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이 주니어다.

AI 시대,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이 주니어다.

이제, 주니어와 시니어를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연차나 축적된 지식이 아니다. "지금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가?"가 유일한 조건이다.
조직문화성과관리HR 커리어주니어미드레벨시니어
정욱
강정욱Jun 15, 2026
3116

지난 3개월 동안, 미래의 일과 조직을 연구하는 다오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명이 모여 "AI 시대, 어떻게 조직 내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란 주제로 실험과 연구를 했는데 그 중에서 나는 전문가 인터뷰를 담당했다. AI 트렌드를 주도하는 업계 전문가분들과 인터뷰를 하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어냈다. 프로젝트는 이제 끝났지만 이때의 배움을 혼자 갖고 있는 것이 아쉬워서 일부 공유하고자 한다. 1편 주제는 사람, 2편은 조직이다. 인터뷰 내용 요약 및 작성 시, Claude의 도움을 얻었다.


AI 시대에 누가 살아남는가?

15년 차 마케터가 있다. 메타 광고 퍼포먼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갖고 있는 지식으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기에 3년 전부터 공부를 멈췄다. 하지만, 누군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메타 광고 CLI를 직접 만들어 자동화했다. 자, 이제 둘 중 누가 주니어일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리텐션 주식회사의 대표, 심규섭님이다. 약 5년째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동료 프리랜서와 AI만으로 예전에 팀이 필요했던 일들을 혼자 해낸다. 세금계산서 자동 발행, 부트캠프 웹사이트 구축, 결제 시스템 연동. 예전이라면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를 각각 뽑아야 했을 일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혼자서 해결한다. 인터뷰에서 규섭님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 공부 안 하는 사람이 주니어다."

최근 책 <슈퍼휴먼 슈퍼워크>를 쓰신 유호현님과도 인터뷰를 했다. 워낙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인데, 그 중에서 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AI와 일하는 방식을 팀으로 실험해왔는데,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각 팀원들이 각자 맡은 단계에 AI의 도움을 얻었다. 그런데 AI가 발달하고 이내 호현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서를 써버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팀원들이 할 일이 사라진 것이다.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은 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던 중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다 같이 각자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보고서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지만, 이내 전환점이 찾아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그 오디오 파일을 통째로 AI에게 던진 것이다. AI는 파일을 읽더니 스스로 결론을 냈다. "그럼 제가 편집장이 돼야겠네요."

그렇게 편집장이 된 AI가 기준을 세우고 내용을 자르고 붙이기 시작하자,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팀원들도 드디어 제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AI를 인턴처럼 사용하면 인턴이 되고, 편집장을 맡기면 편집장처럼 일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역할은 계속 변화한다. AI에게 피드백을 주는 사람으로, AI가 할 수 없는 것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Gemini_Generated_Image_edokmaedokmaedok.png

일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스탠퍼드의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은 이 시대를 '제2의 기계시대'라고 부른다. 첫 번째 기계 시대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두 번째는 지적 노동을 대체한다. 근데 그가 강조한 건 대체가 아니라 재편이었다. 기계가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하는 것이 다시 나뉜다는 것.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도 그 재편이다. AI가 전 세계 논문 30편에서 인사이트를 종합해서 한 번에 가져오는 동안,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다시 정의될 수 밖에 없다.

"AI랑 경쟁해서 이긴 게 아니라, AI가 못하는 것만 우리가 주는 역할을 하게 된 거죠."

앞서 규섭님이 강조한 것처럼, 주니어와 시니어를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연차나 축적된 지식이 아니다. 호현님도 자신의 커리어 이야기를 꺼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과거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코드를 한 줄 한 줄 칠 때의 희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사라졌다. 처음엔 상실감이 찾아왔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스스로가 코딩하는 사람이면 망한 거예요. 근데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코딩하는 사람이었으면, 이건 엄청난 기회인거죠."

자신의 일을 어떻게 정의했느냐에 따라서 그 차이가 지금 너무 선명하게 갈리고 있다. 논문 요약을 잘하는 연구원인가,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연구자인가. 코드를 짜는 엔지니어인가, 제품을 만드는 설계자인가.

AI 시대는 앞으로 어떤 사람을 요구할까? 중요한 질문은 "AI를 써야 하나?"가 아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왜 이 일을 하는가?"이다.


정욱
강정욱
레몬베이스 People & Culture 팀 리더
레몬베이스 People & Culture Team Lead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A부터 D까지 여러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았고,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 중입니다. 저서로 <나의 첫 커리어 브랜딩>과 <스타트업 HR 팀장들>이 있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