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스터디 모임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HR분들과 월 1회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와 다양한 시각적 콘텐츠의 자극 속에 파묻히다 보니, 고전적인 형태의 [종이책]을 펼쳐 읽는 일은 어딘가 과대 포장된 취향/취미가 되어버린 느낌이 있다. 하지만 본질로 돌아가면 책은 책이고, 독서는 그저 인간이 오랫동안 즐겨 온 하나의 지적 유희이다. 월 1권씩 게임 퀘스트를 깨는 듯한 느낌으로 마지막 문장까지 완독하고 책을 덮는 순간의 쾌감은 독서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사설이 길었다. 최근 모임 도서로 선정되어 읽게 된 [신뢰가 이끄는 조직에 대한 얇은 책 (찰스 팰트먼 저)]을 리뷰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얇은 책'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워딩이 흥미롭고 반가웠는데, 받아 본 책은 사실 생각보다 얇지 않았다. 읽는 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쉽고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2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라 일반 인문학 서적 중에서는 '조금 얇네' 정도였다. 그래서 제목에 굳이 왜 '얇다'고 썼을까, 그래야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싶었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신뢰(Trust)'다. 조직에 왜 신뢰가 필요한지, 신뢰란 무엇인지, 신뢰가 있으면 일할 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를 말하는 책이다.
신뢰? 어떻게 보면 너무 교과서적이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 싶어서, 처음에는 책에 대한 궁금증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 결국 뻔한 소리, 다 아는 얘기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읽을수록 '신뢰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고, 너무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조직에서의 신뢰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정의한다.
배려 (Care) : 나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상대방의 안위와 이익도 생각하는 마음
진정성 (Sincerity) :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진실되고 솔직한 태도
약속 이행 (Reliability) :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
역량 (Competence) : 맡은 역할과 업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
신뢰는 사실 좀 막연하고 너무 큰 개념이었는데, 이렇게 4가지 요소로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어 개념이 분명해져서 좋았다.
이 4가지가 모두 고르게 잘 지켜져야 "이 사람은 신뢰할 만한 사람(동료)이다"라는 이미지가 쌓인다고 한다. 우리는 여러 번의 협업 경험을 통해 동료가 4가지 신뢰 항목 중 무엇은 충족하고 무엇은 부족한지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불신은 4가지 항목 중 한두 개 요소가 심각하게, 지속적으로 부족할 때 생긴다.
업무 역량은 충분해 보이는데 약속을 매번 지키지 못하는 동료가 있을 수 있다. 말한 것을 행동으로 그대로 보여 주고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지만, 업무에 대한 능력과 지식이 부족해 실질적인 지원이 어려운 동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의 결함은 모두 신뢰의 반대말인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신뢰를 이루는 요소들에 공감하고 이를 서로 지켜 나가는 문화가 있는 조직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긍정적인 조직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더 좋았던 점은 신뢰하는 사람/요소, 불신하는 사람/요소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깨진 신뢰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회복하는 방법까지 다룬다는 것이었다.
신뢰를 깬 쪽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정한다
내 책임을 받아들인다
사과한다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바로잡는다
신뢰를 잃은 쪽이라면,
4요소 중 어느 것이 흔들렸는지 스스로 정리한다
상대에게 구체적 행동과 그 영향을 말한다 (인격 평가가 아니라 행동 묘사)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요청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책에서는 1번, 2번… 각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법과 화법(미묘한 화법의 차이)까지 소개하기에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책 끝부분(189~197쪽)에서는 팀 워크숍에서 실습할 수 있는 다양한 질문도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은 팀 동료들과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워크숍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4요소를 바탕으로 정리해 본 실습 질문 예시는 다음과 같다.
배려 (Care)
의사결정할 때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나요?
동료가 "나를 신경 써 준다"고 느끼게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진정성 (Sincerity)
회의에서 하는 말과 회의 밖에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있나요? 왜 그럴까요?
동의하지 않는데도 동의하는 척한 적이 있나요?
약속 이행 (Reliability)
지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네"라고 한 적이 있나요?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을 때, 우리 팀은 언제 어떻게 알리나요?
역량 (Competence)
"잘 모르겠다", "도와 달라"고 말하기 편한 분위기인가요?
내가 맡은 일 중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나의 경우, 회사에서 월 1회 진행하는 팀장급 리더 세션(팀장들이 5~6명씩 그룹으로 만나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고민거리/토의거리를 나누는 소박하고 캐주얼한 세션)에서 현재 이 책으로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뢰의 4요소 중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도, 신뢰와 불신의 경험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HR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자, 조직에서 동료들끼리 북 리뷰를 하기에도 부담 없는 분량과 내용이니 관심을 가지고 활용해 보시면 좋겠다.
- 신뢰가 가는 사람이 되야겠다, Wo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