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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테이블 밖에서 짓는 신뢰

13 테이블 밖에서 짓는 신뢰

관계중심 협상을 위한 환경과 단계의 설계
노무HR 컨설팅리더십시니어리더임원CEO
보드
스프링보드Jan 16, 2026
4415

노사 협상을 떠올리면 대부분 “테이블”이 먼저 생각납니다.

긴 회의실, 마주 앉은 사람들, 조율된 발언과 메모들입니다.

하지만 진짜 신뢰는 그 테이블 위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테이블 밖에서의 시간과 환경이 협상 과정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실 테이블의 한계

회의실 본협상 자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공식적입니다.  

  • 시간과 안건이 촘촘히 정해져 있습니다.  

  • 서로의 발언은 기록되고, 나중에 평가됩니다.  

이 환경은 “합의를 문서로 남기는 일”에는 적합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한계도 분명합니다.  

  • 말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속마음을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 과거의 감정, 오해, 상처를 풀어내기보다는 피하게 됩니다.

  •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기보다, 각자의 입장을 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그래서 관계중심 협상은 이렇게 묻습니다.

“신뢰를 쌓기 위한 환경은 꼭 본협상 테이블이어야 할까?”

테이블 밖의 장치들

관계중심 협상은 협상 환경을 3D로 봅니다.  

  • 누가 앉아 있는지(사람)  

  •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는지(과정)  

  • 어디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만나는지(환경)  

이 중에서 환경은 자주 놓치는 축입니다.

본협상 테이블만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장치들이 신뢰를 쌓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공동 워크숍

AI 도입, 조직 재설계, 산업 전망 같은 주제를 놓고 노사, 전문가가 함께 공부하는 자리입니다.

“우리 vs 저쪽” 구도를 잠시 내려놓고 “이 환경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남으려면”이라는 시각을 연습합니다.

합숙·리트릿

하루 이틀의 짧은 합숙만으로도 “사람으로서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됩니다.

공식 회의보다, 식사 자리·쉬는 시간·산책 중 대화가 관계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공식 식사 모임

단순한 회식이 아니라, 논쟁적인 사안을 다루기 전후에

핵심 실무자끼리 “이야기를 풀어놓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서로의 제약과 부담을 알게 되면 본협상에서 공격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공동 TF/위원회

안전, 교육, 직무 전환, AI 윤리 같은 주제를 함께 다루는 상설 기구입니다.

“이슈가 생겼을 때만 만나는 사이”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해본 사이”로 관계가 달라집니다.

이런 환경들은 결국 서로를 ‘역할’이 아니라 사람과 파트너로 다시 보는 일을 돕습니다.

일회성 합의가 아닌, 단계별 관계 구축

환경만 바꾸어도 도움이 되지만, 관계중심 협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를 단계별로 설계할 수 없을까?”

여기 하나의 로드맵을 제안해봅니다.

1단계: 정보 공유와 상호 인정  

  • 목표: 서로가 보는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기본 정보를 맞춰보는 단계입니다.
    ㄴ 환경 예시: 공동 브리핑, 설명회, 라운드테이블

  • 필요한 자세
    ㄴ “우리가 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열린 태도.
    ㄴ 상대의 문제의식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고 인정하는 한마디.

2단계: 공동 조사·공동 학습  

  • 목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ㄴ 환경 예시: 공동 실태조사, 공동 인터뷰, 외부 전문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 필요한 자세:
    ㄴ 불리한 데이터라도 숨기지 않는 투명성.
    ㄴ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넘어서 “어디에서 시스템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가”를 함께 보는 시선.

3단계: 공동 설계(제도·프로그램)  

  • 목표: 함께 정의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공동 설계자로서 만드는 단계입니다.
    ㄴ 환경 예시: 직무 전환 프로그램 설계 TF, AI 도입 가이드라인 공동 작성, 재교육 로드맵 합의 워크숍

  • 필요한 자세:
    ㄴ 책임을 미루지 않는 책임 공유
    ㄴ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택들(예: 합의문에 서로의 기여를 명시하기 등)

4단계: 공동 평가·피드백  

  • 목표: “우리가 세운 합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함께 점검하고 수정하는 단계입니다.
    ㄴ 환경 예시: 정기 점검 회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 공동 간담회, 피드백 워크숍.

  • 필요한 자세:
    ㄴ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
    ㄴ 잘못된 설계를 찾아내도 “당신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험 결과”로 받아들이는 태도.

단계마다 필요한 윤리적 자세

각 단계를 관통하는 관계중심 협상의 윤리적 자세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 투명성
    : 유리한 정보만 내놓지 않는 것. 불편한 데이터도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테이블에 올리는 것

  • 책임 공유
    : 잘된 결과만 나눠 갖지 않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

  • 상대의 체면 보호
    : 공개석상에서 상대를 망신주지 않는 것. 그리고 합의가 깨졌을 때도 상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

  • 합의 이행에 대한 공동 감시
    : “당신이 약속 지켜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키기로 한 약속을 같이 점검하자”는 관점으로 감시 구조를 설계하는 것.

한 가지 가상의 사례

간단한 가상 사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IT 회사 B에서 AI 도입과 관련해 노사 갈등이 심해졌습니다.

초기에는 본협상 테이블에서 서로를 몰아붙이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노조에서는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회사에서는 “시장 상황을 모르는 요구” 라고 대꾸합니다.

그러다 양측 실무자가 합의합니다.  

1단계:
AI 도입에 대한 공동 브리핑을 열어 회사가 가진 데이터, 노조가 수집한 현장 목소리를 함께 공유합니다.

2단계:

“어떤 직무가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공동 조사팀을 만들어 3개월간 조사합니다.

3단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합니다.

  • 대상자 선정 기준      

  • 교육 기간과 내용      

  • 교육 후 배치 원칙 등을 함께 정합니다.      

4단계:
분기마다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공동으로 점검하는 회의를 가집니다. 필요하면 기준을 수정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둘 사이에는 이런 문장이 생깁니다.  

“저쪽이 우리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 사람들이 서 있는 땅을 지키려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불편한 이야기들을 꺼내도 적어도 듣고 같이 검토해보려는 사람들이구나.”

갈등은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질이 바뀝니다.

“전략적 투쟁”으로만 보이던 노사관계가 장기적 공동체적 상호작용으로 조금씩 옮겨갑니다.


관계중심 협상의 "과정" 혁신을 마무리하며

이번까지 3개의 아티클에서는 관계중심 협상의 과정을 세 가지 축으로 살펴봤습니다.  

  • 말 걸기와 질문의 혁신.  

  • 감정을 정보로 다루는 공명.  

  • 테이블 밖에서 짓는 신뢰와 단계 설계.  

관계중심 협상이 지향하는 과정의 혁신은 대단한 전략의 발견이라기보다,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떻게 감정을 듣고, 어떤 환경과 단계에서 만나는지를

차분히 다시 설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과정을 바꿔갈 때 노사 협상은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같은 터전 위에서 함께 살아남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는 공동체적 상호작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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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의 도전이,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현직 HRM 전문가로, 조직 성과와 사람의 성장을 연결하는 전략을 고민합니다. 인사제도 기획과 노무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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