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앞질러버린 '편집(융합)의 시대', 인간은 재탈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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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앞질러버린 '편집(융합)의 시대', 인간은 재탈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젠스파크의 MoA(Mixture-of-Agents)와 김정운교수의 에디톨로지(Editology)가 만나는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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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Aug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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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쓰는 방식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자료 조사부터 정리, 문서 구성, 발표 자료 제작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입니다. 실무를 하다 보면 검색 자체는 금방 끝나지만, 그것을 정리하고 우리 조직의 스타일에 맞게 다듬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요즘 눈에 들어오는 서비스는 '답변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결과물을 바로 써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AI'입니다.

젠스파크 AI가 다른 서비스들과 갈라서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보안의 이슈로 이 훌륭한 AI 도구를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습니다. 중요한 보안 정보와 관련된 회사일에 이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젠스파크의 핵심은 Mixture-of-Agents, 이른바 MoA 방식입니다. 하나의 AI 모델만 고집하지 않고, 작업의 성격에 맞춰 GPT 계열, Claude 계열, Gemini 계열 등 여러 모델의 강점을 동시에 끌어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사용자는 질문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내부에서는 여러 모델이 각자의 전문성으로 답을 내놓고, 이를 다시 성찰하고 종합해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결과로 다듬어냅니다. 여러 전문가가 각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내고, 그 의견들을 조율해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가는 회의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여러 개의 지식을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 방식,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 않습니까? 2014년에 감명깊에 읽은 책 한권과 그의 영상 강의가 떠올랐습니다.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창조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간은 그저 신의 흉내만 낼 따름이다." 인간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사실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려, 다른 방식으로 엮어낸 결과라는 뜻입니다. 김정운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 바로 '에디톨로지(Editology)'입니다.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지식을 아주 실용적으로 정의합니다. 지식이란 정보와 정보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정보 하나만 있으면 아무 의미도 생기지 않지만, 그 정보를 다른 정보와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지식이 만들어집니다. 그가 즐겨 드는 예시가 있습니다. 도끼·망치·나무·톱, 이 네 가지 중 하나만 빼보라고 하면 사람마다 다른 것을 뺍니다. 도시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대개 '나무'를 뺍니다. 도끼·망치·톱은 '도구'라는 추상적 범주로 묶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실제로 나무를 베어본 사람은 나무를 남겨두고 '망치'를 뺍니다. 나무를 베는 구체적 행위의 맥락에서는 망치가 없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정보라도 그것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지식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식이란 결국 정보와 정보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능력, 그것이 바로 창의성입니다.

젠스파크와 에디톨로지, 같은 원리를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저는 젠스파크의 MoA 방식과 에디톨로지가 정확히 같은 원리 위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젠스파크가 GPT, Claude, Gemini라는 각각의 '정보'를 하나의 질문 아래 모으고, 서로 성찰하게 하고, 차이를 조율해 새로운 결과로 재구성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에디톨로지가 말하는 편집입니다. 하나의 모델이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보를 얼마나 잘 엮어내느냐가 결과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MoA는 인간의 창의적 사고 방식을 기술로 옮겨놓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AI가 이렇게 여러 지식을 순식간에 조합해낼 수 있는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으로 남는가.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김정운 박사가 말한 또 다른 개념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낯설게 하기', 러시아 형식주의자 시클로프스키가 말한 '오스트라네니예(ostranenie)'입니다. 창조적 사고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똑같은 시상식 사진도 '시상식'이라는 제목으로 보면 평범하지만, '아주 난감한 시상식'이라는 제목을 붙이면 전혀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AI는 정보를 모으고 조합하는 속도에서는 인간을 압도적으로 앞섭니다. 그러나 '무엇을 낯설게 볼 것인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젠스파크의 MoA가 아무리 정교해도, 애초에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 어떤 조합을 상상하느냐는 인간이 먼저 시작해야 하는 편집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융합을 잘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렇게 보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단 하나의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정보 카드'를 갖고 있고, 그것을 얼마나 낯설게 재구성할 수 있느냐입니다. 저는 여기서 몇 가지 준비와 연습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편집 가능한 지식과 정보를 많이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에디톨로지는 실력이란 곧 편집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이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과 논문을 읽고, 서로 다른 영역의 정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두는 습관이 결국 편집의 재료가 됩니다. 많이 아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지식들을 나중에 다시 꺼내 새롭게 엮을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낯설게 보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해야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업무, 당연하게 여겨온 프로세스를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볼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셋째, 좋은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MoA든 인간의 편집이든, 결과의 품질은 애초에 어떤 질문과 어떤 조합을 시도했는지에서 갈립니다. AI에게 프롬프트를 잘 쓰는 능력은 결국 무엇과 무엇을 엮을지를 상상하는 능력과 같은 것입니다. 뻔한 질문이 아닌 허를 찌르는 질문,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여러 AI를 동시에 다루는 경험 자체를 훈련으로 삼아야 합니다. 젠스파크처럼 여러 모델의 결과를 비교하고 종합해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정보와 저 정보를 어떻게 조합해야 더 나은가'를 판단하는 감각이 길러집니다. 이는 AI를 사용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 스스로의 편집 근육을 키우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해야 합니다. 에디톨로지가 말하듯 천재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엮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른 방식은 대개 나와 다른 배경, 다른 전공,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맨날 만나는 사람, 나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 어울릴 수 없는 그런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려야 합니다.

다시, 편집자로서의 인간

김정운 박사의 말처럼 창조는 신의 영역이고, 인간은 그저 어디선가 본 것을 재구성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재구성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 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젠스파크의 MoA가 여러 모델의 지혜를 모아 하나의 답을 만들어내듯, 우리도 여러 지식과 경험을 모아 우리만의 답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그 시작에는 늘 인간의 질문과, 낯설게 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얼마나 낯설고 참신하게 엮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편집자의 자리는, 여전히 인간인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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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람의 성장을 설계해 온 HR 전문가입니다. 채용/육성/조직문화/코칭까지 HR의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고, 최근에는 HR Analytics와 조직/리더십 진단으로 성장의 방향을 더 정교하게 잡는 일을 합니다. 제도와 콘텐츠를 연결해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는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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