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헌팅을 하다 보면 시대가 바뀌는 걸 남들보다 조금 먼저 느낀다. 채용 시장의 온도는 기업이 나에게 보내는 JD 한 장에 가장 먼저 찍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그 JD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바뀌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관련 경력 5년 이상, 해당 툴 능숙자"가 요건의 전부였다. 지금은 다르다. "AI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분"이라는 문장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처음엔 유행어처럼 보였다. 지금은 확신한다. 이건 인재상의 지각변동이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의 수장이 'AI 시대의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표현은 제각각인데 향하는 방향은 소름 끼치게 같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가장 날카로운 문장을 남겼다. "AI가 당신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이 뺏는다." 그는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할 일로 "먼저 AI를 배워라"고 했고, 누구나 AI 튜터를 곁에 두라고 조언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그는 오히려 물리학 같은 기초 과학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다음 세대 AI는 마찰과 관성, 인과관계 같은 실제 세계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구는 쓰되, 뿌리는 깊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는 오래전부터 한 단어를 반복한다. "learn-it-all." 다 안다고 믿는 know-it-all이 아니라, 모든 걸 배우려는 사람. 그는 2025년 주주 서한에서 이 성장 마인드셋이 AI 시대를 이끄는 능력의 핵심이라고 못 박았다. 더 인상적인 건 방향이다. 그는 "새로운 생산 방식을 재발명하는 초기 경력 인재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다. 연차가 곧 권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는 가장 냉정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대놓고 말했다. 생성형 AI 때문에 특정 직무엔 더 적은 인원이 필요할 거라고. 그러면서 생존법을 제시했다. AI에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학습하고, 더 작고 기민한 팀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법을 찾으라고. 호기심에서 시작해 적응력을 거쳐 레버리지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구글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제 구글은 'AI 연구자'만 뽑지 않는다. AI에 능통한 엔지니어, PM, 마케터, 법무·재무 담당자를 뽑는다. AI를 특수 분야가 아니라 모두의 기본기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JD에 '탁월한 소통 능력'을 넣는다. 복잡한 기술을 비전문가에게 번역하는 능력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카카오가 가장 명시적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전 직군 공채를 열며 'AI 네이티브' 인재를 뽑겠다고 선언했다. 일찍 신기술에 노출된 세대가 혁신의 동력이라는 기대다. 정규돈 CTO는 "전문성을 갖추고 AI 도구와 시너지를 내는 인재"라는 힌트를 더했다. 삼성도, 기아도, 롯데도 같은 줄에 섰다.
이 말들을 겹쳐놓으면 하나의 구조가 보인다. AI 시대의 인재는 3층으로 지어진 건물 같다.
1층은 AI 유창성이다. 기본기다. AI를 도구로 능숙하게 다루는 힘. 엔비디아도, 아마존도, MS도 결국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격차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머신러닝 전문가가 되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아는 감각, 그 유창성이 바닥에 깔려야 한다. 이건 이제 특기가 아니라 문해력이다.
2층은 인간 고유 역량이다. 차별화다. 분석적 사고, 문제를 정의하는 힘, 소통과 협업, 회복탄력성. 세계경제포럼이 여전히 1위로 꼽은 역량도 '분석적 사고'다. AI가 답을 쏟아낼수록, 무엇을 물을지 정하는 힘과 그 답을 사람에게 옮기는 힘의 몸값이 오른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강해질수록 가장 인간적인 능력이 비싸진다.
3층은 학습 태도다. 지속가능성이다. 호기심과 평생학습. MS는 "learn-it-all", 아마존은 "curious", 구글은 "curiosity·resilience"라 부른다. 단어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오늘의 유창성은 6개월이면 낡는다. 그래서 계속 배우는 사람만 1층과 2층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층이 무너지면 나머지도 시간문제다.
후보자를 만나면 나는 이제 이 3층을 본다. 1층만 있는 사람은 흔하다. AI 좀 쓴다는 사람은 넘친다. 하지만 2층이 탄탄한 사람, 즉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3층까지 살아있는 사람, 지금도 뭔가를 배우고 있는 사람은 정말 귀하다. 그런 사람은 내가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기업이 데려간다.
당신의 건물은 몇 층까지 지어져 있는가. 냉정하게 셋 중 가장 약한 층은 어디인가. 나는 그 답을 아는 사람이 이미 절반은 이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느 층이 가장 약하다고 느끼는가. 댓글로 남겨주면, 그 층을 어떻게 올릴지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