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면접 시작 10분 전에 후보자가 집에 가겠다고 하는 걸 겪어보신 분들 있으신가요?
직무를 바꿔 신입으로 지원한 분이었습니다. 서류는 통과했고, 면접까지 온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대기실에서 마음이 흔들렸다고 합니다. 다른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아직 아무에게도 평가 받지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결과를 내린 셈이었습니다.
저는 대단한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면접은 보고 가시는 게 어떻겠냐, 결과가 어떻든 일단 해봐야 나중에 후회 안 하지 않겠냐”
몇 마디를 더 주고 받은 끝에 그분은 면접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합격해서 입사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경력직으로 면접이 잡혀 있던 분이 갑자기 취소 의사를 전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더니 출퇴근 거리가 부담이라고 했습니다. 이사를 계획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아쉽지만 알겠다’하고 포기했겠지만 이 때 상대방의 생각을 바꿔볼 수 있는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후보자의 주소를 다시 확인하고 채용 포지션이 열린 가까운 지점을 찾아봤습니다. 이 건에 관련된 지점장님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그 후보자에게 다른 근무지를 제안했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조건인지 확인하고 다시 제안한 거였습니다.
그 후보자는 다시 면접을 봤고, 결국 바뀐 지점으로 입사했습니다.

대학생 때는 채용팀에 들어가면 이력서의 파도와 수많은 면접 일정을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지점에 인력이 필요해 포지션을 열어도 지원자가 생각만큼 많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들어온 지원자 중에서 실무자가 원하는 수준의 후보자를 찾는 일은 더 어려웠고요. 그러다 보니 후보자 한 명 한 명이 꽤 소중했습니다. 좋은 후보자를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어렵게 일정을 잡은 후보자가 면접을 앞두고 포기하거나 입사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머리가 아파집니다.
모두를 붙잡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붙잡아야 하는 후보자도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면접이나 입사를 포기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급여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럽게 집안 사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다른 회사의 오퍼를 받아 마음을 정한 경우도 있었고요.
저는 이런 상황을 만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조금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붙잡아볼까? 그런데 너무 굽히고 들어가는 건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모습은 아니고… 그렇다고 시크하게 보내버리자니, 이런 후보자를 또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아, 어떡하지?”
계속 고민하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후보자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후보자가 다시 한번 고민해볼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때부터 저는 단순한 설득이 아닌,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제안’을 시도해봤습니다. 후보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가능성을 찾아주어 그 선택지를 놓고 다시 한번 현재의 상황을 저울질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한 번 심리학 이론을 찾아봤습니다.

Brehm(1966)의 심리적 반발 이론에서는 자신의 선택 자유가 위협 받는다고 느낄 때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누군가가 나 대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정해주려고 하면, 그 선택에 대한 통제권을 지키려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채용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입사를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라고 계속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안 하겠다는데 왜 자꾸 그러지?’ ‘좀 강압적인데?’
그 순간부터는 회사의 제안보다 자신의 결정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보자에게 제가 생각하는 정답을 주입하기보다, 후보자가 이미 하고 있는 판단에 다른 정보를 하나 더 얹어주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 거리가 부담스러워 면접을 포기하려는 후보자에게 계속 “그래도 한번 와보세요”라고만 했다면, 결국 그 사람에게는 출퇴근 부담이라는 문제만 그대로 남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보여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결정을 바꾸라고 한 것이 아니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니까요.
첫 번째 후보자의 경우는 심리적인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그 후보자는 대기실에서 다른 후보자들을 보고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저 사람들보다 내가 부족해 보인다.’
‘떨어질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돌아가는 게 낫겠다.’
제가 한 일은 그 판단이 틀렸다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발걸음 하셨는데 면접 보고 가시면 좋지 않을까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실 수도 있구요.”
Gilovich와 Medvec(1995)의 연구에서도 단기적으로는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더 크게 남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후보자가 이 이론을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순간의 두려움 말고도 나중에 남을 수 있는 후회까지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수많은 이유를 동반한 설득보다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보자가 이탈하려고 할 때 저는 먼저 이유를 묻습니다.
꼭 붙잡기 위해서라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포기하시려는 사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 말을 할 때 저는 조금 천천히, 목소리도 낮춥니다. 형식적으로 사유를 확인하는 것처럼 들리면 상대도 굳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는 회사가 바꾸거나 제안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지 찾아봅니다.
근무지, 입사일, 교육 일정처럼 협의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면 평소에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다른 조건을 제안할 생각이라면 관련 부서나 지점과 먼저 이야기를 끝내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바꿀 수 없는 이유는 그냥 받아들입니다.
사실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했지만, 후보자를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제안을 했는데도 어렵다고 하면, 깔끔하게 보내드립니다. 다만 경력직이거나 좋은 인연으로 남기고 싶은 신입 후보자에게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붙입니다.
“이번에는 아쉽게 됐지만, 혹시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면접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포지션이 열리면 다시 연락드려도 괜찮을까요?”
신기하게도 여기에 “안 됩니다”라고 답한 분은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재지원한 분도 2명 봤었구요. 그래서 저는 이 한마디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사람을 데려오는 일만큼이나, 이탈하는 사람의 경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요즘 일에 익숙해져서,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도 ‘왜 이렇게 해야 할까’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후보자를 놓치기 싫어서 했던 행동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고민의 흔적들이 모여 나름의 원칙이 생겨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보자의 이탈을 막는 일이 채용 업무 중에서도 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후보자의 마음을 바꾸려 하기보다, 한 번 더 판단해볼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