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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감정은 방해가 아니라 정보다

12 감정은 방해가 아니라 정보다

미러링을 넘어 감정의 공명으로
노무HR 컨설팅시니어리더임원CEO
보드
스프링보드Jan 13, 2026
2406

협상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감정을 빼야 냉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협상장에서는 자주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감정은 잠깐 접어두시죠.”
“팩트만 이야기합시다.”

그러나 관계중심 협상에서 감정은
지워야 할 노이즈가 아니라 읽어야 할 데이터입니다.

감정을 줄이려 할 때 생기는 일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조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감정에 휘말리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말을 삼키게 됩니다.

목소리가 올라가고, 얼굴이 굳고,
말의 톤이 공격적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실무자들은 이런 습관을 익힙니다.

  • 속으로는 화가 나도, 겉으로는 건조한 표정 유지,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포장을 입힌 강한 거절,

  • 말 끝을 딱딱하게 자르고, “나중에 검토하겠습니다”로 대화를 정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감정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복도와 단체 채팅방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저쪽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인상.

“오늘 진짜 하는 꼴 보고 정이 떨어졌다”는 감정의 잔상.

감정은 결국 이런 식으로 남습니다.

감정을 줄이려 한 자리는 대개 미해결 감정이 쌓이는 자리가 됩니다.

감정은 관계와 위험, 욕구에 대한 정보입니다

관계중심 협상은 감정을 이렇게 봅니다.

“감정은 관계와 위험, 욕구에 대한 정보다.”

누군가 유난히 강하게 화를 낸다면

그 지점은 그 사람에게 위험 신호라는 뜻입니다.

누군가 반복해서 실망을 표현한다면
그 지점은 과거에 이미 여러 번 깨진 약속이 있는 자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누군가 계속 불안을 이야기한다면

그 지점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리스크가 걸려 있는 대목입니다.

숫자와 논리만으로는 이런 정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감정을 지워버리면, 협상가는 사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관계중심 협상에서 감정을 다루는 원칙은 단순합니다.

“감정은 통제할 대상이 아니라, 수용하고 해석해야 할 신호다.”

미러링을 넘어서: 감정을 공명시키는 문장들

협상 실무에서 감정 관련 테크닉으로 상대가 쓴 마지막 단어를 반복해주거나

“그러니까 ○○라는 말씀이시죠?”라고 되묻는 방식의 “미러링”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전술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상대에게 “내 말을 듣고 있구나”라는 신호를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계중심 협상이 지향하는 것은 전술적 미러링을 넘어서는 “감정의 공명”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함께 살펴보려 할 때

비로소 공명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입니다.

“지금 말씀 속에 꽤 큰 불안이 느껴지는데,
그 불안의 원인을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이 대목에서 특히 화가 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쪽에서 놓친 것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이 사안은 숫자보다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

어떤 경험들이 이 감정을 만들었는지 한 번만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말들은 “우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사과도 아니고,
“당신 말이 맞습니다”라는 동의도 아닙니다.

단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감정이
이 자리에서 다뤄져도 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인정의 순간에
감정의 공명이 일어납니다.

감정이 공명할 때,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

작은 장면 하나를 그려보겠습니다.

회사가 AI 도입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업무 효율이 20% 향상됩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설명이 끝나자, 노조 쪽 한 실무자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결국 사람 자르고 싶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우리는 또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잘려나갈 거잖아요.”

여기서 흔한 반응은 이렇습니다.

“지금은 구조조정 이야기가 아닙니다.”

“감정 섞지 말고, 계획의 내용을 보시죠.”

이렇게 말하면 대화는 겉으로는 정리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노조 쪽에서는 “역시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한다”는 인상만 남습니다.

관계중심 협상에서 윤리적 주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말씀에 ‘또 잘려나간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그 표현 안에는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이 들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번 계획을 논의하기 전에 그 경험 이야기를 한 번 듣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화의 축이 바뀝니다.

‘계획의 옳고 그름’에서

‘이 관계에서 무엇이 이미 무너진 상태인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로.

이 과정이 길어 보이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명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떠한 논리와 숫자를 가져와도

상대의 마음속 오해는 풀리지 않습니다.

감정 공명은 오해에서 이해로 넘어가는 유일한 통로일 때가 많습니다.

감정을 수용하는 것은 왜 협상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가

감정을 수용하는 태도는 종종 “부드럽다”,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감정을 수용하는 것은 협상을 더 정확하게 만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감정을 들어야만 그 사람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을 들어야만 이 안건이 그에게 어떤 위험으로 느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을 들어야만 우리가 건드리면 안 되는 경계선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숫자와 논리만 다루는 협상은 종종 이런 함정에 빠집니다.

“조건은 다 맞춰줬는데, 왜 여전히 못 믿겠다고 할까"

“계산대로라면 이 정도면 수용해야 하는데, 왜 이 반응이지?”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계산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그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감정의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수용하는 것은 상대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닙니다.

협상을 잘못된 가정 위에 올리지 않기 위한 사전 점검에 가깝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윤리적 주체의 자세

관계중심 협상에서 감정을 정보로 다루는 사람은
다음 네 가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1. 나는 지금 이 사람의 감정을 없애려고 하나, 아니면 이해하려고 하나.

  2. 이 감정이 나오게 된 경험과 맥락을 물어볼 준비가 되어 있나.

  3. 이 감정을 협상 전략에 이용하려는가, 아니면 이 관계가 버틸 수 있도록 함께 다루려는가.

  4. 이 협상이 끝난 뒤, 이 사람이 오늘의 감정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고 싶은가.

윤리적 주체는 감정을 다루는 순간에도 이 네 가지 질문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다루는 태도가 전술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책임으로 느껴집니다.

다음 글을 향해: 테이블 밖에서 짓는 신뢰

이제 말 걸기와 질문, 그리고 감정의 공명까지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관계는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만 자라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협상 테이블을 넘어

워크숍, 비공식 모임, 공동 위원회와 TF 같은 장치들을 통해 어떻게 테이블 밖에서 신뢰를 짓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어떻게 단계별로 설계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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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보드
모든 조직의 도전이,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현직 HRM 전문가로, 조직 성과와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전략을 고민합니다. 인사제도 기획과 노무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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