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HR 전문가가, 자기 강점 '꼴찌' 자리에서 일하며 깨달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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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HR 전문가가, 자기 강점 '꼴찌' 자리에서 일하며 깨달은 점

잘하는 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나에게, 네 개의 진단이 건넨 답
HR 커리어코칭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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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Sep 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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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가장 모른다’

역설처럼 들리지만, 우리가 평생 가장 오해하며 사는 대상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이를 증명해 왔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볼 때 '되고 싶은 나'와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라는 필터를 자동으로 씌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 이해는 명상같은 내적 탐색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나를 비추는 '객관적인 거울들'이 필요합니다.

AI 시대에 이 명제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지식과 실행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는 시대, 인간에게 마지막까지 남는 고유함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Being)'라는 질문에 답하는 능력입니다. Doing(무엇을 하는가)은 대체될 수 있어도, Being(어떤 존재로 그것을 하는가)은 대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진짜 Human Intelligence를 확인하고 싶어, 성격이 전혀 다른 네 개의 거울을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첫 번째 거울, 강점검사 — "무엇이 나를 활력있게 움직이게 하는가"

Gallup의 CliftonStrengths(강점검사)는 강점보다는 재능의 'DNA'를 순위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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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up에 따르면 이 수치는 누군가가 나와 똑같은 상위 5개 테마를 똑같은 서열로 가지고 있을 확률을 의미합니다. 정말 강점 검사 결과는 고유한 나만의 DN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상위 5개 강점 테마는 전략(Strategic)·최상화(Maximizer)·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미래지향(Futuristic)·책임(Responsibility)입니다. 34개 강점 테마를 네 영역(실행력, 영향력, 대인관계구축, 전략적사고)으로 나눴을 때 저에게 가장 두드러진 영역은 '영향력(Influence)'입니다.

이 5개 강점 조합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미래를 그리고(미래지향), 최선의 길을 설계하며(전략), 그것을 말로 움직이고(커뮤니케이션),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려(최상화),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흥미로운 것은 6~10위에 커뮤니케이션·긍정·공감·행동·사교성(Woo) 같은 '사람을 향한 재능'이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전략가의 머리와 소통가의 심장이 저라는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거울, 다중지능 — "어떤 언어로 세상과 만나는가"

가드너의 다중지능은 지능을 하나의 IQ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봅니다. 저의 1순위는 뜻밖에도 음악지능, 그리고 2순위 인간친화지능, 3순위 언어지능이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이 세 가지의 연결은 의미심장합니다. 음악지능은 '리듬·패턴·정서의 결'을 감지하는 능력이고, 인간친화지능은 '타인의 감정과 동기'를 읽는 능력이며, 언어지능은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입니다. 즉 저는 타인의 감정의 흐름을 감각으로 느끼고(음악), 사람의 마음을 읽어(인간친화), 언어로 전달하는(언어) 사람이었습니다. 왜 강의와 글쓰기, 대화와 코칭을 할 때 유독 에너지가 오르는지, 그 근원이 여기 있었습니다.

세 번째 거울, DISC —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DISC는 행동 양식을 봅니다. 저의 유형은 '정치가(사교형 Influence 기반)'로, 외향적이고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동시에 신중·체계·논리·객관을 갖춘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진단이 짚어준 그림자였습니다. "흡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신을 크게 자책하기에 번아웃을 빠르게 겪는 경향이 있고, 가까운 사람의 칭찬과 격려가 가득한 환경을 선호한다" 는 대목입니다.

이것은 강점의 뒷면입니다. 최상화와 책임이라는 재능이 과하게 작동하면, 그 칼끝이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진단은 강점만이 아니라 강점이 만드는 취약함까지 비춰줍니다.

네 번째 거울, 버크만 — "겉과 속, 그리고 스트레스의 나"

버크만(Birkman)은 가장 입체적입니다. 한 사람을 흥미·평소행동·욕구·스트레스행동이라는 네 겹으로 나눠 보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흥미(내가 끌리는 것) : 파랑 - 기획·혁신·미래·창의

  • 평소행동(남에게 보이는 강점) : 초록(빨강 근접) - 경쟁적·주장이 뚜렷·열정적·직설적

  • 욕구(내가 진짜 바라는 대우) : 초록 - 서로 분명하게 주장하고, 융통성이 허용되며, 참신함과 다양성이 있는 환경

  • 스트레스행동(욕구가 좌절될 때) : 지배적·자기방어적·산만·논쟁적

무엇보다 조직지향점에서'파랑-기획/전략'이 64로 가장 높았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전략·분석·기획의 일이, 우연이 아니라 기질적 본향이었음을 숫자가 확인해 주었습니다.

네 거울을 겹쳐 보면, 비로소 얼굴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진짜 통찰이 시작됩니다. 진단 하나하나는 '조각'일 뿐입니다. 조각으로 전체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강점검사는 재능을, 다중지능은 지능의 결을, DISC는 행동을, 버크만은 내면의 층위를 봅니다. 각각은 부분이지만, 네 개를 포개면 중첩되는 지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교집합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나의 핵심 Being'입니다.

네 진단이 공통으로 가리킨 좌표는 놀랍도록 일치했습니다.

  • 미래·전략·기획 : 강점검사의 '미래지향·전략', 버크만의 '파랑 흥미·기획전략 64'가 정확히 겹칩니다.

  • 사람과 소통·영향 : 강점검사의 '영향력·커뮤니케이션', 다중지능의 '인간친화·언어', DISC의 '사교형'이 한 점에서 만납니다.

  • 탁월함을 향한 책임과 그 그림자 : 강점검사의 '최상화·책임', DISC의 '완벽주의와 번아웃 취약성'이 서로를 설명합니다.

그렇게 만난 나의 Being

이 좌표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응축하면, 저의 Being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그리고, 그 길을 전략으로 설계하며, 사람의 마음을 언어로 움직여, 함께 최고의 결과에 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런 진실도 함께 있습니다. 탁월함을 향한 열망이 큰 만큼, 인정과 관계가 끊길 때 가장 크게 흔들리는 사람. 이것은 결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나의 조건입니다. Being을 안다는 것은 빛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만드는 그늘의 위치까지 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코칭이 위대한 이유, 그것은 'Being'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는 코칭의 본질에 다가가 봅니다. 세상의 많은 대화는 'Doing'을 다룹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그러나 코칭의 가장 강력한 힘은 시선을 한 층 더 깊이 내려, 고객의 Being, 즉 정체성, 가치관, 의미, 강점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데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지심리학이 말하듯, 사람의 말과 행동, 도전과 용기는 결코 진공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언제나 그 사람의 Being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래서 표면의 행동(Doing)만 고치려 하면 오래가지 못하지만, Being이 또렷해지면 행동은 자연히 정렬됩니다.

"당신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에게 진짜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라는 코치의 질문이 강력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질문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잊고 있던 자기 존재를 되비춰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에게는 이런 고민이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네 개의 거울 앞에서 저는 위로만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물음표가 더 선명해졌습니다.

저는 HR 분야에서 20년을 일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교육과 문화, 그러니까 사람을 세우고 조직의 결을 만드는 일을 가장 오래, 가장 사랑하며 해왔습니다. 강의를 하며 영향력을 줄 때 에너지가 오르고, 사람의 마음을 언어로 움직일 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 네 진단이 공통으로 가리킨 저의 Being도 정확히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AI 시대를 맞아, AI를 활용한 HR Analytics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고, 신중하게 검증하고, 오차 없이 분석하는 일. 그런데 이 일이 요구하는 능력은 공교롭게도 제 강점 순위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것들입니다. 신중성, 분석, 심사숙고 같은, 저에게는 가장 연약한 근육들입니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서 이런 질문이 자꾸 올라옵니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내 강점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잘하고 사랑하는 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래서, 코치로서 저 자신에게 답합니다

만약 제 앞에 이런 고민을 든 고객이 앉아 있다면, 저는 답을 주는 대신 이렇게 되물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지금, 저 자신에게 건넵니다.

첫째, "당신은 지금 '강점을 쓰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강점을 새 업무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어색해하는 것’입니까?" 저의 최상위 강점은 전략·미래지향·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HR Analytics는 얼핏 분석의 일처럼 보이지만, 데이터에서 미래의 신호를 읽고(미래지향), 조직이 나아갈 길을 설계하고(전략), 그 숫자를 사람의 언어로 통역해 경영진을 움직이는 일(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합니다. 분석은 재료일 뿐, 그 재료로 '의미'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제 최상위 강점의 영역입니다. 어쩌면 저는 강점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업무에서 같은 강점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둘째, "그 일은 당신의 Being과 충돌합니까, 아니면 확장합니까?" 제 Being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로 구성원의 이탈 신호를 먼저 읽고, 시들어가는 마음을 숫자가 놓치기 전에 발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을 더 일찍 돕는, 사람 세우기의 확장판이 아닐까요. 도구가 강의실에서 대시보드로 바뀌었을 뿐, 향하는 가치는 같습니다.

셋째, "돌아가는 것과 품고 나아가는 것, 10년 후의 당신이 현재의 당신에게 조언해준다면 어떻게 조언해 줄 수 있을까요?" 저의 강점 최하단에 있던 신중성과 분석은, 지금의 일이 저에게 선물처럼 쥐여준 새로운 근육이기도 합니다. 강점만 쓰는 사람은 편안하지만, 약한 근육까지 단련한 사람은 강해집니다. 교육·문화의 자산 위에 데이터의 언어까지 얹은 HR 전문가, 그것은 회귀가 아니라,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차별적 강점이 됩니다.

그렇게 저는 제 고민에 이런 잠정적 결론을 냅니다. 돌아갈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는 잘못된 질문이었다. 진짜 질문은, 어디에 있든 나의 Being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이다. 어떤 업무가 주어지든 제가 '사람을 미래로 세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저는 어느 자리에서도 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묻습니다

AI는 이제 우리 대신 분석하고, 요약하고, 실행합니다. 그러나 AI가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라는 존재의 질문에 답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제가 믿는 진짜 Human Intelligence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닫으며, 답 대신 질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코치가 답을 주지 않고 되비추듯이 말입니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는, 당신의 강점을 '빼앗는' 자리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강점을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게' 하는 자리인가요?

그리고 무대가 바뀌어도 끝내 변하지 않는 당신의 Being은, 과연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흔들리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닻을 내린 것입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러나 AI 시대에 가장 새로운 경쟁력입니다. 그리고 그 앎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좋은 질문을 건네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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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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