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에도, 세미나 자료에도, 링크드인 피드에도 'AI 시대의 리더십', 'AI 대전환 시대의 조직관리' 같은 제목이 넘쳐난다. 읽어보면 논조는 대체로 비슷하다. 리더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조직은 저렇게 재설계돼야 한다, HR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등 성큼 다가온 AI 시대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내용들이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서, 무슨 결과가 나왔는가."
이 질문에 구체적인 숫자와 설계도로 답하는 글은 아직 흔치 않다. 방향은 원론과 당위로 충분히 제시되지만 그 다음 단계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실행했는지" 는 각자의 현장에서 채워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인사노무 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는 그 실행의 몫을 채워보기로 했다. 방향에 설계도를 더하고 당위에 결과를 더하는 방식으로 이 글은 그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를 정의하고 무엇을 바꿨고 무슨 결과를 얻었는지 간략히 전달하고자 한다.
많은 조직이 "AI로 인사평가를 자동화하자"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확인한 진짜 문제는 그 이전 단계에 있었다. 직무가 분류돼 있지 않은 상태(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어떤 평가 도구를 얹어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다. 얼마전 진행한 지방 중소 제조업체도 마찬가지였다. 평가를 하고 싶다, 채용 면접을 체계화하고 싶다, 육성 계획을 세우고 싶다는 요구는 있었지만 정작 "이 직무가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었다. 이 상태에서 평가 툴을 도입하면 결국 담당자의 감으로 채워지는 빈 양식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