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이렇게 하라? 나는 AI로 이걸 했다

AI 시대 이렇게 하라? 나는 AI로 이걸 했다

대 AI 시대 인사노무 담당자의 변화 기록지
Tech HR전체
태훈
허태훈Aug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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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ro

요즘 서점에도, 세미나 자료에도, 링크드인 피드에도 'AI 시대의 리더십', 'AI 대전환 시대의 조직관리' 같은 제목이 넘쳐난다. 읽어보면 논조는 대체로 비슷하다. 리더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조직은 저렇게 재설계돼야 한다, HR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등 성큼 다가온 AI 시대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내용들이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서, 무슨 결과가 나왔는가."

이 질문에 구체적인 숫자와 설계도로 답하는 글은 아직 흔치 않다. 방향은 원론과 당위로 충분히 제시되지만 그 다음 단계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실행했는지" 는 각자의 현장에서 채워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인사노무 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는 그 실행의 몫을 채워보기로 했다. 방향에 설계도를 더하고 당위에 결과를 더하는 방식으로 이 글은 그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를 정의하고 무엇을 바꿨고 무슨 결과를 얻었는지 간략히 전달하고자 한다.

2. 사례1 : 직무분류 설계 후 AI 인사관리 도구

많은 조직이 "AI로 인사평가를 자동화하자"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확인한 진짜 문제는 그 이전 단계에 있었다. 직무가 분류돼 있지 않은 상태(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어떤 평가 도구를 얹어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다. 얼마전 진행한 지방 중소 제조업체도 마찬가지였다. 평가를 하고 싶다, 채용 면접을 체계화하고 싶다, 육성 계획을 세우고 싶다는 요구는 있었지만 정작 "이 직무가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었다. 이 상태에서 평가 툴을 도입하면 결국 담당자의 감으로 채워지는 빈 양식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PPT로 만든 컨설팅 보고서 대신 직무분류체계를 뼈대로 삼아 실제로 작동하는 통합 HTML 기반 HR 도구를 만들었다. 그 도구는 아래 기능(① 직무별 수행준거(BARS)를 기준으로 한 역량평가 ②같은 직무 기준을 그대로 활용한 채용 면접 평가 ③평가 결과를 바로 육성 방안으로 연결하는 개발 계획 ④신규 입사자를 위한 온보딩 체크리스트 ⑤평가 등급에 따른 차등 임금인상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를 별개의 도구로 흩어놓지 않고 하나의 직무분류체계 위에서 서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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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작업에서 AI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 작업의 20%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80% 이상은 직무를 어떻게 쪼갤 것인가, 어떤 수행준거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평가 등급을 임금인상률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정하는 기획·데이터 분류·설계 작업이었다. 이 부분은 도메인 지식과 현장 경험 없이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이렇게 정리된 기준을 실제로 작동하는 도구로 옮기는 마지막 단계에서 힘을 발휘했을 뿐이다.

이 도구를 'AI 에이전트'라고 부를수는 없다. 직무별로 정리해둔 규칙과 기준을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이지 스스로 상황을 감지하고 판단을 바꾸는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규칙화 작업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단계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직무 데이터와 판단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조직은 애초에 그 위에 무엇을 얹어도 레벨업할 토대가 없다.

3. 사례2 : 컨설팅 판단을 알고리즘으로

컨설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친 질문이 있었다. "적정 인원이 몇 명인가", "이번 임금 인상률이 지속 가능한가", "누가 핵심 인재이고 언제 이탈할 위험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대개 컨설턴트 개인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 판단을 다른 조직에도 재현하거나 여러 건으로 확장하려면 별도의 구조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계속 느꼈다. 동시에 또 다른 지점도 눈에 들어왔다. 시중의 HR 테크 솔루션들은 데이터 시각화 자체는 훌륭하게 해낸다. 다만 그 시각화가 힘을 발휘하려면 그 이전에 데이터가 정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함께 따라온다. 제도가 아직 설계되지 않은 조직이라면 아무리 잘 시각화된 숫자라도 그 위에서 내린 판단까지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SATURN LAB(www.saturnlab.co.kr)이라는 SaaS 플랫폼을 직접 설계하고 구축했다. 개발자가 아닌 1인이 홈페이지 구축부터 8개 진단 모델의 설계·검증까지 전 과정을 혼자 감당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외주 개발팀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 없이 AI를 파트너 삼아 기획자·개발자·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역할을 한 사람이 오갔다. 이 플랫폼에서 8개 진단 영역이 실제로 작동한다. 적정인원 판정, 임금인상률 추천, 인재 이탈 확률 예측, 갈등지수 산출까지 컨설턴트의 머릿속에만 있던 판단 로직을 데이터와 ㅁ신러닝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이건 "AI가 HR을 바꿀 것이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바뀐 결과물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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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정보통신업체는 인적자원투자수익율(HCROI)이 업종 평균 대비 매우 우수했지만 동시에 매출은 감소 추세였다. 단일 지표만 봤다면 "인건비를 더 써도 된다"는 결론에 그쳤겠지만 리스크·효율성 변수를 함께 학습한 모델은 전사 일괄 인상이 아니라 핵심인재 중심의 차등 인상률을 제시했다. 담당자의 직관이 아니라 여러 변수의 조합이 만들어낸 판단이라는 점에서 결과물의 성격 자체가 달랐다.

이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 Random Forest나 K-Means 같은 모델은 정해진 학습 데이터와 변수 안에서 패턴을 찾아낼 뿐 새로운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에이전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셋과 모델을 구축해본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출발선은 다르다. 판단 로직을 한 번 구조화해본 경험이 있어야 그 위에 더 자율적인 판단 체계를 얹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4. 사례3 : 인사노무 담당자가 게임 개발자로

기획력과 구현력은 별개의 역량이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코드를 모르면 그 아이디어는 문서 안에서 멈춘다. "비개발자도 AI를 쓰면 뭔가 만들 수 있다"는 말은 흔하지만 실제로 기획부터 스토어 출시까지 전 과정을 완결한 사례는 흔치 않다. 개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 기획, 코드 작성, 버그 검증, 빌드, 구글 플레이 콘솔 등록까지 전 과정을 AI와 함께 진행했다. 특정 구간만 AI 도구를 빌려 쓴 것이 아니라 기획서 작성부터 스토어 등록 심사 대응까지 개발 파이프라인 전체를 AI와의 협업으로 완결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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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그친 기획이 아니라 실제로 구글 플레이에 등록되어 출시가 완료되었다. 개발 지식이 없어도 AI를 도구가 아니라 협업자로 놓고 전체 프로세스를 끝까지 완결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사례가 보여주는 실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AI가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출시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매 단계마다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검증한 것은 사람이었고 AI는 그 지시를 코드와 결과물로 옮기는 역할이었다. 다만 비개발자가 이 전 과정을 한 번 완주해본 경험 자체가 다음 단계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시-실행-검증의 사이클을 직접 돌려봐야 어디까지를 맡기고 어디부터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5. 끝으로

사례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다. AI를 쓰기 전에 무엇을 표준화하고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항상 먼저였다는 점이다. 직무분류 없이 평가 자동화는 없고, 제도 설계 없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진단도 없다. '대 AI시대'를 이야기할 때 이 지점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다. AI는 도구일 뿐, 그 전에 조직이 스스로를 어떻게 구조화했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다만 그 구조화 작업은 손이 많이 가고 지루하고 눈에 띄지 않아서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위 사례 모두 아직 'AI 에이전트'라 부르기는 이르다. 정해진 규칙과 데이터 안에서 판단하는 수준이라는 한계는 공통적이다. 하지만 그 규칙과 데이터를 한 번 구조화해보는 경험이야말로 더 자율적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방향에 설계도를, 당위에 숫자를 더하는 쪽에 서고 싶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방향은 이미 충분히 제시되어 있다. 그 방향 위에서 "이렇게 해봤다"는 기록을 하나씩 더하는 것이 내가 보탤 수 있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E.O.D


태훈
허태훈
전략적 사고와 실무 경험을 가진 '일' 잘하는 전문가
전략적 사고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일'잘하는 HR/ER 전문가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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