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변화를 맞이한 모든 HR과 직장인 여러분.
요즘 들어 일터에서 느껴지는 공기가 사뭇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끼실 겁니다. 한때는 경력과 직함만으로도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눈앞의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익숙했던 성공 공식이 통째로 바뀌고, 커리어의 룰(rule)이 재정의되는 지금, 우리는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보여줄 기회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시대 전환과 자기 증명의 의미를 함께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① 시대의 변화가 기업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
과거 성공한 기업은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했습니다. 조직은 느리게 진화했고, 오랜 경험과 서열, 기존 계약관계만 지켜도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지요. 그러나 다양한 SNS의 채널의 확장과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러한 전통은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요즘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HR 용어들을 매일같이 듣고 있습니다. 각자 의미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태도의 거대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런 HR 트렌드가 나와 내 조직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판단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1) 대퇴사 시대 (Great Resignation)
: 2020년경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자발적 퇴직 물결입니다. 특히 MZ세대는 퇴사를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일의 의미와 삶이라는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 한 설문에서 MZ세대 10명 중 7명이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을 정도입니다. 평생직장의 안정 신화가 깨지고, 워라밸과 자아실현을 찾아 과감히 떠나는 흐름이 된 것이죠.
2) 대이직 시대 (Great Reshuffle)
: 퇴사를 고민하던 많은 이들은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창업, 쉼, 프리랜서 그리고 더 나은 보사과 환경으로의 이직이죠. 몇 년 전까지는 완전히 일을 그만두기보다 더 나은 곳으로의 이직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많았습니다. “이직은 곧 성공과 성장의 기회”라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인해 연봉 상승과 커리어 발전을 찾아 프로 이직러가 된 것이죠. 대이직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전에는 노출되지 않던 정보들이 공유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보상과 문화라는 정보가 공유되었고, 직장인들 중에 SNS를 통해 자신의 탁월한 지식과 성과를 공유하는 임플로이언서가 늘어나기 시작했거든요. 조금씩 프로 스포츠 구단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기업의 공채 문화가 사라지고 수시채용, 헤드헌팅이 활발해지면서, 인재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A급의 탁월한 인재들과 젊은 직원들의 이직을 자기 증명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하던 시대였습니다.
3) 대잔류 시대 (Big Stay)
: 그런데 2023년경부터는 분위기가 또 변했습니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잇단 감원 속에서, “차라리 지금 회사에 남자”는 움직임이 커진 겁니다. 대잔류 시대란 경제 불안과 고용 불안 때문에 근로자들이 이직 대신 현재 직장에 머무르는 현상을 뜻합니다. 한 설문에서는 직장인 절반 이상이 당장 이직보다 잔류를 선택했고, 그 이유로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 보장”(45.4%)과 경제 불확실성(38.2%)을 꼽았습니다. 쉽게 말해, 당장은 움직이지 않고 버티기를 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남았다고 모두 몰입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현재의 조직에서 더 큰 성공을 추구했지만, 더 많은 이들이 일터에 남되 마음은 떠난 조용한 사직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4) 조용한 사직 시대 (Quiet Quitting)
: Quiet Quitting은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일만 하며 존재감 없이 일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조용히 속으로 사직한” 듯한 상태입니다. 직원은 회사 요구치만 딱 채우고 그 이상은 일절 하지 않는 태도로, 업무에 대한 추가 열정이나 주도권, 그리고 리더와 임원이 되기를 포기한 모습입니다. 예컨대 “혼나지 않을 만큼만 일한다”거나 “승진에 도움돼도 추가 업무는 하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은 안 하지만 성장과 성공, 그리고 조직의 목표에 예 마음의 거리를 두고 현상 유지만을 택하면서, 조직 입장에선 생산성과 분위기가 떨어지는 새로운 도전과제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만나는 HR 전문가 중에 조용한 사직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문제는 조용한 사직의 목적은 ‘기대만큼만 한다‘ 인데, 우리 나라에서의 조용한 사직은 ‘이전보다 어렵거나 새로운 일을 하지 않는다.’로 변질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성원은 승진과 평가와 상관없이 매년 경력이 쌓입니다. 누군가는 10년차에서 13년차가 되었고, 또 누구는 20년차에서 25년차가 되었죠. 그런데 하는 일은 제자리 걸음인 것입니다. 이는 유지가 아닌 후퇴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또 팀의 목표는 매년 어려워 집니다. 회사의 목표가 시장의 복잡성으로 인해 어려워지는 만큼 연결되어 있는 실무 팀의 목표는 어려워지죠. 그런데 구성원들의 역량과 성과는 그대로인 상황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한 사직입니다. 아무리 일을 못해도 해고하기 어려운 근로기준법이 지켜주는 안전함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제시한 4가지의 트렌드는 불과 최근 1~2년 사이에 또 바뀌었습니다.
5) 대창업 시대
: 최고의 인재들은 이직이나 승진아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 창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더는 한 조직에 얽매이기보다, 자기 이름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1인 기업에 도전하는 흐름이지요. 창업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대창업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과거의 창업은 자영업의 시작이었지만, 지금의 창업은 기업과 같은 구조이자 기업과 대등한 계약을 맺는 구조로 바뀐 것이죠. 이는 기술 발전과 디지털 플랫폼 덕에 소규모로도 사업을 벌이기 쉬워지면서, 뛰어난 개발자나 기획자들이 회사 간판 없이도 솔로 프리랜서 혹은 CEO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회사 밖에서도 내 힘으로 성공해보자”는 이 도전 정신이 곳곳에서 창업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 했던 대잔류와 조용한 사직으로 인해 A급 인재에게 더 많은 일이 몰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가지의 문제가 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또 하나의 병목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고정 연봉이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조직안에 머무는 ‘과거의 문화‘ 들입니다. 위계와 관계로 맺어진 수많은 구성원들이 탁월한 A급 인재의 등장을 인정하지 않거든요. 나까지 힘들게 배우며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지 않은 요즘입니다.
6) 대해고 시대 (Great Layoff)
: A급 인재의 선택과는 반대로 기업들은 성과 부진과 기술 변화에 대응하여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2022~2025년 빅테크 기업들은 채용을 급히 줄이고, 때로는 전체 인력의 5~10%를 줄이는 감원 릴레이를 벌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IT 인력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고, LinkedIn 등에는 해고를 당한 직원들의 글이 쏟아져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IT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제조/생산직, 서비스직에서 리더급 인재들까지 해고하며 기업은 언제든지 조직을 피봇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성과자 해고와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 등이 맞물리며, 고용 시장 전반에 생존 위기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마 2026년과 2027년은 대해고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체감하는 기업의 위기감이 엄청나거든요.
대창업과 대해고의 시대가 되면서 기업은 기업을 대상으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슈퍼 개인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또 개인은 직장의 이름이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름으로 직장에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거죠.
7) 증명의 시대
: 그리고 이제 도달한 핵심 흐름이자 주제는 바로 “증명하는 시대”입니다. 앞서 열거한 모든 변화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조용히 일만 하는 사람, 창업하는 사람, 해고되는 사람’과 ‘기업‘ 이 공통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더 이상 명문 대학 졸업장이나 유명 대기업 재직 경력만으로는 커리어 보장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직위나 연공서열 같은 과거의 신분증은 힘을 잃고, 이제는 각자가 자신의 이름과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또 기업은 회사 이름으로 A급 인재를 채용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된 것이죠
송길영 박사는 이를 “핵개인화 시대” “경량 문화”라고 부르며, 개인이 더 이상 집단의 일부가 아니라 고유한 존재로서 삶과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사회에서도 “어디 다니세요?”보다 “거기서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고, 회사 이름보다 내가 한 일과 성과가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회사 보다 내 이름에 담긴 브랜딩이 곧 신뢰의 기준이 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기업 브랜드 뒤에 숨을 수도 없고, 숨을 필요도 없는 시대, 바로 모두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의 도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