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람을 줄이지 않는다. 사람의 자리를 다시 정할 뿐이다.

AI는 사람을 줄이지 않는다. 사람의 자리를 다시 정할 뿐이다.

AI 옆에서 흔들리는 자리, 그리고 다시 채워지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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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환
설평환Jul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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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다뤘던 Klarna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AI를 앞세워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였던 Klarna는 오래지 않아 방향을 수정했다. CEO는 효율과 비용 절감에 지나치게 집중한 결과 서비스 품질과 고객 경험이 흔들렸음을 인정하며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는 줄였던 고객 응대 인력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AI 도입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래서 이번 질문은 조금 달라진다.

AI는 사람을 없애는가. 아니면 사람의 자리를 다시 바꾸는가.

먼저 흔들리는 것은 사람의 역량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직무에 필요한 역량의 약 40%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하는 사람 100명 가운데 59명은 재교육이 필요하고, 기업의 63%는 스킬 격차를 가장 큰 경영 과제로 꼽았다.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이 더 이상 평생의 자산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함께 흔들리는 것이 있다. 리더의 자리다.

그동안 리더의 권위는 정보의 비대칭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더 많이 알고, 더 빨리 답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리더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AI에게 묻고 초안을 얻는다.

답을 가장 빨리 아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답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그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KPMG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가 AI의 결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활용한다고 답했다. AI가 빈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책임져야 할 자리를 더 분명하게 만든 셈이다.

국내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은 'AI 일상화'를 선언하며 1만 명이 넘는 임직원에게 AI 교육을 실시했다. 실무자뿐 아니라 팀장과 임원, CEO까지 별도의 AI 리더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교육의 대상이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다시 배워야 하는 사람은 리더라는 사실을 SK는 조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욱 선명한 대비가 나타난다.

Klarna가 사람을 줄였다가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면, IBM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AI와 자동화를 대폭 도입했지만 전체 고용은 오히려 늘렸다. 반복 업무에서 확보한 자원을 AI 개발과 영업, 컨설팅 등 새로운 영역으로 재배치했고, 2026년에는 미국 신입 채용을 세 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AI를 도입했지만 한 회사는 사람을 줄이는 데 집중했고, 다른 회사는 사람을 옮기는 데 집중했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People 전략이었다.

이번 글과 함께 소개할 영화 〈인턴〉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70세의 벤은 패션 스타트업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디지털 기술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젊은 직원들보다 빠르게 일하지도 못한다.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갈등을 조용히 중재하며, 흔들리는 CEO 곁을 묵묵히 지킨다.

영화가 말하는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였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를 안심시키고, 관계를 만들고, 맥락을 읽으며, 마지막 책임을 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AI 시대에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사람이 설 자리는 줄어들지 모른다. 아마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판단하는 사람, 연결하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의 가치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People팀이 준비해야 하는 것도 사람을 줄이는 계획이 아니라, 사람이 옮겨 갈 다음 자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Patrick's Insight

최근 HR 모임, 조직 자문 등을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AI가 결국 사람을 줄여주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질문을 하나 되돌려 드린다.

"줄일 사람은 정하셨는데, 남을 사람에게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맡길지는 이미 정하셨습니까?"

많은 조직은 AI 도입 계획은 세우지만, 사람의 이동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구성원은 기술보다 미래를 더 두려워한다.

People팀이 가장 먼저 그려야 하는 것은 감축 계획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의 지도가 아닐까.

이번 주 회의에서는 이런 질문 하나를 던져보면 어떨까.

"우리는 AI를 통해 사람을 줄이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자리로 이동하도록 돕고 있는가?"


평환
설평환
조직문화의 변화를 디자인하는 몽상가
조직문화와 HR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여러 동료 분들께 배우고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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