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팀장의 하루를 한번 따라가 보자.
아침에 전날 실적을 확인하고, 팀원들에게 진행 상황을 묻는다. 보고서를 취합해 임원에게 올리고, 회의 일정을 잡고 업무를 배분한다. 팀원이 작성한 문서를 고치고 다른 부서에서 온 메일을 전달한다. 오후에는 몇 개의 회의에 들어가고 자리로 돌아와 밀린 결재를 처리한다. 퇴근할 때쯤 오늘 하루를 돌이켜 보며 빈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한 자신에게 뿌듯해 한다.
과연 A팀장의 그 뿌듯함은 지속될 수 있을까? AI가 가장 먼저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 일이 바로 A팀장이 오늘 수행한 업무들이다. 정보를 찾고 모으고 요약하는 일,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일, 일정을 조정하는 일,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일, 반복적인 보고서를 만드는 일. AI Agent가 본격적으로 기업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제 AI는 조언만 해주는 도구를 넘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Gartner는 2026년 4월, 관리자 역할이 기존의 ‘span of control’에서 ‘span of complexity’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 몇 명을 거느리는지가 관리자 업무의 핵심이던 시대에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얽힌 복잡한 업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Gartner 조사에서는 CHRO의 75%가 이미 관리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과부하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관리자를 단순히 편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무엇을 AI에 맡기고 어떤 결과를 검증할지 결정하는 새로운 부담까지 생기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팀장이 줄어들기만 할까?
일부 조직에서 관리계층을 줄이고 조직을 평평하게 만드는 움직임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Gartner도 AI가 조정과 감독 업무를 맡으면서 관리계층과 역할을 다시 설계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McKinsey 역시 AI 에이전트가 조정과 실행 업무를 가져가면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supervision에서 coaching, prioritization, 그리고 인간과 AI 업무의 orchestration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생긴다. 팀장의 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좋은 팀장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를 취합하고 전달하는 팀장, 팀원의 일을 일일이 확인하는 팀장, 보고서의 문장까지 직접 고쳐주는 팀장은 AI와 경쟁해야 한다. 반면 AI가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팀장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그렇다면 어떤 팀장의 가치가 상승할까.
AI는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정리한다. 이번 달 매출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경쟁사가 어떤 제품을 출시했는지, 고객 불만이 어디에서 늘어났는지도 알려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해야 한다.
성과가 떨어진 이유가 구성원의 실행력에 있는지, 전략이 잘못된 것인지, 시장의 일시적 변화인지 판단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라도 우리 조직의 맥락과 고객의 니즈를 알고 있는 리더는 다른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AI가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할수록 팀장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정보 속에서 의미를 찾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경험이 많은 팀장이 정답을 많이 알고 있었다. “이럴 때는 말이야 요렇게 하면 돼”라는 조언 자체가 팀장의 중요한 가치였다. 이제 웬만한 실무 지식은 AI에게 물어보면 몇 초 만에 얻을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그 판단에서 놓친 것은 없습니까?”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꾸겠습니까?”
팀장의 이런 질문은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AI가 advice를 쉽게 제공하는 시대에는 사람의 reflection을 끌어내는 능력이 희소해진다.
팀에서 정말 곤란한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면서 감정이 상하고,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장면에서 주로 발생한다. 팀장은 성과가 떨어지는 구성원과 대화해야 하고, 서로 등을 돌린 두 사람을 다시 한 자리에 앉혀야 하며, 때론 팀원 입장에서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도 해야 한다.
AI에게 “저성과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물으면 훌륭한 스크립트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의 표정을 보며 침묵을 견디고,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대응하며, 관계를 깨뜨리지 않은 채 해야 할 말을 끝까지 하는 일에는 사람의 용기와 경험이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업무배분의 의미도 달라진다. 단순히 “누가 이 일을 가장 빨리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면 많은 일을 AI에게 맡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팀장은 누가 이 일을 해봐야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까다로운 고객을 누구에게 맡길지, 대규모 워크샵을 주도할 기회를 누구에게 줄지, 실패 위험이 있지만 배울 것이 많은 프로젝트를 누구에게 맡길지 등을 하나하나 판단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현재 능력보다 조금 어려운 일을 맡아 이런저런 실수도 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복기도 해가며, 선배의 진심어린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확률을 계산하며 최적안을 추천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채용할지, 누구를 승진시킬지,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지와 같은 결정에는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치 판단이 들어간다.
좋은 리더는 AI의 분석을 활용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결정한다. “AI가 그렇게 추천했습니다”라는 말 뒤로 숨는 비겁한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책임감의 가치는 오히려 중요해질 것이다.
McKinsey는 2026년 리더십 연구에서 AI가 디자인, 코딩, 회의 준비까지 도울 수 있지만, 목표를 세우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신뢰를 구축하며, 사람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리더십의 핵심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관리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6년 2만4천 명이 넘는 관리자와 13만 명에 가까운 피드백 제공자를 분석한 State of Managers 조사에서는 관리자 효과성 지수가 전년 83에서 79로 떨어졌다. 팀 번아웃도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에 대한 관심’, ‘심리적 안전감’, ‘성장 지원’ 같은 사람 중심 행동에 대한 관리자의 자기평가 점수보다 구성원 평가가 낮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팀장에게 필요한 역량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AI에게 회의록을 맡기고도 회의를 하나 더 잡는 팀장이라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보고서 작성 시간이 줄었는데 그 시간에 또 다른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면 AI가 만들어준 여유를 제대로 쓰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조직에서 팀장 자리는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한 명의 관리자가 책임져야 하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조직은 누구에게 그 자리를 맡길 것인지 훨씬 까다롭게 판단하게 될 것이다.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 자신이 실무를 가장 잘하는 사람, 모든 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일은 AI가 더 잘 할 수 있다. AI가 잘하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고,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 구성원과 더 자주 이야기하고, 일을 왜 하는지 설명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갈등을 풀고, 다음 성장 기회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AI 시대에 가치가 올라가는 팀장이다.
참고.
『Agentic AI Is Reshaping Manager Roles: Pivot to a Span of Complexity』, 09 April 2026, Gartner
『Don’t Just Collapse Layers, Design Them: OD Benchmarks on Spans, Layers and Manager Responsibilities』, 16 April 2026, Gartner
『Building leaders in the age of AI』, January 12, 2026, Bob Sternfels, Børge Brende, and Daniel Pacthod, McKinsey & Company
The State of Managers Report 2026 (https://www.greatmanagerinstitute.com/som-report-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