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에서 리더는 꼭 필요할까?
이 질문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한 고민입니다. 이 고민을 실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검증한 기업이 구글이죠. 제 기억으로 2001년부터 시작된 이 길고 지루한 프로젝트는 2017년 경에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찾은 하나의 결론은 “리더라는 포지션이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행동이 문제다” 라는 것과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갖춘 구성원들이 모인 팀도 문화가 엉망이면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였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들을 공부하게 된 이유는 대기업에서 16년간 HR과 HRD, 그리고 조직과 리더를 양성하는 과업을 담당하자가 2019년 처음으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을 때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뭐가 다르지?“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그리고 토스와 우아한 형제들의 사례를 학습하면서 기존 GE의 인재양성, 맥킨지의 문제해결 프로세스, 그리고 이랜드의 일의 의미와 조직문화 내재화에 대한 것들을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씩 따로 국밥처럼 나뉘어져 있던 리더와 팔로워, 기업문화와 팀문화, 성장과 성과가 연결되었죠. 그 중 구글의 사례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2001~2002년, Google은 개발 조직 일부에서 중간 매니저를 제거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임원과 팔로워(개발자)만으로 팀을 운영하는, 지금으로 치면 극단적으로 플랫한 조직 실험이었죠. 당시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일하는데 굳이 리더(매니저)가 필요할까?”
“우리는 대학교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동아리 같은 문화가 있고, 주도적인 구성원들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데 굳이 리더가 필요할까?”
이 실험은 리더십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에서 출발했습니다. 관리자는 느리고, 간섭하고, 창의성을 막는 존재일 수 있다는 가정이었고, 자신의 일을 잘하려고 모인 구성원들만으로도 조직은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탁월한 용병조직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단기적으로는 성과는 좋아 보였습니다.
의사결정은 빨라졌고, 보고는 줄었고,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높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조직의 모습이 ‘우선순위가 흐려지고,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방치되고, 피드백과 성장 대화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임원이 사람 문제까지 직접 처리해야 했습니다.
이때 한 코치가 경영진과 현장을 돌아다니며 구성원들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매니저가 없으니 어때요?” 라고 말이죠. 처음 매니저가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도권을 넘겨받고 싶어했던 구성원들은 다시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라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필요한 리더의 역할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리더라는 ‘자리’가 아니라 리더가 해왔던 행동들이었다.”
리더 포지션을 없앤다고 통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구성원들의 자율과 성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다루는 역할의 공백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실패 경험 이후, 경영진은 리더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바뀌게 됩니다.
X “리더는 필요 없는가?” 가 아니라,
O “그렇다면 문제가 되었던 리더의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O “반대로, 성과와 성장을 만들어내는 리더는 무엇을 다르게 하는가?”
이 질문에 데이터로 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Project Oxygen입니다.
즉, Project Oxygen은 리더십을 미화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나쁜 리더의 행동을 제거하기 위한 프로젝트’였고, 이를 통해 ‘탁월한 리더의 행동 패턴을 찾는 프로젝트’ 였습니다.
Project Oxygen이 보여준 핵심 메시지는 ‘탁월한 리더는 성과, 경력, 실력, 직급, 성격과 카리스마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 패턴으로 구분된다.’ 입니다.
구글은 “리더의 자질”이 아니라 “탁월한 리더의 행동”을 정의했습니다.
1) 최고의 팀장은 좋은 코치다.
2) 코치는 팀원에게 권한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는다. 심지어 답을 알아도 간섭하지 않는다.
3) 팀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팀원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그리고 리더의 의견이 아닌 팀원의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4) 생산적이며 결과 중심적이다.
5) 팀원이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6)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가진다.
7) 팀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직무상 스킬을 가진다.
8) 팀원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인 상태에 대해서도 관심과 걱정을 표현한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팀원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하를 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이 8가지의 행동을 탁월하게 습관화 한 리더가 바로 구글에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리더였고, 구성원들의 성장과 성공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시키는 리더였습니다. Coaching Leader 또는 Convincing Leader 라 불리던 이 리더들은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일상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 / 비정기적으로 1ON1 대화를 나누며 구성원들이 리더 자신에게 묻고 싶은 업무와 업무 외적인 부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간을 사용해야 했죠. 이 과정에서 리더는 자신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열린 질문과 중립 질문을 사용하고 경청하는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또 내부와 외부의 주요 정보들을 공유하고, 때로는 Teaching과 Feedback을 적절하게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 뿐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커리어와 성장 또 개인적인 어려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팀의 성공 뿐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과 성공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2010년 중반이 되었을 때 탁월한 리더의 행동은 2가지가 더 추가되었습니다.
9) 구글의 여러 팀들과 공동 작업을 한다
10)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이는 사업의 확장과 글로벌 진출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정보 공유와 협업의 확장’ 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니저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크기가 글로벌로 확장되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 탁월한 지적 수준과 경력을 가진 구성원들의 합류로 인해 리더십 난이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 행동들은 ‘타고나는 성격과 기질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는 리더 뿐만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역할과 행동에 대해서도 공유해 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 입니다. 이는 구성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가 아닌, ‘업무와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믿음’ 을 말합니다. 전제가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 이고 이는 ‘조직이 가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구성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과 의견이 아닌 ‘팀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탁월한 성과를 내는 팀의 특징을 심리적안전감에서 찾았던 구글은 이제 조금 더 나아가 심리적안전감을 갖기 위한 행동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전제가 4가지가 있더라고요.
1)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영향 Impact를 이해하며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2)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 Meaning와 가치 Value를 부여하고 있다.
3) 구성원들은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명확한 목표와 전략 Structure, 계획과 규칙 Clarity 을 알고 있다.
4)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시간안에 책임지고, 구글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Dependability 믿는다.
1) ~ 4) 까지에 대해 일상에서 업무를 하며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고, 동료들과 함께 대화하며 나누는 팀이 바로 심리적안전감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고,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구성원들이 모인 팀이 ‘탁월한 성과를 반복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임팩트 리더십(Impact Leadership)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6~7월 경에 출간될 예정인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임팩트 리더십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임팩트 = 행동(Behavior) × 관계(Relationship) × 의식적인 연습 (Deliberate Practice)
구글의 실패 실험이 보여준 것은 간단합니다.
역할만 있고 관계가 없으면 → 통제, 방임
관계만 있고 행동이 없으면 → 좋은 사람, 낮은 성과
또 탁월한 리더의 공통점
일의 기준과 방향을 행동으로 명확히 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 행동이 작동하게 만든다
즉, “내가 좋은 의도를 가졌다”가 아니라 “구성원의 행동과 성과가 실제로 바뀌는가?” 가 탁월한 리더의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임팩트 리더십은 그렇게 ‘구성원의 행동이 동료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 을 알려주는 리더십이고, 이를 위해 상황과 사람, 과업에 따라 리더는 다양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구글의 사례를 들어 리더십이 행동으로 변화되고 있는 부분을 공유드렸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리더의 ‘행동 목록’은 보편적일 수 있지만, 적용 방식은 절대 보편적이지 않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사의 성장 단계가 다르고, 산업 특성이 다르고, 직무의 성격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리더 개개인의 성격 / 경력 / 지식과 스킬 / 강점과 약점이 다르고, 함께 일하고 있는 팔로워의 성숙도와 기대, 역량의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다르게 작동하고
개발과 영업, 마케팅과 제조가 메인인 조직에서 다르게 해석되며
신임 팀장과 베테랑 팀장, 의지가 높은 구성원과 의지가 거의 없는 구성원들로 구성된 팀에 요구되는 밀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게 정답이다”가 아니라 “우리 팀과 조직, 이 시점에 리더와 구성원은 어떤 행동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장과 성공에 영향을 주는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가?” 를 정의하고, 함께 학습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해야 하는 것이죠.
구글은 리더를 조직에서 내보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리더라는 자리가 아니라, 임팩트를 만들지 못하는 리더의 행동이었고,
그래서 리더십을 ‘정의 / 측정 / 학습 가능한 행동의 영역’으로 옮겼습니다.
임팩트 리더십은 이 흐름 위에서, 행동과 관계의 균형을 통해 각 조직에 맞는 리더십을 설계해야 합니다.
리더십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우리 조직의 비전 / 미션 / 전략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어떻게 학습하고 실행하며 영향력을 전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 뿐인 겁니다.
이게 제가 리더십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