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갈 사람이라는 전제] ② 아무도 빼자고 말하지 않았다

[곧 나갈 사람이라는 전제] ② 아무도 빼자고 말하지 않았다

고경력자를 핵심 과제에서 빼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빠진다. 편견이 아니라 계산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리더십전체
정연
인생여행자 정연Oct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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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짜리 신규 과제의 담당자를 정하는 회의가 열린다. 후보로 오르내리는 이름들 사이에, 그 분야를 가장 오래 다뤄 온 사람의 이름은 없다. 그를 빼자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대한 사람도, 이유를 설명한 사람도 없었다. 과제가 끝날 무렵이면 그는 이미 회사에 없으리라는 계산이, 한 번도 말해지지 않은 채 회의실을 지나갔을 뿐이다. 회의는 순조로웠고 결정은 합리적이었으며,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그 점이다.

이름 없는 규칙

이런 장면은 특별하지 않다. 교육 대상자를 고를 때, 해외 파견자를 정할 때, 신사업 조직을 꾸릴 때, 같은 계산이 같은 방식으로 조용히 끼어든다. 누구의 지시도, 문서화된 기준도 없지만 결과는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조직이 공유하는 하나의 규칙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연재는 그 규칙을 '퇴장 전제(Anticipated-Exit Assumption)'라고 부르려 한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짧다는 사실을 근거로, 기회와 역할과 투자와 피드백의 배분을 미리 줄이는 암묵적 판단 규칙이다. 핵심은 '미리'라는 말에 있다. 퇴장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의 자원 배분은 이미 그 사람이 떠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남아 있는데 자리가 먼저 비워지는 셈이다.

이름을 붙이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름 없는 규칙은 논의될 수 없고, 논의되지 않는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 현상은 흔히 '연령 차별'이나 '세대 갈등'이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그 이름들로는 정체의 절반만 설명된다.

편견이 아니라 계산이다

퇴장


정연
인생여행자 정연
현대자동차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 (HR,ER,PR 연구)
이십 년간 HR매니저로 일해오면서 조직과 사람, 일과 문화, 성과와 성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몸으로 답하는 시간을 보내왔어요. 지층처럼 쌓아두었던 고민의 시간을 글로 담아, 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어요. 11년차 요가 수련자이기도 한 저는 스스로를 인생여행자라고 부르며,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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