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짜리 성과표 뒤에 남겨진 차가운 정적

100점짜리 성과표 뒤에 남겨진 차가운 정적

100점짜리 리더는 없다: 성적표를 내려놓고 질문을 시작할 때
리더십시니어리더임원
나)
김선아(엘레나)Aug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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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조직에서는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며,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사람에게 ‘리더’라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팀원으로 일하는 것과 팀장, 즉 리더로 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팀원 시절에는 내가 어떻게 성과를 낼지 고민하고, 매니저와 잘 협업하는 방법을 찾으면 됐다.

내가 맞추고 조율하며 원하는 바를 찾아가면 되었고, 목표와 역할에 대해서도 나를 이끌어주는 매니저에게 피드백을 받고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순간부터는 달라진다.

특히 외국계 기업에서는 상사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주간 화상회의와 메신저, 이메일을 통해 보고하고 조율하는 동시에 한국 지사장 등에게 간접 보고(Solid/Dotted Line)를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글로벌 본사와 리전(Region)에서 내려오는 과업과 한국 시장의 특수성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동시에 지금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역량과 상황, 조직의 속도까지 살펴야 한다.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얼마나 빠르게 갈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멈추어 기다릴 것인가.

리더에게는 이런 판단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돌이켜보면 약 12년 전, 차장 1년 차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내 일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내가 구성원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는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는지,

나의 말과 행동이 팀에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지가 중요해지는 시기였다.

우리는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조직에서 성과는 좋지만 리더로 승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특히 사람과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일수록 리더의 성적표는 단순히 KPI 달성률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역량 평가, 360도 다면평가, 구성원 몰입도, 조직문화 진단 등 다양한 지표가 한 사람의 리더십을 바라본다.

KPI 100점을 받았다고 해서
100점짜리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정말 ‘100점짜리 리더’가 존재할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리더들.
나의 직접적인 상사였던 사람들, 현업의 매니저와 임원들.

그리고 HR에서 수많은 리더십 데이터와 조직의 모습을 지켜보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100점짜리 리더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완벽한 리더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100점짜리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어쩌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점수를 매기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가.
구성원들은 나를 신뢰하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조직은 나를 좋은 리더라고 생각할까.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성과 성적표를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내가 몇 점짜리 리더인지 증명하는 것보다,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나의 성적표보다 구성원들의 성장 성적표를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견디며 기다려야 할까.

리더라는 자리가 외롭고 고독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숙명인지도 모른다.

내가 결정해야 할 순간에는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 앞에서 때로는 혼자 남는다.

그 정적이 불편해서 나도 모르게 서둘러 답을 제시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해봤는데, 이 방법이 가장 좋아.”

“그건 안 될 것 같아.”

하지만 어쩌면 좋은 리더는 가장 빨리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내 기준과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구성원이 자신의 답을 찾을 때까지 한 걸음 물러나 기다려주는 것.

물론 쉽지 않다.

특히 오랜 시간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인정받아온 사람에게 ‘기다림’은 생각보다 어려운 리더십이다.

하지만 리더의 역할은 모든 답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일지도 모른다.

100점짜리 리더가 되려고 애쓰는 대신,
100점짜리 구성원을 만들어가는 리더.

완벽한 리더가 되려고 애쓰기보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리더.

어쩌면 내가 지금 배워야 할 리더십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외로운 정적 끝에서 나는 오늘도 리더라는 계단을 한 칸 더 올라선다.

성적표를 내려놓고,
질문을 시작하면서.


나)
김선아(엘레나)
조직에서 사람과 문화의 힘을 믿는 HR Leader
안녕하세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HR의 본질인 '사람과 문화'의 힘을 믿는 HR 리더로써 현업에서의 치열한 고민과 성장의 인사이트를 정제된 글로 기록하고 나눕니다. 구성원 한 분 한 분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모두가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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