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글이 더 잘 읽히는지 A/B Test 중입니다. 아래 글의 톤앤매너는 다!나!까! 없이 편한 구어체 중 반말체를 사용했습니다.)
나는 팀장으로서 많은 보고를 받고 있어. 인사팀장이라는 자리는 다른 팀장들보다 권한이 많고, 다뤄야 할 분야도 상당히 넓어. JR시절에는 모든 팀장들이 다 그런 줄 알았었는데 아니더라. 인사팀장이 워낙 다루는 분야가 많은 건 어쩌면 그게 다 다른 사람들 뒤치닥거리하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해. 특히 우리나라의 HR임원은 대부분 HR 출신이 아닌 경우가 많고 특히 CFO인 경우가 굉장히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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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팀원들이 가져오는 기획 수준이 상당히 좋아졌어. 우리 팀은 주로 노션을 활용해서 보고를 하는데, 이모티콘 쓰는 스타일만 봐도 "AI 돌렸구나" 내심 생각하게 돼. AI 사용이 잘못된 건 절대 아니야. 부족한 시간 내에 높은 퀄리티를 내가 요구하니까 당연히 사용해야지. 그렇게 시간과 퀄리티를 잡는게 맞아.
그런데 아직까지는 AI의 제안이 주마간산식으로 봤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리더로서 보고를 받아보면 헛점투성이야. 실무자는 그럴듯해 보이니까 가져온 거고, 나름 수정도 했을거야.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아. 왜 그럴까?
교육과정이나 평가와 관련한 새로운 변화를 설계한다고 예를 들면, 실제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기획 경험이 부족한데 AI와 협업하여 "좋은 아이디어"라고 가져온 경우가 특히 지적을 많이 받고는 해.
보고 전에 반드시 해봐야하는 것이 있어. 이 보고의 내용이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을 정말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봐야 해. 상상해봐.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을 체크해야 할까?
첫째는 Why야.
새로운 워크샵 툴을 기획했다고 가정해보자고. 재미있는 툴이 연달아 있고, 각각은 의미가 있어. 그런데 그렇겜만 가져오면 안돼. 해당 워크샵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해. 그것을 기준으로 나머지 재료들을 엮어나가야 하거든. 각 모듈마다의 의미가 전체 과정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거든.
둘째는 실행가능성이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참여자들은 이걸 어떻게 느낄지,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지, 의도를 설명할 도구는 무엇인지, 실제로 어떻게 진행하고 퍼실리테이팅할지. 초안이라 보고서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머릿속으로 제대로 시뮬레이션 했다면 보고시 구술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거야.
셋째는 리소스야.
사람과 비품 및 용역을 포함한 예산을 고려해야해. 아이디어만 들고 오는 건 빠른 피드백을 통해 방향을 잡기 위한 경우라고 봐야해.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의 리소스는 고려하고 보고해야 해. 앞에서 말했듯이 보고서에 다 반영을 못했더라도 충분히 구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
이런 3가지를 갖추었다면, 스토리라인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 그러니까 구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보고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경우이든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는 경우이든, 보고서를 보게 하지 말고 보고하는 너의 입을 보고 있게 만들어야 해. 상사가 레포트를 눈으로 읽고 이해하게 하면 늦는 거야. (물론 나는 아마존의 페이퍼 리포트 방식을 사랑해.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스스로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나 역시 보고하는 사람으로서 상사에게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아.)
AI를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술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 이게 신뢰를 주고 실행 결과에 대한 확신을 주거든.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든 건, 지금 뉴욕에 큰아이와 둘이서 여행 중이라서 인거 같아. 여행 중인데 회사 이야기는 왜하냐고? 그런 거 있잖아. 시험공부 기간에 유독 만화책이나 영화가 재미있는 거.
여행은 즐겁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와 피곤함이 큰거 같아. 회사 일 떠올리는 게 막 즐거운거야. 그리고 중간중간 부딪히는 언어의 장벽에서, 내가 어떻게 의도를 전달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보고과정에서 구술로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을 떠올리게 되었어.
아이와 함께 하다보니 참 에피소드가 많아. 흑역사를 이렇게 또 쌓아가는 거지. 다음에는 흑역사와 엮어서 이야기를 준비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