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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의 벼랑 끝에서, 나는 어떻게 20년을 버텼을까

3·5·7의 벼랑 끝에서, 나는 어떻게 20년을 버텼을까

경력정체(career plateau) 연구가 내 커리어를 다시 읽게 만든 순간
조직문화교육코칭리더십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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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Mar 9, 2026
10127

직장인에게는 유난히 “위기의 해”가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3년, 5년, 7년 법칙

처음의 설렘이 사라지고, 역할은 익숙해졌는데 성장 감각은 둔해지고,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가슴에 걸리는 시기입니다. 그때 어떤 사람은 회사를 떠나고, 어떤 사람은 뜻밖의 방식으로 그 위기를 건너 갑니다.

저는 한 직장을 20년을 다녔습니다. 위기가 없었냐고요? 중간중간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HR 부서의 장점으로 사직서 양식도 있어서(물론 지금은 전자결재로 변경되었지만) 사직서를 여러번 썼고, 늘 서랍속에 넣어두며 즉시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 생계유지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걸 다 빼고서도, 제가 스스로 납득한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경력전환(career transition)이 제 안에서 계속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남은” 게 아니라, 직장 안에서 “다시 태어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 확신이 단지 ‘감’인지, 아니면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경력정체(career plateau)를 연구 주제로 잡았습니다. 특히, 경력정체와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왜 연구 결과가 어떤 때는 일관되고 어떤 때는 엇갈리는지, 국내외 실증연구 50편을 통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제 20년을, 그리고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학술적 언어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1) 우리가 흔히 ‘현타’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 경력정체는 두 얼굴을 가진다

경력정체는 원래 “승진 기회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정의되며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Ference et al., 1977). 이후 연구들은 단지 직급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정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주관적 지각)’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Chao, 1990; Chay et al., 1995; Tremblay et al., 1995).

당신이 느끼는 막막함은 보통 두 가지 결로 다가옵니다.

  • 구조적 정체(계층적 정체): “위로 올라갈 자리가 없다.” (직급/직위 상승의 제한)

  • 내용적 정체(직무내용 정체): “일이 더 이상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흥미·도전·학습 기회 부족)
    (Bardwick, 1986의 흐름을 잇는 Milliman, 1992 척도 기반)

저는 이 구분이 너무 정확해서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떠나는 이유 중에 사람을 제외하고 “승진이 안 된다”는 구조적 정체 이슈도 있고,

배우고 싶은 감각이 꺼졌다”에 가까운 슬럼프라고 불리우는 내용적 정체 이슈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젊은 친구들은 구조적 정체는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기는 합니다.

많은 친구들이 퇴사하면서 더 이상 배울게 없어서..더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등의 이유로 퇴사를 합니다.


2) “승진이 막혀도 버티는 사람”과 “일이 막혀 떠나는 사람”의 차이

제가 분석한 문헌 흐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은 이것입니다.

경력정체(전체)와 조직몰입(전체)의 관계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다수 연구에서 일관: Stout et al., 1988; Farooq, 2017; Latifian, 2019 등)

그런데 하위요인으로 쪼개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많은 연구에서 내용적 정체는 조직몰입을 유의하게 떨어뜨리는 반면,

  • 구조적 정체는 유의하지 않거나 영향이 약한 경우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강종수, 2008; 곽대영·임형택, 2018; 박오원·차종석, 2019; Xie et al., 2014; Tremblay, 2021 등).

이 말은 무엇일까요?

승진의 한계(구조적 정체)는 개인이 “내 통제 밖”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걸 ‘환경 변수’로 받아들이며 버팁니다.
반면 일의 의미와 성장감(내용적 정체)이 꺼지면, 그건 내 하루의 체감 품질을 직접 무너뜨립니다. 그때 조직에 대한 정서적 몰입(affective commitment)이 꺼지고, 결국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기 쉽습니다(Meyer & Allen, 1987; Allen & Meyer, 1990).

즉, 3·5·7의 위기는 종종 직급이 아니라 직무의 생동감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은, 승진의 언어가 아니라 학습과 전환의 언어로 출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내가 20년을 버틴 이유를 한 문장으로 바꾸면

논문을 쓰면서 제 커리어를 다시 정리해 보니, 저는 위기의 순간마다 경력전환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력전환은 거창한 직무 변경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에서 전환은 보통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1. 업무의 축을 바꾸는 전환: “내가 잘하는 것”에서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의 접점을 재정렬

  2. 성장의 언어를 바꾸는 전환: 승진 대신 전문성·영향력·문제해결 범위를 확장

  3. 관계의 구조를 바꾸는 전환: 멘토·상사·동료 네트워크가 달라질 때, 성장의 풍경이 달라짐

특히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조절·매개 요인들을 보면, 제 경험과 정확히 겹칩니다. 예를 들어:

  • 인지된 상사지원/조직지원, 교육훈련 지원은 정체가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도 했고(곽대영, 2013; Jung & Tak, 2008; Lapalme et al., 2009),

  • 직무만족, 경력몰입은 “정체 → 몰입 저하” 경로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정석·홍아정, 2017; 이수현 외, 2023; Xie et al., 2014).

  • 조직공정성 또한 정체와 몰입 사이를 설명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등장했습니다(김희동 외, 2024; 전원배·문상정, 2008).

돌이켜보면, 저는 위기의 순간마다 ‘지원’을 받았고, 동시에 스스로 ‘몰입의 이유’를 재설계했습니다.
그게 바로 경력전환이었습니다.


4)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의 공통점: 한 가지가 아니라 ‘구조’가 있다

그렇다면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연구를 통합적으로 보면서 저는 공통점을 “성격”이나 “의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가까워졌습니다.

위기를 넘기는 데는 개인·직무·조직 차원의 구조가 함께 작동합니다(논문에서는 선행/매개/조절/결과 변인을 개인·직무·조직 차원으로 분류).

정리하자면,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통점 1) “승진”이 막혀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구조적 정체는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성장의 지표를 바꿉니다.

  • 일의 난이도/범위를 키우고

  • 문제를 정의하는 역할로 이동하고

  • 자신의 전문성을 조직의 전략과 연결합니다.
    이때 내용적 정체가 줄어들면 정서적 몰입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습니다(내용적 정체가 몰입에 더 일관되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다수 결과).

공통점 2) ‘학습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연구에서도 교육훈련 기회, 직무도전, 과업 중요성 같은 요인이 선행변인으로 등장합니다(이상훈 외, 2017; 송민영·김승용, 2019).
즉, 위기를 넘기는 사람은 학습을 ‘대기’하지 않고 설계합니다.

공통점 3) 관계를 “정서적 안전망”으로 만든다

상사지원·동료지원·조직지원은 정체가 몰입으로 번지는 충격을 줄이는 조절변인으로 반복 등장합니다(Jung & Tak, 2008; 김지영·최애경, 2018).
결국 “내가 여기서 성장할 수 있다”는 감각은, 제도만이 아니라 관계의 경험에서 자랍니다.

공통점 4) 공정성을 ‘감각’이 아니라 ‘경험’으로 확보한다

보상/평가/절차 공정성은 정체의 부정적 효과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전원배·문상정, 2008; 김희동 외, 2024).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은 때로 “공정성의 언어”를 조직에 요구하고, 동시에 자신이 기여한 가치를 명료하게 표현합니다.


5) HR 관점에서의 한 줄 결론: “정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정체를 해석하고 전환하게 하라”

조직은 종종 경력정체를 “개인의 불만”으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연구들이 말하는 위험은 단순합니다.

  • 구성원이 정체를 인식하면

  • 조직과 개인의 교환관계가 불균형하다고 느끼고(Blau, 1964의 교환 관점 흐름)

  • 부정정서 → 몰입 저하 → 성과 저하/이직의도로 이어질 수 있다(Bal et al., 2013; Yang et al., 2019).

그래서 HR의 역할은 “정체를 없애라”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 대신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정체를 조기에 감지하고, ‘내용적 정체’를 중심으로 경력전환의 통로를 설계하라.

조직이 당장 할 수 있는 3가지 (실무형 제안)

  1. 내용적 정체 조기 진단(정기 체감 조사 + 코칭 면담 루틴화)

    • 분기 1회 코칭 면담처럼, 정체를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신호”로 다루기

  2. 수평·사선 이동/프로젝트 기반 역할 확장(직무 강화, 권한 부여)

    • 승진이 제한적일수록, 성장 통로는 직급이 아니라 과업의 설계에서 나옴

  3. 공정성과 학습 기회의 체감 품질을 높이는 제도

    • 교육훈련 기회, 평가·보상의 투명성, 상사 코칭 역량 같은 요인은 반복적으로 중요 변인으로 확인됨(곽대영, 2013; 전원배·문상정, 2008; Jung & Tak, 2008)


6) 개인에게 남는 질문: “그만둘까?” 대신 “전환할까?”

3·5·7의 위기에서 대부분의 질문은 “그만둘까?”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제가 20년을 지나오며 얻은 더 생산적인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 나는 지금 구조적 정체를 느끼는가, 내용적 정체를 느끼는가?

  • 내가 통제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 전환은 ‘이직’ 말고 어떤 형태로 가능할까?
    (역할 변경, 프로젝트 이동, 직무 확장, 전문성 트랙, 학습 설계, 관계 재구성)

저는 위기 때마다 “떠나기”보다 “전환하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제 커리어는 ‘한 회사 20년’이 아니라, ‘한 조직 안에서 여러 번의 커리어’로 남았습니다.


위기는 떠나라는 신호가 아니라, 성장 방식을 바꾸라는 신호일 수 있다

경력정체 연구를 하며 확신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위기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차이는 “강인함”이 아니라, 전환의 통로가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통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개인(동기·경력몰입)과 직무(도전·자율·과업 중요성), 조직(지원·공정성·학습 기회)이 함께 맞물릴 때, 정체는 몰입의 붕괴가 아니라 재설계의 계기가 됩니다.

20년을 돌아보면, 저는 위기를 “참았다”기보다, 위기를 “번역했다”고 느낍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전환하고 싶은 신호로 번역해낸 순간들.

어쩌면 직장생활 20년의 이유는, 결국 이것입니다.

나는 계속 ‘다음의 나’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rk
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코칭문화와 AI/데이터 기반 HR 설계로 측정 가능한 조직성과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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