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전감이 필요한건가? #2)  왜 그들은 최악이 되었나?

(진짜 안전감이 필요한건가? #2) 왜 그들은 최악이 되었나?

좋은 리더이고 싶었던건가...
조직문화주니어미드레벨리더
애진
김애진Oct 7, 2026
3317

왜 그들은 최악이 되었나?
침묵하는 조직, 갈등을 다시 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조직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불편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목표를 위해 말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에 대해 얘기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편에 있는 모습, 바로 ’침묵하는 조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요즘 정말 많은 리더들이 호소하는 현상이죠)

“코치님.. 하아~ 회의를 해도 말을 안해요. 질문하면 더 어색해요 ”

요즘 기업 현장에서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HR 담당자분들을 만나면 비슷한 말을 자주 듣습니다. |
리더도 구성원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요.”, “이제는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아요.”
회의실은 조용하고,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조직. 심리적 안정감이 부족한 조직이 가장 먼저 보이는 얼굴은 갈등이 아니라 바로 이 침묵입니다.

왜, 이 문제가 불거졌을까?
최악의 테네리페 참사, 권위 앞에서 멈춘 한마디

침묵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 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1977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공항 참사입니다.

그날 KLM 항공기의 기장은 당시 회사에서 손꼽히는 베테랑이었습니다. 보잉 747 조종사들을 가르치고 자격을 심사하던 교육 책임자이기도 했지요. 옆자리의 부기장은 바로 그 기장에게 심사를 받아 자격을 얻은 사람이었습니다. 조종실 안에는 교관과 교육생이라는, 쉽게 넘기 어려운 권위의 차이가 놓여 있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기장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강한리더, 약한 구성원의 전형적인 구조)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원래 목적지였던 인근 그란카나리아 섬의 공항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여러 항공기가 작은 테네리페 공항으로 급히 우회했습니다. 활주로는 하나뿐이었고, 공항은 이미 비행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짙은 안개 때문에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았지요. 대기가 길어지면서 승무원 근무시간 제한에 걸릴지 모른다는 압박도 커졌습니다. 시간을 넘기면 운항을 하지 못하고 현지에 발이 묶여야 했으니까요. 기장은 점점 조급해졌습니다. (게다가 당시 항공기 도착시간이 기장의 성과에 반영되었음)

그리고 기장은 관제탑에서 이륙 후 비행 경로에 대한 허가를 받자, 이를 이륙 허가로 받아들이고 이륙 활주를 시작합니다. 부기장은 “아직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한 번 제지했지만, 기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활주 도중 항공기관사가 “팬암기가 아직 활주로에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을 때도, 기장은 강하게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 뒤로 조종실에서는 더 이상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안개 속 같은 활주로에는 팬암 항공기가 아직 지상 활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 비행기는 그대로 충돌했고, 58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로 남아 있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사람은 분명 있었습니다.
다만 그 느낌이 끝까지 말이 되지 못했을 뿐입니다. (아마 저라도 쉽지 않은… )
이 사고 이후 항공업계는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확인하도록 하는 승무원 자원 관리(CRM) 훈련을 도입하게 됩니다.

침묵은 누구에게 이득일까?

에이미 에드먼슨의 연구에서 사람들이 왜 말하기보다 침묵을 택하는지 설명하면서, 두 선택이 가져오는 이득이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 전 이 부분이 참 와닿았어요. )


침묵의 이득은 지금 당장, 확실하게, 침묵하는 나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말하지 않으면 그 순간의 어색함과 긴장, 상대의 반응에 대한 걱정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반면 문제 제기의 이득은 나중에, 불확실하게, 그리고 주로 조직과 팀 전체에 돌아옵니다. 말한다고 해서 상황이 곧바로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지요.

그러니 사람은 자연스럽게 침묵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침묵은 당장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선택이지만, 길게 보면 조직에도, 결국 나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선택입니다. 문제 제기는 그 반대입니다. 즉각적인 만족은 없지만, 우리가 함께 바라는 목표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알아도 참 어렵습니다.)


좋은 리더이고 싶어서, 말하지 못하는걸까?
(사실, 마음한켠에… 모두가 있는 마음)

요즘 많은 리더와 중간관리자들이 구성원에게도, 윗사람에게도 더 이상 자신의 불편함을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완충하고 견뎌 내는 힘은 분명 리더에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침묵은 인내라기보다 두려움에 가깝습니다. 그 두려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좋은 사람이 아니게 될까 봐’라는 두려움입니다. (저도 두렵..)
이제는 성과만 내는 리더가 인정받는 시대가 아닙니다. 인격과 인간적인 면모, 구성원을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만드는 능력이 리더의 중요한 조건이 되었지요. 리더들도 이런 교육을 정말 많이 받아 왔고, 진심으로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피드백을 건네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좋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관계에서 밀려나고,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습니다. 소속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와 맞닿아 있기에, 이 두려움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리더도 사람이니까요…)

둘째는 피드백 이후에 돌아올 비난이나 괴롭힘 신고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솔직히 많이 두렵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다룬 것처럼, 업무상 피드백이 상처로, 상처가 괴롭힘으로, 괴롭힘이 신고로 이어지는 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리더들은 몸을 사리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불편함을 감수하자.” 말하는 대신 내가 일을 더 하고, 내가 조용히 문제를 수습합니다.

문제는..
구성원도 같은 이유로 입을 닫습니다

이 두려움은 리더만의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들도 “말해 봤자 소용없어요”라는 말을 정말 자주 합니다. 그 안에는 여러 마음이 겹쳐 있습니다. 말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불이익은 나만 당할 것이다, 질책이나 일이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만 괜히 일만 떠 안고 나는 나쁜 사람이 될 것이다.

들여다보면 리더와 구성원은 놀랍도록 같은 심리적 기제를 보입니다.
하나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표면적으로라도 좋은 관계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른 하나는 말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입니다. (저도 솔직히 시어머니께.. 그냥 입을 다물게 됩니다.)

이렇게 양쪽이 모두 침묵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조직과 바로 그 양쪽 모두입니다.
누구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업무 효율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으니, 말은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갑니다. 메신저로 불만이 오가고, 블라인드에 글이 올라오고, SNS에서 누군가를 저격하기도 합니다. 토로는 넘쳐나지만, 정작 당사자와 마주 앉아 직접 해결하는 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침묵은 때로 돌이킬 수 없는 안전과 프로젝트가 어그러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테네리페의 조종실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갈등!! 그 앞에서 우리 뇌가 하는 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해법이 ‘갈등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즉 갈등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직업상 전 갈등을 주로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 갈등을 잘 풀어간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작 저의 직접적인 관계 문제들은 회피하고 싶은 경향을 보이는걸 발견해서 놀랐어요. )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위협으로 느끼면, 우리 뇌는 오래된 생존 방식대로 반응합니다.
( 삼위일체 뇌가설에 의하면 )위협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곳은 편도체입니다. 편도체가 강하게 반응하면 이성적인 판단이 미처 끼어들기 전에 몸과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데, 흔히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이때 우리는 위협에서 도망치거나, 위협을 없애기 위해 폭발적으로 맞서게 됩니다. (사실 이건 오래된 뇌 관련 가설입니다. 아직 ‘정설’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의 뇌에는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 결코 편도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편도체가 보낸 감정 정보는 대뇌의 전전두엽으로도 전달되고, 전전두엽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합니다. 문제는 이 경로가 아주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곧바로 회피하거나 폭발하는 반응이 먼저 나오고, 이런 반응을 반복할수록 그 신경회로는 더 빠르고 익숙한 길이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대두된 감정 구성주의도 볼 필요가 있어요, 이건 다음에..)


그래서.. 전전두엽을 거치는 길을 키우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과 2-3cm의 거리의 신경전달을 위해)
감정이 올라올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것(stay~감정에 머물러야 해요) , 이 감정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알려 주고 있는지, 이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잠시 멈추어 묻는 것입니다. 그 짧은 멈춤이 반복될 때 우리는 반응하는 사람에서 선택하는 사람이 됩니다.
(많은 리더들이 “전 안되나봐요” , “그게 타고나는거 아닌가?” 라고 물으시는데, 사실 훈련하면 된답니다.
신경가소성에 의해 신경이 발달 할 수 있거든요. )


두가지 반응!
덮을 것인가, 터뜨릴 것인가, 그 너머

갈등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두 가지 중 하나로 반응합니다.
“갈등은 최대한 말하지 말고 조용히 덮고 넘어가야 해.” 위협이라고 판단했기에 피하는 회피의 반응입니다. 또는 “갈등은 싸워서 풀어야 해.” 내 감정을 터뜨리는 것만이 해결이라고 믿는 폭발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두 반응을 한 팀장님들과 계속 얘길 하다 보면, 사실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피하고 싶은 사람은 감정이 격해진 지금보다 차분한 상태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말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고 싶은 것입니다. 둘 다 결국 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다만 우리는 그 의도를 전하기보다, 각자의 반응만을 앞세우곤 합니다.

여기에 (솔직히) 귀인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리더는 누군가 갈등을 제기하면 ’내가 조직을 잘못 이끌었다는 건가?’로 받아들이며 자책하고, 화가나고, 피하고 싶어집니다. 구성원은 ’결국 나만 잘못했다는 건가?’로 받아들입니다. (동상이몽 같이.. )


하지만 갈등은 “네가 잘못했어”라고 지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갈등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양쪽 모두가 문제를 해결해 더 좋은 상태, 더 좋은 성과, 더 좋은 조직, 더 좋은 관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갈등을 중재하며 삼자대면을 할일이 자주 생기는데, 그때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근본적으로 원하는게 뭐에요?”라는 질문에 서로 말하게 하면 우리가 같은것을 바란다는 사실에 마음이 누그러지는걸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갈등 앞에서 저는 저에게 먼저 묻게 되요.
나는 지금 갈등에 대해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갖고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문제를 제기할 때 나는 가장 먼저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리고 그다음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티어의 빙산 모델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감정 아래에는 기대가 있고, 그 가장 깊은 곳에는 열망이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소속되고 싶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런 보편적인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고, 서로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행동의 차원에서는 부딪히던 두 사람도, 열망의 차원에서는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가장 빠른 갈등 해결은, 서로가 정말 원하는 상태부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합의점에서 출발해 방법을 찾아가는거죠. 그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폭력적이지 않을 수 있고, 피하느라 감정이 더 커지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침묵 대신, 원하는 것을 말하는 조직

테네리페의 조종실에서 필요했던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 모두 안전하고 싶다”는 같은 열망 위에서, 서로의 우려를 끝까지 꺼내 놓을 수 있는 관계였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얼마전 저의 의견에 철저히 반대를 피력한 우리 매니저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순간 ‘하아! 또 반대네!?! 하는 생각을 하는 저를 보고 다시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원하는건 같은걸꺼야 라며…)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조직은 갈등이 없는 조직이 아닙니다. 갈등을 위협이 아닌 더 나은 상태로 가기 위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덮지도 터뜨리지도 않은 채 함께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침묵이 주는 당장의 편안함보다, 말하는 데서 오는 장기적인 이득을 선택할 수 있는 조직이지요.

오늘 혹시 마음속에 삼켜 둔 말이 있다면,
그 말 아래에 있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부터 꺼내 보시면 어떨까요.
이것이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 제가 나누고 싶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솔직한 의견과 댓글 환영이에용, 상처 안받고, 안미워하고, 나쁜 사람이라 생각안해요 ㅎㅎ)


애진
김애진
감정을 다루는 리더십 코치,감정코치,뇌과학
한 사람을 살리는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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