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HR 리더들을 만나면 비슷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AX(AI 전환)에서 HR이 맡은 역할이 너무 많아요."
AI를 관리하고 실행할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임직원 AI 역량도 키워야 합니다.
HR 시스템에 AI를 들이는 일과 급변하는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일도 모두 HR의 몫입니다.
하나만으로도 벅찬 과제가 한꺼번에 몰려온 셈입니다. 어려움은 일의 양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에 참고할 정답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뼈아픈 문제로 구성원들이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저항합니다.
Gartner의 2026년 3분기 CHRO Report 도 같은 고민 내용이 담겨 있어 공유드리고자 정리해보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① 일은 이미 바뀌고 있습니다. 직원의 56%가 핵심 업무에 이미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CHRO의 40%는 AI 때문에 직무나 역량을 이미 재정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프로세스 위에 AI를 얹기만 하면 AI의 가치를 온전히 얻지 못합니다.
그뿐 아니라 너무 단조롭거나, 고립되거나, 인지적으로 과부하된 '나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Gartner는 경고합니다. 그 대가는 인건비 상승, 이직 증가, AI 효과 지연으로 돌아옵니다.

Gartner가 제시한 진단 도구는 'Good Jobs Target'입니다. 이 도구는 AI가 직무를 어떻게 바꾸는지 두 축으로 봅니다. 하나는 집중이 필요한 지적 업무의 양인 인지 강도, 다른 하나는 업무 지시와 검증을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기대는지를 뜻하는 대인 의존도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성과가 떨어지고 비용이 커집니다. 특히 관리자의 역할이 크게 바뀝니다. 일정 관리, 현황 보고, 회의록 같은 행정 업무를 AI가 맡게 되면 관리자는 사람과 AI의 협업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됩니다.
② HR 안의 AI 도입도 거버넌스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CHRO의 95%가 AI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 거버넌스가 완전히 통합돼 있다는 조직은 26%에 그칩니다. 이 격차 때문에 HR은 개인정보, 편향, 규제 위반 같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Gartner는 기술을 사서 쓸지(Buy), 맞춤화할지(Blend), 직접 만들지(Build)를 속도, 통제, 전략적 차별화를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권합니다. 동시에 위험 등급별 관리 체계를 갖춘 HR AI 거버넌스 팀을 서둘러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③ 가장 큰 병목은 사람입니다. 리더의 63%가 조직의 AI 목표를 이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HR 리더의 86%는 기존 리더십 역량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AI를 써야 하는 직원의 47%가 일상 업무에서 AI 사용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구성원들이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저항한다"는 고민이 숫자로 확인된 것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Gartner는 AI 전환이 실패하는 이유를 기술에서 찾지 않습니다. 리더가 AI를 따로 떨어진 기술 도입으로 다루고 예전 방식의 변화관리에 기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전통적 변화관리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합리적으로 나아간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AI는 한 번 겪고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계속되는 업무 재설계라는 영구적인 조건입니다.

그래서 Gartner는 ERA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일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정하는 가드레일 설정(Establish), 새로운 방식을 일상에 심는 루틴 강화(Reinforce), 팀 사이의 연결을 바로잡는 공동 책임 정렬(Align)을 순환시키는 모델입니다. 이 순환 안에서 구성원의 저항을 막아야 할 장애물로 보지 않고 귀 기울일 신호로 다룹니다. 리더의 역할도 도구 사용을 관리하는 데서, AI와 함께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본 경로가 되도록 조건을 만드는 일로 바뀌어야 합니다. 실제로 AI 도입을 돕는 리더 행동을 잘 키운 조직은 AI 투자에서 의미 있는 비즈니스 가치를 얻을 가능성이 2.3배 높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HR이 돌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업무 설계는 매우 정적이었습니다. 고정된 '직무'를 중심으로 일을 정의하고, 그 틀에 사람을 맞춰 왔습니다. AI가 일을 실행하고 사람은 결과가 맞는지 검토하고 판단하는 구조로 바뀌면 이 틀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채용, 배치, 육성, 평가, 보상까지 인재관리 프레임워크 전체를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위협일까요? 저는 오히려 HR에 온 가장 큰 기회라고 봅니다. HR은 오랫동안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배치해 개인의 성장을 돕고 조직의 성과를 이끄는 전략적 역할을 기대받았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운영 업무에 밀려 그 역할은 늘 '해야 하는데 못 하는 일'로 남았습니다. AI는 그 무게를 덜어줍니다. 핵심 전략 업무를 매일 하는 주요 과업으로 바꿀 기회가 처음으로 열린 것입니다.
기회를 현실로 만들려면 세 단계가 필요합니다.
단계 | 의미 | HR이 할 일 |
|---|---|---|
Automate work | 반복 업무를 줄여 혁신에 집중할 여력 확보 | 운영성 업무를 AI로 덜어내고 전략 업무 시간을 확보 |
Redesign work | 사람과 AI가 함께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업무 재설계 | 직무를 과업 단위로 쪼개 사람과 AI의 역할을 다시 나눔 |
Reinvent work | 구성원이 AI로 새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교육 | 무엇을 배우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배우는지까지 혁신 |
Gartner도 마지막 단계와 같은 방향을 제시합니다. AI가 무엇을 배우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배우는지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라고 합니다. AI로 동료의 전문성을 넓게 퍼뜨리되 사람 사이의 교류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고서 끝의 CHRO 핵심 과제를 보면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AI를 HR 운영모델에 반영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는 CHRO는 31%뿐입니다. 반면 78%는 AI 투자 효과를 제대로 얻으려면 워크플로와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방향은 알지만 준비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먼저 HR이 비즈니스 요구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어느 일이 AI로 대체되고, 어느 일이 사람의 판단을 더 필요로 하며, 어느 자리에 어떤 인재가 가야 하는지는 회사 전체의 비즈니스 맥락을 알아야만 답할 수 있습니다. HR 기능 안에서만 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 답입니다.
AI Agent 시대에도 결국 핵심은 사람입니다. 기술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그 기술로 새롭게 일하는 사람과 문화는 살 수 없습니다. 구성원이 변화에 함께하게 만들고,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모두가 그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HR 리더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이 변화를 위협으로 볼지 기회로 만들지는 HR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AI를 어떻게 도입할까?"보다 먼저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AI와 함께, 우리 사람들이 더 좋은 일을 하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곧 사람을 기업의 가장 큰 경쟁우위로 만드는 일입니다.
출처: Gartner, The CHRO Report 3Q26 — Gartner answers top CHRO challen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