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주니어의 미덕은 '성실함'이었습니다. 밤을 새워 엑셀 수식을 맞추고, 수백 장의 리서치 페이퍼를 요약하는 '노가다'를 통해 소위 맷집을 길렀습니다. 선배들은 그것을 전문성을 쌓는 통과의례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AI는 주니어가 3일 동안 걸릴 일을 3초 만에, 그것도 더 완벽하게 해냅니다. 기술이 ‘실행’의 가치를 0으로 수렴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주니어는 어디서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해야 하는가?"
답은 '야생의 시장' 그 자체입니다. AI 덕분에 우리는 이제 복잡한 도구 사용법을 익히느라 온실 속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만든 제안서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보는 '날것의 피드백을 주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AI가 내 일자리를 뺏을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사실 AI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우리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 않았나요?
갤럽(Gallup)의 '2023 세계 직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 중 자신의 업무에 진정으로 몰입하고 있는 비중은 단 2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77%는 그저 버티고 있거나, 심지어 일하는 환경을 싫어합니다. 우리는 부모님이, 혹은 사회가 권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해왔습니다. 은행, 컨설팅, 대기업의 일반 직무들은 역설적이게도 AI가 가장 먼저 정복할 대상입니다. 남들과 구별되지 않는 커리어 경로를 선택해온 방식 자체가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은 셈입니다.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수동적 커리어 패스’는 AI의 논리적 알고리즘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신만의 독특한 호기심을 따라가는 ‘능동적 커리어 패스’는 AI가 위협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제트팩이 됩니다.
우리 솔직히 말해볼까요? 저는 똑똑한 주니어라면 선뜻 취업을 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리워드와 속도의 괴리입니다.
회사라는 구조는 안전하지만 느립니다. 하나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본질은 희석됩니다. 반면, AI를 잘 활용한 주니어는 혼자서도 시장에 가설을 던지고 하루 만에 '거절'이라는 날것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회사는 주니어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이 아니라,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의 자본과 데이터라는 샌드박스'를 빌려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주니어는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자립은 회사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없어도 내 가치를 시장에 증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진정한 전문성은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에서 나옵니다. 고객의 냉정한 거절, 이해관계자와의 지독한 갈등, 그리고 의사결정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감. 이것들은 AI가 학습하지 못한 '내재된 데이터' 입니다.
결국 호기심을 바탕으로 실행에 옮겨 책임지는 것만이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직에 들어올 주니어들에게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요?
"우리 회사는 당신에게 어떤 실패의 기회를 줄 수 있는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창업가적 기질을 가진 주니어는 '지시 이행자'가 아닌 '질문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직접 작은 서비스를 런칭해보고, 단돈 1,000원이라도 누군가의 지갑을 열어본 경험. 그 뼈저린 '마켓 피드백'의 경험이 있는 주니어만이 AI를 엔진 삼아 정상에 오를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실패하는 선택이 아니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선택입니다.
당신은 어떤 도구를 손에 쥐고, 어떤 맥락을 설계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