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간 조직설계, 조직개발(OD), 그리고 성과관리의 현장을 지키며 제가 수많은 프로젝트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은 좋은 설계는 기술이지만, 진정한 변화는 결단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AI라는 거대한 기술 파도가 몰아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기술은 도구일 뿐 그것을 작동시키는 그릇인 조직이라는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우리 HR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통합 HR의 시선과 시스템적 OD 관점에서 나누고자 하는 화두는 바로 조직 리터러시(Organization Literacy)를 읽는 힘입니다. 이 문해력은 단순한 지식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조직을 만들고, 조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구성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조직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목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핵심 역량입니다.
1. 목적을 바라보게 하는 힘 - 조직 리터러시는 역량이다
최근 2025~2026년 국내외 HR 현황을 보면 기업들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60%를 웃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사 차원의 역량으로 내재화된 비율은 단 6.7%에 불과합니다. 왜 이런 극단적인 차이가 발생할까요? 도구 사용법인 AI 리터러시에만 투자했지, 정작 우리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읽을 줄 아는 조직 리터러시가 부재했기 때문입니다.
조직 리터러시는 조직을 유기체와 연결로 이루어진 생명체로 바라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아닌 시스템(구조, 프로세스, 책임)에서 원인을 읽어내는 문해력입니다.
현장의 HR 담당자가 이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조직의 방향은 표류합니다. AI가 업무 속도를 높여도 목표가 불명확하면 구성원은 무엇을 도와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지고, 성과가 나지 않을 때마다 요즘 애들의 세대 차이나 직원의 역량 부족 탓으로 돌리며 일회성 소통 워크숍이나 리더십 교육만 반복하게 됩니다.
반면 조직 리터러시를 갖춘 HR은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 봅니다. 도구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결과물(목적)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환기하며, 그 목적을 향해 사람과 시스템이 정렬되도록 판을 짭니다. 즉, 조직 리터러시는 구성원이 왜 일하는지 목적을 잃지 않게 하고, 조직의 발전과 구성원의 성장을 하나로 묶어내는 강력한 설계 역량입니다.

2. 시스템적 OD 관점 - 목적을 향해 유기체를 정렬하는 4가지 시선
조직을 기계가 아닌 유기체로 읽는다는 것은, 조직개발(OD) 관점에서 다음 4가지 핵심 요소가 우리가 바라는 목적을 향해 정렬(Alignment)되어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① Form (형태와 구조) - 목적에 맞는 책임이 서 있는가?
관점: 역할과 책임(R&R), 권한 체계가 조직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는가?
현장의 오류: 화려한 조직도와 KPI가 있어도 누가 최종 결과물을 책임지는지 불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HR의 리터러시: 일을 보면 사람의 역할이 정의되고, 조직도를 보면 구체적인 책임이 보여야 합니다. 조직도를 그리기 전에 먼저 우리 회사가 존재함으로써 만들어내야 할 궁극적인 결과가 무엇인지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의 단위와 최종 책임을 명명백백히 정의해야 합니다.
② Flow (연결과 흐름) - 일하는 방식이 목적으로 막힘없이 흐르는가?
관점: 의사결정, 협업, 피드백의 흐름이 어디서 막히고 어떻게 고객 가치로 이어지는가?
현장의 오류: AI 도입으로 반복 업무 절차는 효율화 되었지만, 의사결정 권한이 위임되지 않아 최종 승인 단계(리더)에서 병목이 발생합니다.
HR의 리터러시: AI가 돕는 일, AI에게 위임할 일, 그리고 인간이 창의성과 직관을 발휘해 검증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여 워크플로우를 재구축해야 합니다. 일의 흐름이 곧 목적을 향한 최단 경로가 되도록 프로세스를 뚫어주는 역량입니다.
③ Force (동력과 문화) - 목적을 향한 성장 에너지가 작동하는가?
관점: 리더십과 문화가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며 동기와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는가?
현장의 오류: AI 도입으로 내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방치하여, 구성원들이 몸으로 저항하거나 눈치 보며 도구를 쓰는 척만 합니다.
HR의 리터러시: 불안감을 성장 동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구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만큼, 여러분은 조직의 진짜 목적과 본질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여 더 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과 비전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④ Fruit (결실과 성과) - 목적에 부합하는 올바른 행동을 강화하는가?
관점: 평가·보상 체계가 조직이 원하는 행동과 성과를 실제로 강화하고 있는가?
현장의 오류: 리더는 AI 시대의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요구하면서, 평가는 여전히 연말의 주관적인 서열 매기기나 과거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합니다.
HR의 리터러시: 성과관리의 중심을 연말 평가에서 목표 설정과 상시 실행 과정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목적이 불명확하면 AI도 무엇을 도와야 할지 모릅니다. 구성원들이 명확한 목적과 결과물을 책임지고 도전하도록 평가와 보상 기준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3. 현장의 언어 - 우리는 왜 또 원래대로 돌아갈까요?
제가 과거 10~15년간 참여했던 한 중견기업 프로젝트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나눕니다. 컨설팅 교과서에 나올 법한 완벽한 조직 구조도와 변화관리 로드맵을 발표했고, 임원진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 뒤 CEO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코치님, 구조는 맞는데 현장에서 안 맞는다고 합니다. 임원들은 현장이 이해를 못 한다고 하고, 현장 팀장들은 경영진이 현장 일의 흐름을 모른다고 난리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는 늘 원래대로 회귀할까요? 현장의 팀장들은 이렇게 호소합니다.
"AI 좋고 혁신 좋은데, 솔직히 우리가 지금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목적을 모르겠습니다. 책임은 불확실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추가 산출물만 내다 보니 그냥 예전 방식으로 일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이 실패의 본질은 경영진의 통찰력도, 현장의 이해도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조직 리터러시의 부재, 즉 설계 자체에 목적을 바라보는 사람과 책임이 서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조도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책임이 없었고, 제도는 있었지만 그 제도가 어떤 고객 가치와 결과물(목적)을 만들어내야 하는지 정렬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 설계는 기술이지만, 변화는 결단이다
한 중소기업 CFO가 제게 털어놓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 조직도에 그 사람이 아니면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자리가 딱 3개 있어요. 근데 그 3명은 다 창업 때부터 함께한 오래된 멤버거든요."
이 지점이 바로 조직설계와 조직개발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조직 리터러시를 통해 조직의 모순을 읽어내고 최적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 설계를 현장에 실제로 작동시키고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리더와 HR의 과감한 결단입니다.
조직을 설계한다는 것은 미래의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직의 진짜 목적을 위해 현재의 편함을 버리는 것, 과거의 익숙했던 관계와 낡은 성공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아프지만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 CFO의 회사는 결국 CEO가 오랜 멤버들과 목적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했고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습니다. 누군가는 도전을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떠났습니다. 진짜 조직의 발전과 구성원의 변화는 바로 그 결단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현직 HR 담당자들에게 드리는 부탁 - 목적을 비추는 나침반이 되십시오
AI는 이제 누구나 쓸 수 있는 평준화 된 기술이 되었습니다. AI는 보고서를 멋지게 써주고 데이터를 분석해 주지만, 우리 조직의 권한이 어디서 막히는지, 책임은 왜 흐려지는지, 어떤 시스템 때문에 성과가 사라지는지 까지 자동으로 읽어주지는 못합니다.
이 질문을 읽어내고, 조직을 목적에 맞게 재설계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HR의 몫이자 고유한 영역입니다.
현직 HR 담당자 여러분, 우리는 제도를 단순 운영하는 관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좋은 리더는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목적을 향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HR은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며 구성원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관리자는 많아지지만, 조직을 읽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은 드문 현실입니다. 이제 우리 HR이 먼저 조직 리터러시라는 핵심 역량을 기릅시다. 구성원들이 매 순간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목적을 잊지 않도록 Form, Flow, Force, Fruit의 유기적 흐름을 읽어내고 정렬해 주십시오.
보고서 뒤에 숨은 외부 컨설턴트적 시선을 버리고, CEO와 리더들이 설계를 넘어 과감히 결단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강력한 내부 코칭 파트너로 도약하길 바랍니다.
조직 리터러시를 읽을 줄 알아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고, 올바른 설계와 결단이 동반되어야 구성원을 진정으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목적을 바라보는 힘, 조직 리터러시를 통해 여러분의 조직을 AI 시대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강력한 유기체로 만들어 가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