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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도입하는 조직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AI를 쓰고 있는가”에서 “누가 AI를 움직이고 있는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보고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해도, 그 결과가 실제 경영 판단과 리더의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조직은 생산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재작업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HR Analytics 플랫폼을 구축하며 제가 뼈저리게 느낀 사실도 같았습니다. AI 기술은 개발자가 구현할 수 있지만, 어떤 데이터를 연결하고, 어떤 의미를 읽어내며,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제안할지는 결국 현업을 깊이 아는 HR 전문가의 몫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조직이 AI를 말합니다. 회의록을 요약하고,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드를 자동으로 작성합니다. 이제 “우리도 AI를 쓰고 있는가?”, “임직원은 얼마나 자주 쓰는가?”, “어떤 부서가 먼저 도입했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AI를 많이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누가 AI를 움직이고 있는가. AI가 만든 결과를 누가 검증하는가. AI 때문에 빨라진 업무 속도를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AI는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관리 비용이 됩니다.
최근 조직 안에서는 AI가 만든 보고서, 요약문, 분석 결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돈되어 있고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맥락이 빠져 있거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실제 의사결정에 쓸 수 없는 결과물이라면 누군가는 다시 읽고, 다시 묻고, 다시 고쳐야 합니다. BetterUp Labs와 Stanford Social Media Lab은 이런 현상을 ‘workslop(워크슬롭)’이라고 설명합니다. 겉보기에는 완성도 있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업무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AI 산출물이 조직의 시간을 다시 소모하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미국 데스크 근로자의 40%가 지난달 workslop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한 건을 해결하는 데 평균 약 2시간, 직원 1인당 월 186달러, 1만 명 규모 조직 기준 연간 9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AI 사용률은 올라가는데 조직 생산성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I를 얼마나 많이 썼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만든 결과가 얼마나 정확했는가, 재작업은 얼마나 줄었는가, 내부 문서의 신뢰도는 높아졌는가, 고객과 리더의 의사결정 품질은 개선되었는가입니다. 결국 AI 시대의 성과는 사용량이 아니라 결과의 품질과 실행 연결성으로 측정되어야 합니다.
저는 최근 AI 개발자와 협업하며 HR Analytics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의 목적은 단순히 HR 숫자를 예쁘게 시각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조직·운영 데이터를 연결해 핵심인재는 유지하고, 생산성은 높이며, 경영진과 리더가 사람을 데이터로 경영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경영지원 실행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경영진이 HR에 궁금해하는 질문은 매우 실제적입니다.
왜 직원들이 떠나는가.
어떤 팀의 성과가 저조한가.
핵심인재는 누구이며 누가 흔들리고 있는가.
인력이 더 필요한가, 재배치로 충분한가.
우리 급여는 시장 대비 경쟁력이 있는가.
OT와 인건비는 생산성에 비례하는가.
교육은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
성과평가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수용하고 있는가.
제도 변화는 몰입과 이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 질문들은 모두 숫자로 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플랫폼을 개발하다 보면 곧 깨닫게 됩니다. 숫자는 저절로 답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숫자를 볼 것인지, 그 숫자를 어떤 기준으로 해석할 것인지, 어떤 데이터와 연결해야 의미가 생기는지, 어떤 수준의 변화가 리스크 신호인지, 그리고 그 결과를 누구에게 어떤 액션으로 전달해야 하는지는 모두 현업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퇴사율 하나만 보더라도 단순히 전체 퇴사율이 몇 퍼센트인지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느 사업부에서, 어떤 직무군이, 어떤 근속 구간에서, 어떤 시점 이후에, 어떤 근태·보상·평가·리더십 경험과 함께 이탈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교육 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 이수율과 만족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육 이후 성과 변화, 직무 이동, 리텐션, 평가 결과, 현업 적용 사례까지 연결해야 비로소 “교육이 효과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AI 기술보다 도메인 전문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개발자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적재하고, 화면을 구성하고,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AI가 자동 해설을 생성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HR 업무가 어떤 히스토리로 발전해왔는지, 어떤 제도적 맥락이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예외는 무엇인지, 리더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질문은 무엇인지는 개발자가 대신 알 수 없습니다.
Input부터 Process, Output에 이르기까지 업무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 사람만이 AI에게 정확한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가 이미 있고, 어떤 데이터는 추가로 수집해야 하며, 어떤 데이터는 신뢰하기 어렵고, 어떤 데이터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한지 아는 사람도 결국 현업 전문가입니다. AI는 데이터를 계산할 수 있지만, 그 데이터가 조직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이 지점에서 2026년 6월 16일 Anthropic이 공개한 Agentic coding and persistent returns to expertise(https://www.anthropic.com/research/claude-code-expertise) 연구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Anthropic은 2025년 10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약 23만 5천 명의 사용자가 참여한 약 40만 건의 Claude Code 세션을 개인정보 보호 방식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일반적인 세션에서 사람은 계획 결정, 즉 무엇을 할지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고, Claude는 실행 결정, 즉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을 맡는 구조가 확인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성과를 낸 사람이 꼭 전문 개발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Anthropic은 사용자의 도메인 전문성이 높을수록 Claude가 지시당 더 많은 작업을 수행했고, 세션이 성공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코딩 작업에서도 주요 직종 종사자들이 평균적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거의 유사한 성공률을 보였다고 제시했습니다. 즉, AI 에이전트를 잘 쓰는 능력은 단순한 코딩 능력보다 해결하려는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HR 전문가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AI 시대에 HR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실행을 빠르게 처리할수록,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사람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AI가 분석을 대신할수록,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 설계하는 사람의 가치가 커집니다. AI가 보고서를 자동으로 만들수록, 그 보고서가 실제 경영 판단에 쓸 수 있는지 검증하는 사람의 가치가 커집니다.
결국 AI 시대의 HRBP는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을 넘어, 비즈니스 질문을 데이터 질문으로 바꾸고, 데이터 분석을 경영진과 리더의 행동 제안으로 전환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왜 떠나는가”라는 질문을 퇴사율 지표 하나로 축소하지 않고, 근태·보상·평가·리더십·성장기회·조직문화 데이터를 연결해 가설을 세워야 합니다. “인력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을 단순 증원 요청으로 보지 않고, 업무량·생산성·OT·스킬 구성·배치 효율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핵심인재가 흔들리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평가 결과만이 아니라 몰입도, 성장경험, 리더와의 관계, 보상 경쟁력, 경력정체 신호까지 함께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HR Analytics 플랫폼을 Input–Visualize–Insight–Action의 4단계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Input은 어떤 숫자가 있는지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Visualize는 그 숫자를 어떻게 표현할지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Insight는 그래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견하는 단계입니다. Action은 누구에게 무엇을 하게 할 것인지 연결하는 단계입니다.
많은 조직이 AI를 도입할 때 기술부터 봅니다. 어떤 모델을 쓸 것인가. 어떤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가. 어떤 자동화를 할 것인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AX의 본질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업무 재설계입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아는 사람이 AI를 얼마나 잘 부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업무의 예외와 병목을 아는 사람이 AI에게 정확히 지시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다시 수정하며, 최종적으로 현장의 실행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HR도 마찬가지입니다. HR Analytics는 더 이상 인원 수, 입퇴사, 교육시간, 인건비를 나열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과 조직에 관한 데이터를 연결해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리더가 바로 움직일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HR 전문가는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첫째, 자기 업무를 더 깊이 구조화해야 합니다. 채용, 평가, 보상, 교육, 조직문화, 근태, 리텐션은 각각 독립된 기능처럼 보이지만, 경영진과 현업 리더에게는 모두 “사람과 조직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HR 전문가는 각 기능의 프로세스, 기준, 예외, 데이터 흐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에게 일을 맡기려면 먼저 사람이 일을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숫자를 해석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말하지 않습니다. 숫자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왜 발생했고,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가입니다. HR 전문가는 상관과 인과를 구분하고, 평균 뒤에 숨은 집단 차이를 읽고, 지표의 변화가 제도·리더십·조직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AI 결과를 검증하는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AI가 만든 보고서가 그럴듯하다고 해서 바로 신뢰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출처는 맞는지, 정의는 일관되는지, 해석은 과도하지 않은지, 특정 집단에 불리한 편향은 없는지, 실행 제안은 현실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HR 데이터는 사람에 관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하고, 자동화보다 책임 있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AI는 HR 전문가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AI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HR 전문가는 AI를 다루는 HR 전문가에게 대체될 수 있습니다. 차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질문의 수준에서 생깁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 업무를 구조화할 수 있는 사람, 데이터를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사람,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고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AI 시대의 새로운 HRBP가 됩니다.
이제 HR의 경쟁력은 “AI를 사용할 줄 아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에게 맡길 만큼 내 업무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AI가 만든 결과를 경영진과 리더의 실행으로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사람을 데이터로 경영한다는 것은 사람을 숫자로만 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경험, 조직의 맥락, 리더의 의사결정, 제도의 영향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겠다는 뜻입니다. AI는 그 과정을 빠르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봐야 하고, 왜 봐야 하며,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 시대, HR 전문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을 모두 아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기 일을 깊이 알고, 그 일을 데이터와 AI의 언어로 번역하며, 다시 사람과 조직의 실행으로 되돌려놓는 힘에 있습니다. 결국 AX의 키는 개발자가 아니라 현업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HR 영역에서 그 역할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사람과 조직을 가장 오래 관찰해온 HR 전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