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갑니다. AI의 발전속도는 너무 빠르고, 시시각각으로 주변은 변해가는데 사람의 마음은 특히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살아온 세월의 경험치가 많아서 이미 조직의 정점에 선 사람들. 즉, 임원과 같은 리더십들은 위기감을 피부로 와 닿으면서도 변화가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글 에서는 「Reconfiguring work: Change management in the age of gen AI」 (McKinsey, 2025.8) 아티클을 바탕으로,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툴 자체가 아니라 방향성(Outcome), 그리고 신뢰를 담보하는 거버넌스,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라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이번 후속편에서는 직원들이 어떻게 AI를 더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기에 꼭 덧붙여야 할 리더십 정렬(Leadership Alignment)까지 함께 다뤄보려 합니다.마지막으로 HR 차원에서 어떻게 조직에 인사 프로그램으로 전사 시스템을 변화시켜야하는지까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지난 글 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직원들은 리더가 아는 것보다 세배 이상 더 많이 AI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숨길까요?
한국 기업의 80% 이상이 HR 전략 수립이나 인재 관리 프로세스 단순화를 위해 AI/머신러닝을 활용 중이라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AI 기술 도입 기업들의 상당수가 “생산성 향상”, “운영비용 절감”, “의사결정 속도 및 정확도 향상”을 체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고, 특히 대기업 쪽에서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중이라는 결과도 있구요.
그래서 직원들이 “AI 써봐야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주로 AI가 인력 감축, 운영비용 절감 등에 사용이 먼저 되다보니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공유하기에는 불안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즉 이러한 요소들은 아래와 같은 심리적 불안감을 가져옵니다.
내 일이 AI로 대체될까 두려움
AI로 절약한 시간이 더 많은 업무로 돌아올까 걱정
괜히 “꼼수 쓴다”라는 눈초리 받을까 하는 불안
그래서 중요한 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AI를 썼다는 걸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문화. “내가 더 빨라졌다 = 성과로 인정된다”라는 확신. 직원들이 AI 활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도 불이익 없고, 오히려 공유하면 인정받는 문화, 즉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AI로 더 빨라졌다 = 성과로 인정된다”는 확신. 결국 직원들이 AI를 쓰고도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런 심리적 안전감은 어디서 시작될까요?
“Leaders must show up as AI role models… asking ‘Did you ask Lilli?’ became a cultural norm.”
AI를 조직에 뿌리내리려면 리더가 먼저 쓰고, 보여주고, 강조해야 합니다. 맥킨지가 내부 플랫폼 Lilli를 도입했을 때, 시니어 리더들이 회의에서 “Lilli에게 물어봤나요?”라고 물으며 사용을 롤모델링했다고 하죠.
즉, 단순히 “AI 써라”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회의 때 직접 프롬프트를 시연하고,
보고서 초안을 AI로 만들어 보고,
의사결정 과정에 “AI가 이런 자료를 줬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주는 것.
이런 리더십의 작은 행동이 직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큽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리더십 정렬(Leadership Alignment)입니다.
AI 도입과 변화관리는 단순히 직원 차원의 행동 변화가 아니라, 리더십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움직이는가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리더마다 다른 얘기를 하는 순간 발생합니다.
한 임원: “AI는 비용 절감 툴이다”
다른 임원: “우린 혁신의 레버로 쓸 거다”
또 다른 임원: “요즘 트렌드니까 일단 깔아보자”
직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죠.
MIT CISR는 아예 “AI Alignment”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왜(Why) – 무엇(What) – 어떻게(How)가 명확히 정리된 One-page Alignment Set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MIT CISR나 맥킨지 자료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포인트는 이겁니다:
리더십이 합의한 One-page Alignment Set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AI 도입의 목적(왜) → 기대 성과(무엇) → 행동 원칙(어떻게)”가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
각 임원마다 제각각 다른 얘기를 하면, 직원들은 AI를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변화는 정착되지 않는다.
즉, AI에 대해 임원진이 “이건 비용절감 도구다”라고 보는지, “혁신과 성장의 레버다”라고 보는지, 그 메시지가 일관돼야 한다는 겁니다.
👉 제가 보기엔, 많은 기업에서 이 부분이 제일 어렵습니다. AI 얘기를 꺼내면 어떤 임원은 ROI만 따지고, 어떤 임원은 리스크만 보고, 또 다른 임원은 그냥 멋진 신기술로만 받아들입니다. 이 간극을 좁히고 “우리 회사는 AI를 이렇게 쓰겠다”라는 공통된 North Star를 만드는 게 변화관리의 핵심입니다.
AI 변화는 단순히 직원·팀 단위의 행동 변화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경영진, 임원 리더들, 중간 관리자들이 동일한 비전(North Star), 동일한 기대치, 동일한 메시지를 공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임원은 “이건 비용절감 프로젝트다”라고 말하고, 다른 임원은 “우리는 AI로 시장 혁신을 할 것이다”라고 말하면 직원들은 혼란스럽고 변화에 속도를 내기 어렵습니다.
리더십 정렬은 다음 요소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AI 도입의 목적(왜 이 일을 하는가)
기대되는 변화 / 핵심 결과(KPIs, Output)
행동 원칙(어떻게 일할 것인가)
책임·권한(decision rights) 배분
리스크 및 거버넌스 원칙
한국 기업은 위계적 구조와 빠른 실행력이 공존합니다. 문화가 빠른대신 top-down 형식으로 내려오다보니 , 임원 메시지가 엇갈리면 직원 혼란이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이 말인즉슨, 반대로 리더십의 메시지 정렬만 잘되면, 빠른 실행 문화 덕분에 전사 확산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는 말이 됩니다. 또한 이렇게 일관된 메시지가 리더십을 통해 진행되면 직원들은 “이건 그냥 유행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회사 전략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한국의 대기업들도 기업수준의 AI도입과 그에 관한 리더십 정렬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죠.
“**삼성은 사내용 GenAI ‘Gauss→Gauss2’**를 공개하고 고도화하며, 전사 업무 혁신의 방향성을 톱다운으로 제시했다.” [1]
“네이버는 HyperCLOVA X를 제품군과 업무도구에 내재화하며, ‘주권형 AI’ 메시지를 공식화했다.” [2]
“LG는 CEO가 직접 AI 중심의 2025 실행 전략을 밝히며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일관되게 전개했다.” [3]
“SKT는 AI Pyramid/AIX와 주권형 AI 인프라를 축으로 그룹 단위의 정렬·투자를 병행했다.” [4]
“국내 중소·대기업을 막론하고 변화관리·리더십 참여·학습문화가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5]
(*기사 출처는 아래 첨부)
AI가 직원 경험을 바꾸고 있는데, HR 제도가 그대로라면 모순이겠죠. 아티클에서도 강조하듯, “change management in the age of gen AI”는 결국 조직문화와 제도 전반의 재설계 문제입니다.
직원 경험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달라집니다.
업무 효율성: 루틴 업무에서 해방 → 보고서·자료 준비 시간이 30% 절감
역량 요구: AI 리터러시가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음
심리적 경험: “내 일이 더 가치 있어졌다”는 긍정 vs. “내 일이 대체될까”라는 불안
이 변화에 맞춰 HR 제도도 새롭게 짜야 합니다.
채용: JD에 AI 활용 역량을 기본 요건으로 포함
학습: 온보딩부터 AI 교육, 직무별 AI 플레이북 제공
성과관리: 단순 효율성 지표가 아닌 AI로 창출한 가치 반영
보상: AI 활용 우수사례 어워드, 인센티브 제공
커뮤니케이션: “AI 성공사례 공유 세션” 정례화, AI 팁 뉴스레터 운영
즉, 직원들이 AI를 몰래 쓰는 게 아니라, 당당히 공유하고 인정받고 보상받는 구조를 HR이 설계해야 한다는 거죠.
AI 변화관리는 단순히 기술적 과제(tool 사용)가 아니라, 문화(culture), 행동(behaviour), 제도(system),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십의 정렬(leadership alignment)이라는 매우 중요한 축이 함께 작동할 때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직원들이 AI를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리더들이 먼저 보여주며,
HR 제도가 이를 보상하고 촉진하고,
그리고 리더십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역할과 메시지를 조율할 것.
이 모든 요소가 함께 맞물려야 AI는 조직의 “숨은 꼼수용 도구(tool)”가 아니라, 조직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의 핵심 역량(capability)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생산성과 역량이 더 커지는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1] Samsung Newsroom, Samsung Gauss 공개 (2023) / ETNews, Samsung Gauss2 발표 (2024).
[2] NAVER Corporation, HyperCLOVA X 공개 및 오픈소스화 보도자료 (2023–2024) / NAVER CLOVA Note 보도자료.
[3] LG Electronics, CES 2025 기자간담회 – AI 중심 실행 전략 발표 (ChosunBiz, 2025.1.8).
[4] SK Telecom, AI Pyramid Strategy 발표 (PR Newswire, 2024.6.11) / CEO 메시지 – AI Transformation 2.0 (SK텔레콤 뉴스룸, 2024.7.4) / AWS와의 Ulsan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Yonhap, 2024.12.2).
[5] Korea Small Business Institute (KOSBI), 중소기업의 AI 도입 및 활용에 관한 사례분석과 시사점 (2024.9).
McKinsey (2025.8) 「Reconfiguring work: Change management in the age of gen AI」
McKinsey (2024) 「How to implement an AI and digital transformation」
MIT CISR Research Briefing (2020) AI Alignment: A New Management Paradigm – Barbara H. Wixom, Ida A. Someh, Robert W. Gregory
McKinsey (2025) 「AI in the workplace / Superagency in the workplace」
중소벤처기업연구원 (2024) 중소기업의 AI 도입 및 활용에 관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