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쏟아지는 2026 트렌드 보고서를 덮으며, 우리 조직이 가야 할 길을 묻다
매년 이맘때면 가트너(Gartner), 딜로이트(Deloitte) 등 글로벌 컨설팅 펌과 국내 주요 HR 기관들이 앞다퉈 내년도 전망을 내놓습니다.
'2026년 코리아 트렌드'라는 제목의 수많은 보고서와 책을 정독하며, 저는 한 가지 뚜렷한 패러다임의 전환(Shift)을 목격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디지털 전환(DT)'이라는 숙제에 허덕였다면, 2026년은 그 기술 위에 '인간의 본질'을 다시 세우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인사담당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2026년의 3가지 핵심 화두와 우리의 대응 전략을 정리해 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지금까지 HR에게 AI는 채용 이력서를 요약해주거나 챗봇으로 연차 규정을 안내하는 '효율화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2026년 트렌드는 '에이전트 AI(Agentic AI)'의 시대를 예고합니다.
이제 AI는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제안하는 '동료'로 격상됩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요즘 우리 팀 김 대리가 좀 힘들어 보여"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가 김 대리의 최근 야근 데이터와 성과 추이를 분석해 "번아웃 징후가 80%입니다.
다음 주 휴가를 제안하거나 면담 스크립트를 준비해 드릴까요?"라고 먼저 묻는 식입니다.
[HR의 과제]
우리는 이제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를 넘어 'AI와 인간의 업무를 어떻게 재분배(Redesign)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HR은 조직 내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창의성, 공감, 윤리적 판단)'을 정의하고, 구성원들이 AI 동료와 협업하는 방법(AI Literacy)을 가르치는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직무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2026년에는 촌스러운 질문이 될지도 모릅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고정된 'Job Description(직무기술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렌드 보고서들은 하나같이 '스킬 기반 조직(Skill-Based Organization)'으로의 전환을 강조합니다.
어떤 부서에 속해 있느냐보다, '지금 이 프로젝트를 해결할 스킬(Skill)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마케팅팀 소속이라도 데이터 분석 스킬이 있다면 HR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식의 '재능 마켓(Internal Talent Marketplace)'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HR의 과제]
기존의 딱딱한 직무급 체계를 유연하게 손질해야 합니다. 우리 직원이 가진 스킬을 데이터화(Skill Inventory)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인재를 빠르게 헤쳐 모여 할 수 있는 '애자일(Agile) 인사 운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가장 인간적인 것'의 가치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2026년 HR 트렌드의 또 다른 축은 '직원 경험(EX)의 초개인화'와 '정서적 웰빙'입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한국의 2026년, 보상(연봉)만으로 인재를 붙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이제 "나를 하나의 부품이 아닌, 고유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가?"를 묻습니다.
리더에게는 업무 지시 능력이 아니라, 분산된 오피스(Hybrid Work) 환경에서도 팀원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공감 리더십'이 필수 역량이 될 것입니다.
[HR의 과제]
리더십 교육의 판을 바꿔야 합니다. 성과 관리 스킬보다는 '정서 관리 스킬'을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획일적인 복지 제도가 아닌, 생애 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카페테리아식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2026년의 HR은 더 이상 '지원 부서(Back Office)'가 아닙니다.
AI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혁신하는 [기술 전문가]이자,
스킬 단위로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조직 설계자]이며,
삭막한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미를 불어넣는 [문화 지킴이]여야 합니다.
트렌드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HR 담당자님들이 2026년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맞이하시길 응원합니다.
변화의 중심에, 바로 우리 HRer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