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보다 중요한 0.1%의 선택  ― AI 시대와 마니아의 시대

99.9%보다 중요한 0.1%의 선택 ― AI 시대와 마니아의 시대

조직문화코칭리더십전체
혜담
코치혜담Jul 1, 2026
2714

99.9%보다 중요한 0.1%의 선택

― AI 시대와 마니아의 시대

새벽 다섯 시, 반죽을 치대는 손이 있습니다. 밤을 새워 코드를 들여다보는 눈이 있습니다. 몇 번이고 같은 문장을 고쳐 쓰는 손끝이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저 그 일이 좋아서 몸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들입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오래도록 '유별난 사람'이라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유별남이야말로 가장 희소한 자산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조용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몇 번의 클릭으로 완성되고, 영상은 스스로 편집되며, 한때 전문가의 손끝에서만 태어나던 디자인과 코드마저 이제는 화면 너머 짧은 명령어 한 줄로 빚어집니다. 문턱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문턱 자체가 소리 없이 사라진 셈입니다. 어제까지 몇 년의 수련이 필요했던 일들이, 오늘은 몇 분의 대화로 대체됩니다.

이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흔히 같은 결론에 다다릅니다. "이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손에 쥐게 된 세상에서, 경쟁의 총량은 분명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조금 다른 질문으로 방향을 틀어보고 싶습니다. AI 시대의 진짜 승부처는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좋아하느냐'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순간,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 공식은 단순하고 명료했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가능한 많이, 가능한 싸게 파는 것. 대중시장은 규모의 경제라는 거대한 엔진을 돌렸고,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안기 위해 제품의 모서리를 하나둘 깎아 평균에 맞춰갔습니다. 뾰족함은 위험한 것으로 취급되었고, 둥글고 무난한 것이 미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균이라는 것은 얄궂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의 마음도 세게 두드리지 못합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 이토 모토시게 교수는 이 역설을 '0.1% 장사법'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냅니다. 그가 들려주는 것은 일본 쓰쿠바시의 작고 낡은 빵집 이야기입니다.

이 빵집은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진열대를 수백 종류의 빵으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손에 꼽을 만한 몇 가지 빵에 모든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고, 그 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주 작은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데 힘을 다했습니다. 반죽을 치대는 시간, 발효를 기다리는 침묵, 오븐 앞에서 서성이는 새벽. 그 모든 순간이 오직 그 몇 가지 빵을 위해서만 존재했습니다.

결과는 조용하지만 분명했습니다. 많은 이를 붙잡으려던 주변의 빵집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지만, 이 작은 빵집에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고객의 숫자가 아니라, 그들이 품은 열광의 깊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많이 팔려는 사람은 결국 아무에게도 특별하지 않고, 깊이 사랑받으려는 사람은 결국 대체되지 않습니다.

0.1%는 숫자가 아니라 열광이다

우리는 오래도록 시장점유율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은 점유율이 아니라 몰입률일지도 모릅니다. 0.1%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지갑을 열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끝내 다른 사람에게 그 이름을 속삭이는 관계의 깊이를 뜻합니다.

숫자로 보면 미미하지만, 마음으로 보면 거대한 크기입니다. 백 명 중 아흔아홉은 스쳐 지나가도, 단 한 명이 온 마음을 다해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세계가 있습니다. 기업도, 브랜드도, 리더도 결국은 그렇게 팬을 만드는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마니아는 왜 강한가

우리는 흔히 마니아를 '조금 과한 사람'이라 여기며 슬쩍 눈을 흘깁니다. 그러나 마니아의 본질은 광기가 아니라 깊은 몰입입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한 분야를 파고들고, 남들은 지나치는 작은 차이를 예민하게 구분해내며,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가치를 발견합니다. 좋아하는 일에는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주고, 그 과정 자체에서 이미 충분한 기쁨을 느낍니다.

경제학은 이러한 태도를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의무감이 동반된 소비'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는 마음. 그래서 마니아는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사랑에는 관성이 아니라 의지가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유행은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마니아의 사랑은 뿌리처럼 남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원두의 산지와 로스팅 날짜까지 따져 묻는 사람, 오래된 필름 카메라의 셔터 소리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 밤늦도록 오래된 지도를 들여다보며 잊힌 길의 이름을 되짚는 사람.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비효율적인 이 몰입이야말로, 정작 그 사람을 다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줍니다.

AI 시대는 마니아의 시대다

AI는 평균을 만드는 데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납니다. 평균적인 글, 평균적인 디자인, 평균적인 발표자료, 평균적인 분석. 앞으로 평균을 웃도는 결과물은 특별한 재능 없이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제의 전문성이 오늘의 기본값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AI는 "왜 그것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여전히 침묵합니다. 취향을 분석할 수는 있어도, 열광을 대신 느껴줄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는 패턴을 읽어내지만, 밤을 새워가며 한 가지를 파고드는 마음까지는 흉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강한 경쟁력은 평균적으로 유능한 전문가가 아니라, 한 분야를 끝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흘러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AI 시대는 전문가의 시대라기보다, 마니아의 시대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조직은 마니아를 키우고 있는가

많은 조직은 구성원에게 골고루 잘하기를 요구해왔습니다. 결점 없는 인재, 무엇이든 무난하게 해내는 사람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왔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AI가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대체하는 자리는 바로 그 골고루 잘하는 일입니다. 무난함은 이제 더 이상 안전한 자리가 아닙니다.

이제 조직은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무엇을 잘합니까"보다, "무엇을 그렇게까지 좋아합니까"를 물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에는 자연히 몰입이 따라붙고, 몰입은 학습을 낳으며, 학습은 결국 전문성으로 무르익습니다. 성과는 그 뒤를 조용히 따라올 뿐입니다.

AI 시대 리더십의 변화

리더의 역할 또한 결을 달리해야 합니다. 과거의 리더십이 구성원의 부족한 역량을 메워주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리더십은 구성원 안에 숨어 있는 '덕질'을 발견해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사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는 일은 무엇인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계속 배워나가는 분야는 무엇인가. 다른 이보다 유난히 눈빛이 깊어지는 주제는 무엇인가. 그 물음의 끝자락에 이 사람의 미래가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맡은 일이 하나로 이어질 때, 일은 더 이상 견뎌내야 할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빠져드는 몰입이 됩니다. 리더의 진짜 역할은 그 지점을 먼저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길을 터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리더는 정원사와 닮아 있습니다. 모든 나무를 같은 모양으로 다듬으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 나무가 어느 방향으로 가지를 뻗고 싶어 하는지 오래 지켜보고, 그 방향으로 조금 더 빛이 들도록 자리를 옮겨줍니다. 억지로 자라게 할 수는 없어도, 스스로 자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수는 있습니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그런 조용한 배려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조직문화도 마니아를 만든다

좋은 조직문화는 사람을 평균으로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저마다의 뾰족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누군가는 데이터 앞에서, 누군가는 고객의 마음 앞에서, 누군가는 디자인의 선 앞에서, 또 누군가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순간 앞에서 눈을 반짝입니다.

조직의 진짜 경쟁력은 이 저마다 뾰족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태어납니다. 서로 다른 뾰족함이 부딪히지 않고 맞물릴 때, 조직은 하나의 커다란 몰입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평균적으로 유능한 조직보다, 저마다 하나의 세계에 깊이 몰입한 이들이 모인 조직이 AI 시대에는 훨씬 단단하게 버텨낼 것입니다.

마치 모자이크와 같습니다. 하나의 조각만 놓고 보면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보일지 몰라도, 저마다의 색과 결을 지닌 조각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그 어떤 단색의 그림보다 깊고 입체적인 풍경을 그려냅니다. 조직이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들을 평평하게 갈아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당신만의 0.1%는 무엇입니까

AI는 앞으로 더욱 똑똑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학습되지 않습니다. 깊은 몰입은 그 어떤 알고리즘으로도 복제되지 않는,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영토입니다.

그래서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으로 좁혀집니다. 당신을 밤늦도록 붙잡아 앉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빠져드는 그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바로 당신의 0.1%입니다. 그리고 그 0.1%야말로 AI 시대에 당신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남겨줄 마지막 근거가 될 것입니다.

평균을 잘 해내는 사람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한 가지를 끝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여전히 희소합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99.9%를 무난히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0.1%를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다시 그 새벽의 빵집으로 돌아가 봅니다. 진열대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종류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유행을 좇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빵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깊은 사랑을 나누어 받으러 온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새벽이 있습니까. 시간을 잊게 만드는 무언가,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까. 있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바로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오직 당신만의 0.1%이기 때문입니다.


혜담
코치혜담
Conerstone Coaching Lab
삼성전자, GE, SKT, 피에스앤마케팅과 같은 회사에서 리더십, 조직개발,코치육성,마케팅영업교육과 같은 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한국형리더십코칭을말라하다(2023)외 ESG2050(2023등의 공저자이자 경영, HR컬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