가 되는 경험”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은 나’는 더 똑똑한 협상가가 아니라 "상대와 나, 우리 조직을 함께 버티게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성과를 이렇게 다시 정의할 때, 협상은 더 이상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관계와 사람을 바꾸는 장기적인 학습 경험이 됩니다.

관계중심 협상의 정의와 목표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로 묶어보면, 관계중심 협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관계중심 협상이란, 협상의 주체를 개인과 집단이 아니라 관계로 보고, 협상의 과정을 거래가 아니라 함께 예측하고 배우는 여정으로 이해하며, 협상의 성과를 합의안뿐만 아니라 더 나은 관계와 더 나은 나의 형성까지로 확장하는 협상 패러다임이다.

그렇다면, 관계중심 협상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전환기에도 다시 마주 앉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조금 더 풀어보면, 오늘의 합의가 내일의 변화를 버텨낼 수 있도록 서로의 신뢰를 조금씩 축적하고 위기 때마다 “그래도 이 관계라면 한번 더 이야기해 볼 수 있다”는 이것이 관계중심 협상이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는 조직의 대변인인가 탐구자인가” 라는 주제로, 이 협상을 실제로 수행하는 ‘나’라는 주체를 바라보려 합니다.

협상 실무자가 조직의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중심 협상을 탐구하는 윤리적 주체로 설 수 있어야 하는 이유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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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보드
모든 조직의 도전이,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현직 HRM 전문가로, 조직 성과와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전략을 고민합니다. 인사제도 기획과 노무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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