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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략적 협상에서 공동체적 상호작용으로

11 전략적 협상에서 공동체적 상호작용으로

과정의 변화를 여는 질문의 혁신
노무HR 컨설팅리더십리더임원CEO
보드
스프링보드Jan 11, 2026
1405

노사 협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사람들은 보통 전략과 기술부터 떠올립니다.
누가 먼저 압박을 넣을 것인지, 어떤 카드로 양보를 이끌어낼 것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관계중심 협상에서 진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처음 건네는 말 한마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번 글은 그 작은 차이, 전략적 대화에서 공동체적 상호작용으로 옮겨가기 위한
말 걸기와 질문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전략적 질문이 만드는 풍경

협상장에서 많이 쓰는 질문은 대개 이런 종류입니다.

  • 이번에 당신들이 진짜로 가장 원하는 건 뭡니까?

  • 양보 가능한 선이 어디까지입니까?

  • 그 요구의 근거를 제시하실 수 있습니까?

틀린 질문은 아닙니다. 다만 이 질문들에는 공통된 전제가 있습니다.

“나는 상대의 정보를 최대한 끌어내서,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묻는다.”

그래서 전략적 질문이 반복되면 협상장의 풍경은 점점 이렇게 변합니다.

상대의 말에서 허점 찾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질문은 검문처럼 느껴집니다.

답을 하는 사람은 점점 더 방어적인 언어를 선택합니다.

이때, 협상이 표면적으로는 진지하게 흘러가도 속에서는 이런 말이 자라납니다.

'어차피 우리를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공격하려고 묻는 거지.'

'이건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논리를 시험하는 시험장 같다.'

전략적 질문만으로는 협상의 정보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관계는 자라지 않습니다.

공동체적 말 걸기가 지향하는 것

관계중심 협상에서 말 걸기의 출발점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같은 터전 위에 있다.”

이 문장은 “우리는 같은 입장이다”가 아닙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같다”는 말도 아닙니다.

단지, "이 회사, 이 업, 이 지역이라는 같은 배 위에 타고 있다”는 자각입니다.

공동체적 말 걸기란, 이 자각에서 출발하는 질문입니다.

상대의 약점을 캐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의 세계와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말 걸기의 첫 문장이 “왜 그렇게까지 요구하시나요?” 대신

“이 요구 뒤에 있는 조합원들의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로,

“그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우리 쪽에서 보는 현실과, 여러분이 보는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같이 맞춰보면 좋겠습니다.”

로 달라집니다.

결국 질문의 기능이 바뀝니다.

상대의 논리를 ‘깨기’ 위한 도구에서

같이 상황을 ‘그려보기’ 위한 도구로 말이죠.

말 걸기의 첫 단추를 바꾸는 문장들

구체적인 문장으로 내려와 보겠습니다.
아래 문장들은 그대로 가져다 써도 좋고,
각자의 언어로 변형해도 좋습니다.

상대의 맥락을 묻는 말

  • 이 사안을 두고,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으시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 이 안을 들고 나오시기까지 내부에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조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만약 이 요구를 관철하지 못했을 때, 조합원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이 질문들은 상대의 입장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입장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함께 보자는 초대입니다.

책임을 함께 나누자는 말

  • 이 변화의 책임을 모두 회사 탓, 모두 노조 탓으로 돌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같이 짊어져야 할 몫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 이 결정이 잘못됐을 때, 우리는 어떤 책임을 같이 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협상은 “누가 더 잘못했는가”에서
“누가 무엇을 같이 책임질 것인가”로 방향이 바뀝니다.

장기적 관계를 여는 말

  • 이번 합의가 끝난 뒤, 다음 위기에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그때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길 바라시나요?

  • 3년 뒤를 떠올려 봤을 때, 이번 협상이 ‘잘했다’고 평가받으려면 어떤 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런 질문은 지금 싸움을 덜 치열하게 만들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싸움 이후의 관계와 시간의 축을 지금부터 같이 상상해보자는 제안입니다.

질문이 바뀌면, 듣는 방식도 바뀝니다

질문이 바뀌면 듣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전략적 질문 아래에서는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도 “어디를 찌르면 될까”를 동시에 생각합니다.

공동체적 말 걸기 아래에서는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이 왜 이 표현을 썼을까”

“이 입장이 형성되기까지 어떤 경험이 있었을까”를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듣는 과정 자체가 상대의 세계에 잠깐 다녀오는 여행이 됩니다.

물론 이 여행이 곧바로 합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이 한 번, 두 번 쌓일수록 다음 협상에서 시작점이 달라집니다.

“그래도 저쪽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 인식이 쌓이면 협상은 더 이상 매번 처음부터 벽을 세우는 작업이 되지 않습니다.

전략적 말 걸기 vs 공동체적 말 걸기

정리해보면, 두 방식의 차이는 이렇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말 걸기

  • 목표: 상대의 정보·약점을 파악해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기.

  • 질문: “왜 양보 못 합니까?”, “근거는 뭡니까?”

  • 청취: 허점을 찾기 위한 듣기.

공동체적 말 걸기

  • 목표: 같은 터전 위에서 서로의 맥락과 한계를 이해하기.

  • 질문: “이 요구 뒤에는 어떤 현실이 있습니까?”, “이 변화의 책임을 같이 지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청취: 상대의 세계를 잠깐 빌려 보는 듣기.

관계중심 협상이 지향하는 것은 전략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략 위에 관계를 더 얹자는 제안입니다.

전략이 없는 관계는 현실에 닿지 못하고, 관계 없는 전략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말 걸기의 혁신은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관계중심 협상에서 과정의 혁신은 거창한 제도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처음 건네는 한 문장, 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오늘도 싸우러 왔습니다”가 아니라

“오늘, 이 터전의 미래에 대해 한 번 같이 그려보러 왔습니다”라고 속으로라도 말해보는 것.

그 다짐 하나가 질문의 방향을 조금씩 바꿉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모여 전략적 투쟁으로만 보이던 협상을

조금씩 공동체적 상호작용으로 바꾸어 갑니다.

다음 글을 향해: 감정이 열어주는 문

말 걸기와 질문이 바뀌면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서운함, 분노, 두려움, 기대.

다음 글에서는 이 감정들을 “줄여야 할 방해 요소”가 아니라
관계를 깊게 만드는 정보로 다루는 법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전술적 미러링을 넘어 정말로 서로의 감정이 공명하는 순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보드
스프링보드
모든 조직의 도전이,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현직 HRM 전문가로, 조직 성과와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전략을 고민합니다. 인사제도 기획과 노무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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