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K 아카데미 권석균 Research Fellow입니다. 이제 아침에는 반팔 셔츠가 어색하네요. 저를 포함해서 회원분들 모두 좋은 날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금년에 Agentic AI와 관련해서 두 가지 연구를 했는데요. 하나는 Agentic AI 시대를 맞아 Global 기업들은 인재 요건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였구요, 또 다른 하나는 HR의 AX 동향과 그에 따른 HR의 미래였습니다. 마침 오프피스트 베이스캠프에서 ‘AI 시대 교육담당자의 역할 변화’를 주제로 띄우셨네요. 저는 대부분의 커리어를 HR 컨설턴트와 경영인프라 연구자로 보내왔지만, 시작점은 교육 기획과 평가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은 연구 외에 교육 개발/강의도 병행해왔는데요, 이를 녹여서 짧은 생각을 전해봅니다.
Global 기업들이 말하는 AI 시대 인재 요건
HRD의 미션은 한마디로 전략 실행에 필요한 인재 육성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선 해야 할 질문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요건이겠죠. 2026년 10월 현재 기준으로 제가 연구한 바를 말씀드려봅니다. 지난 2년간 AI 시대에 맞게 인재 요건을 정의하고 HR제도를 재정렬했다고 선언한 11개 기업들을 들여다보면, 인재 요건은 크게 네 가지 Category로 공통적이었습니다.
첫째, AI Fluency입니다. AI Tool의 이해를 넘어, 업무에 맞는 AI Agent들을 구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죠. 둘째, 인지적 자립이었습니다. AI를 잘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사고력인데요, AI를 쓰지 않고도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말합니다. 셋째, 감성지능입니다. 본인·타인의 감정/태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여 협업을 이끌어내는 역량이죠. 특히 AI로는 할 수 없는 사람만의 차별점으로 강조되는 모습입니다. 넷째 환경 적응력입니다. 환경의 복잡성·유동성에 적응하기 위해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신속히 학습/시도하며 실패시에도 신속히 회복하는 힘을 말하죠.
그럼 이러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육성함에 있어 HRD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제가 만약 CEO라면 HRD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지 생각해봤습니다.
HRD에 기대하는 역할 – 1. 지식경영의 선도자
이제 AI 내재화가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CEO들에게 모든 임직원들이 AI Fluency를 갖추는 것은 중요한 Issue인데요. 그전에 지금까지 기업에서 진행해온 AI 교육/훈련의 흐름부터 간략히 짚어봅니다.
시작점은 AI/ML(머신 러닝)등의 등장이었습니다. 당시의 목표는 전문가 양성이었는데요, AI/ML과 연관성이 높은 조직이 교육의 중점 대상이었죠. 그러다가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교육은 임직원 전체로 확대됩니다. AI Literacy라는 이름 하에, AI Tool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사용법을 교육했었죠. 최근에는 강의장 교육을 넘어 임직원들이 현장의 문제를 AI를 활용해서 직접 풀어보는 접근, 이른바 PBL(Project Based Learning)이 붙습니다. 재미와 경쟁이라는 요소를 결합한 경연도 늘고 있죠. 그렇다면 HRD에 기대하는 Next는 무엇일까요?
저는 지식경영의 선도자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Global 컨설팅사들의 서베이를 보면 AI 활용의 성과는 AI에게 얼마나 고급 노하우를 이식시키는가에 달려있다고 평가됩니다. 그런데 고급 노하우는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 것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임직원 개개인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죠. 즉 AI를 잘 쓰려면 이들을 꺼내어서 AI에게 코드로 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노하우 공유는 경영진이 지시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예전에 기업들이 했던 지식경영 프로젝트들을 떠올려보시죠. 임직원들에게 노하우 공유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프로세스 컨설팅사를 통해 엄청난 돈을 들여 내부 Site를 만들었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들인 노력에 비해 실제 임직원들의 참여는 저조했고, 등록된 노하우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셨던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임직원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노하우가 정말 중요한지도 인식하기 어렵구요, 설령 알고 있다고 해도 굳이 나의 무기를 공유할 실익도 크지 않죠.
그래서 노하우 공유에는 의도적이고 공식화된 장치가 필요합니다. 관련해서 최근 Kaizen(개선) 문화로 대표되는 일본 기업들의 프랙티스가 접목되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으로 생산성 개선 워크샵이 있죠. 우선 본부장과 팀장들이 모여서 풀어야 할 특정한 문제를 정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을 선발합니다. 워크샵 장면에서 그들은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는지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그리죠. 이때 두 가지를 명시하는데요, 하나는 각 과정들을 잘 하는데 필요한 지식, 정보, 네트워크 등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그 과업이 잘되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입니다. 흔히들 전자는 Guideline, 후자는 Quality Gate라고 부르죠. 여기에 많이 기여한 사람들에게는 승진이나 포상 등 동기부여책이 따르는 것은 필수입니다.
HRD에 기대하는 역할 – 2. 생각하는 힘의 증폭자
요즘은 AI를 잘 쓰기 위해서 AI 없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AI로부터의 인지적 자립’이라고 표현되는데요.
관련해서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특정 기간이나 업무 중 특정 단계에서는 아예 AI를 쓰지 않는 AI free 기간을 정합니다. 어느 기업은 매주 업무에 관련된 논문을 읽고 비판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마치 대학원 수업처럼 말이죠. 담당자에 따르면 Top Journal의 논문은 문장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글들을 따라가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쪼개어서 보는 분석적 사고와 비판적 추론 등이 길러진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HRD에 기대하는 Next는 무엇일까요?
저는 생각하는 힘의 가속화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HRD가 코디네이터(Coordinator)에서 컨텐츠 전문가(Contents Expert)라는 과거의 모습을 어느정도 회복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2000년대 전후에 기업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교육 과정은 무엇이었을까요? IMF 이후 기업들에게는 ‘제도 설계’, ‘전략적 기획’이라는 용어들이 강조됩니다. 내부에는 경험이 없다 보니 컨설팅도 많이 받게 되는데요, 때마침 문서 작업도 엑셀에서 파워포인트로 중심이 이동하죠. 이를 배경으로 로지컬 씽킹(Logical Thinking)이라는 이름의 문제해결 Skill, 이를 경영진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Skill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들은 HRD 담당자들이 직접 공부하고 강의했었습니다. 즉 이때의 HRD 담당자들은 컨텐츠 전문가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죠.
그런데 경영진은 이후 점점 현장에, 그리고 사업에 직접 와 닿는 과정을 주문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HRD 담당자들은 현업을 잘 모르니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사내·외 전문가들을 찾고 연결해주라는 이른바 코디네이터 역할을 주문하게 되죠.
저는 이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교육에 참가하는 임직원들과 외부 전문가들 모두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우선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하는 교육에 대해서는 본인의 맥락에 부합하는 내용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외부 전문가들은 컨설팅을 의뢰받지 않는 이상 당신들이 이미 갖고 계신 관점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제시할 여유가 부족하죠.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받는 교육도 거대 담론이나 개념적 수준에 그치게 되는 모습으로 흘러갑니다. 결국 교육 참가자는 그 전문가는 항상 같은 말만 한다고 실망하고, 전문가는 여유도 주지않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불편해하죠.
Global 기업들은 이 문제를 경영 연구의 내부화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 기업들에서 경영 연구는 예전보다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겠습니다^^. 반면 Global 기업들은 내부에 경영 연구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연구 주제들도 경영진뿐만 아니라 팀장 등 단위조직 리더들이 고민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예를 들어 내 조직의 규모는 적정한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간 보상 차이는 어느 정도로 가져갈지,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부하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지 등 현실적인 이슈들이 연구 대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구 목적이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대신 리더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스스로 최적의 안을 선택하게 한다, 그렇게 할 때 왜 그렇게 조직을 이끌어가는지 본인만의 생각을 갖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가정인데요. 저는 이 접근이 리더들의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틀까지 함께 고민하시기를…
이상으로 AI 시대 HRD에 기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두 가지 역할을 말씀드렸습니다. 최적의 인력을 Agile하게 배치하기 위한 Career Development Platform 등 이미 많이 알고 계신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첨언드리고 싶은 것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려면 조직의 틀에 대한 변화까지 함께 고민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지식경영을 위해서는 Training & Development가 아니라 OD(Organization Development) 전문가들로 인력 구성이 바뀌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연구 기능의 신설도 필요하겠죠.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하지 않았던 역할을 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해 보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